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집착하는 그린피스가 놓치고 있는 것

  • 기사입력 2020.12.25 11:42
  • 최종수정 2021.06.28 16: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그린피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면서 전기차를 강조하고 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연료전지차도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다.

전기차는 주행 중 발생하는 배출가스도 없지만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에 비해 유지 또는 관리에 신경 쓰는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좋은 일이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기존의 수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하고, 서비스 센터의 대 축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즉, 자동차 사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전기차를 강조하는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독일에서 폭스바겐 ID 시리즈의 판매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단체에 속한 자원봉사자들이 자동차 구매자인 척 연기하면서 독일에 있는 폭스바겐 대리점50개를 평가했는데, 아무리 전기차에 맞는 조건을 제시해도 내연기관 탑재 모델을 추천 받았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폭스바겐 대리점들이 전기차를 팔 의지가 없으며, 그들 중 일부는 내연기관이 더 수익이 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1년 최대 30000km 주행, 도시를 주 무대로 하며 하루에 200km 이하의 거리를 주행, 주말에 교외로 나갈 수 있지만 이 거리도 최대 200km, 1년에 1~2회 최대 1000km 주행, 개인용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주차공간, 자동차 구매 비용 35000 유로 였다. 그리고 전기차 판매 훈련을 제대로 받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독일 내 충전기 개수를 물어보기도 했다. 일반 충전기에서 12시간 충전 후 가능한 주행 거리 등 다양한 질문을 준비했다. 그린피스는 이에 덧붙여 ‘폭스바겐이 대리점에게 전기차를 팔고 싶도록 환경을 조성해라’고 주장했으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사실 폭스바겐이 대리점에 불이익을 줄 이유는 없다. 폭스바겐은 이미 전기차를 생각보다 너무 적게 판매하는 바람에 이산화탄소 관련 벌금을 크게 물었다. 게다가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까지 개발하고 양산을 위해 공장에 수십억을 투자한 상태에서 전기차에 냉담해질 이유가 없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이미 전기차 판매를 위한 대표 모델도 만들었다. 직판과 대리점 판매를 병행하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대리점이 자동차 재고 확보를 위해 돈을 주고 주차장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꽤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직판이 되면 대리점이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자체 할인 등 출혈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대리점이 하는 일은 자동차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하는 것 그리고 최종 배송을 담당하는 것 정도다.

결국 그린피스가 할 일은 전기차 판매 촉진이 아니다. 어차피 전기차를 팔지 못하면 이산화탄소 관련으로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하는데다가 주요 도시들이 203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그린피스가 나서지 않아도 전기차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을 대체할 것이다. 그거보다는 배터리 재료 채굴 중 발생하는 오염과 인권에 반하는 학대 그리고 전기차 생산이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인 것인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린피스의 이름으로 350kW 전기차 전용 고속충전기를 다수 설치하는 것도 좋겠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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