ALL NEW FERRARI,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 기사입력 2020.12.29 10:28
  • 최종수정 2021.06.28 16:2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미래의 페라리를 미리 만날 수 있는 페라리.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강하다고 자부하는 녀석들을 수없이 만났다. 오늘 역대 가장 센 놈을 만나러 용인 스피드웨이에 도착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색 깃발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색 안에는 노란색 방패가 있고 그 안에는 검은 말이 서 있다. 그렇다. 페라리를 타러 왔다. 그것도 1000마력을 발휘하는 SF90 스트라달레다. 페라리 역사상 이런 스펙은 없었다. 한정판 하이퍼카인 라페라리 보다 더 힘이 좋다.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고 있다. 먼저 엔진은 V8 4.0ℓ에 터빈 두 발을 달아 최고출력 780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힘을 생산한다. 여기에 220마력 모터가 추가되어 총 100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완성했다. 

변속기는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가 장착되었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시속 200km까지는 6.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로켓스타트가 가능하며 최고시속은 340km에 달한다. 

몰아보기 전에 외관을 살펴보자. 누가 봐도 페라리지만 기존 페라리보다 파격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미래지향적이며 우주선 같다. 슈퍼카답게 낮고, 넓고, 그리고 화려하다. 덩치는 F8 트리뷰토 정도다. 1000마력이라 해서 덩치가 컸으면 섭섭할 뻔했다. 헤드램프는 세로형을 즐겨 쓰던 과거와 달리 가로형으로 바뀌어 신선하다. 프런트 범퍼는 다운포스를 위해 구멍을 이리저리 예쁘게 뚫어놨는데 앞바퀴의 그립을 생각한 배려다. 그밖에 에어로파츠도 과격하진 않지만 공기를 잘 다스릴 수 있게끔 디자인되었다. 근사하게 생긴 5스포크 휠은 20인치로 앞에 255/35, 뒤 315/30 사이즈 타이어를 끼웠다. 엉덩이는 빵빵하며 테일램프와 머플러 커터를 박력 있게 박아놨다. 

도어핸들을 찾기 어렵다. 공기역학을 고려해서인지 버튼 타입으로 되어 있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외관만큼 실내도 기존의 틀에서 많이 벗어났을까? 레이아웃은 F8 트리뷰토와 비슷하다. 허나 시트포시션이 더 낮고 운전자를 더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SF90 스트라달레 인테리어에서 핵심은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이다. 먼저 페라리 최초로 통으로 16인치 LCD 계기판을 탑재했다. 최근에 출시한 812 GTS 혹은 F8 스파이더의 타코미터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했지만 SF90 스트라달레에서는 시류에 따랐다. 스티어링 휠 또한 터치 패널을 집어넣어 미적지수와 편의성을 함께 높였다. 

거듭 말하지만 네 자리의 출력이다. 긴말 필요 없이 달려보자. 드라이빙 모드는 노멀 페라리와 다르다. 우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전기모터로만 주행 가능한 e드라이브 모드가 있다. 한번 충전하면 최대 25km를 주행할 수 있다. 페라리랑 별 상관 없어 보이는 기능처럼 보이지만 요긴할 것 같다. 새벽에 동네 사람들 깨우지 않고 얌전히 빠져나갈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기본 모드이며 동력 흐름을 제어해 시스템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최적화한다. 내연기관 가동 여부는 제어 로직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음 퍼포먼스 모드는 내연기관을 계속 가동하고 배터리 충전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퀄리파잉 모드는 전기모터의 220마력까지 끌어다 총 1000마력을 쓸 수 있다. 

아쉽게도 당일 비가 내려 화끈하게 밟아 보진 못했다. 그래도 안전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즐겨 보기로 한다. 전기 모드로 트랙을 이리저리 누벼 본다. 조용한데 빠르다. 본격 전기차 수준의 가속력은 아니지만 충분히 빠르다. 거기에 우주선 소리가 운전자의 흥을 증폭시킨다. 어떻게 이런 사운드를 만들어 넣었는지 신기할 정도. 이제 V8 엔진을 깨워 1000마력으로 달린다. 노면이 미끄러워 스로틀을 완전히 열지 않았음에도 빠르다. 태어나서 타본 차 중에서 가장 빠르다. 

가속도 가속인데 페라리치고 무거운 공차중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에서 1.2t에 700마력 엔진이 달린 차처럼 움직인다. 앞머리가 가볍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환상적이다. 네 발로 달리는데다 영리한 LSD, 그리고 토크 벡터링까지 더해지니 코너 탈출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그 라인을 그리는 과정이 안정적이라 운전 실력이 비루해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여기에 브레이킹도 환상적이다. 대부분 회생제동시스템을 갖춘 차들은 페달링의 이질감이 있는데 SF90 스트라달레는 예외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채찍질 잘 하고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와 같은 불편한 현상도 억제했다.   

역시 페라리다. 1000마력의 수치도 대단하지만 일반인이 탈 수 있게 세팅한 데이터가 더욱 놀랍다. 언젠가는 순수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페라리가 등장할 것이다. SF90 스트라달레는 그 과도기에 놓인 애매한 모델이 아닌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려 한다. 거의 느껴지지 않는 터보 엔진의 터보랙과 변속기 기어가 물리고 바퀴로 동력을 전달되는 그 시간의 틈을 전기모터로 채워 레이싱 게임 속의 레이스카를 현실화했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스쿠데리아 레이싱팀의 9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높다. 날이 따뜻해지고 아스팔트가 타이어를 잘 씹어줄 때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SPECIFICATION _ FERRARI SF90 STRADALE
길이×너비×높이  4705×1975×1225mm  |  휠베이스  2650mm
엔진형식  V8 터보+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3990cc  |  최고출력  ​​780ps
최대토크  ​​81.6kg·m  |  시스템출력 1000ps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4km/ℓ  |  가격  6억4000만원~

글 | 안진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