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THE SEXY, 페라리 812 GTS

  • 기사입력 2020.12.24 17:26
  • 최종수정 2021.06.28 16:1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 엔진이 들려주는 사운드만 있으면 디자인과 성능이 구려도 된다. 근데 아름답고 매우 빠르다.

이 직업을 선택하기 참 잘했다. 현실감 없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페라리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고 있다. 그것도 남들 다 일하는 주중 일과시간에 이러고 있다. 날씨도 환상적이라 기분이 아주 좋다. 뚜껑도 열린다. 시속 45km 이하에서는 달리면서도 루프를 열고 닫을 수 있다. 작동 시간도 1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캐빈룸으로 바람이 휘몰아 치지도 않는다. 윈드 디플렉터로도 사용되는 리어 윈도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도 필요 없이 하이톤의 배기 사운드를 즐기며 유유히 나아간다. 올림픽대로에서 시선도 실컷 즐겼다. 선글라스를 고쳐 쓰고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페라리 812 GTS가 고속도로에 떴다. 무려 800마력이다. 말이 쉬워 800마력이지 300마력만으로도 충분하고 500마력만으로도 진땀 난다. 800마리의 말을 품고 달린다. 기어비와 타이어만 허락된다면 시속400km 이상 주파할 기세다. 뒷타이어 폭이 315mm지만 400mm 정도 되는 슬릭을 끼워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참 어렵고 버겁다. 다른 리뷰를 보면 초고출력이지만 공도에서 사용하기 쉽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부담스럽다. F8 시리즈는 풀 스로틀을 해도 괜찮았는데 이 녀석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출력에서 오는 공포도 있지만 모든 세팅이 예민하다. 스페치알레나 피스타와 같은 하드코어 버전을 굳이 둘 필요가 없을 정도다. 부싱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리지드 타입을 끼우진 않았겠지만 최적의 경도를 따져 끼워 넣었겠지. 아무쪼록 헐렁한 구석이 없다. 

차체가 크다. 길이가 4.7m에 달하고 차폭은 1.9m가 넘는다. 가벼운 무게도 아니다. 허나 체감은 가볍다. 파워가 넘쳐서 그렇다기 보단 프런트 휠에 걸리는 중량이 뒷바퀴보다 적어 앞머리가 쉽게 움직이고 엔진 리스폰스가 빨라 둔한 게 1도 없기 때문이다. 작은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패들 시프트로 다운 시프트를 치고 적극적으로 스로틀을 열어본다. 튀어나가는 것을 넘어 전방의 어느 점을 찍고 그 쪽으로 쏘아 붙인다. 자연흡기 엔진이라 터보차처럼 충격적인 펀치력은 없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지점까지 리니어하게 속도를 올린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직진 가속력이다. 고속 크루징을 하다가 추월을 할라치면 굳이 저단으로 내릴 필요 없다. 6단에서도 힘이 남아돈다. 항속 파이널 기어 7단은 확실히 맥아리가 없는데 인간미까지 갖춰 감동적이다. 브로셔에 적힌 수치를 읽어 보자. 뱅크각 65° V형 12기통, 그리고 6.5ℓ 엔진은 최고출력 800마력, 최대토크 73.2kg∙m의 파워를 생산하고 7단 듀얼 클러치 유닛을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 미만이며 시속 200km까지는 8.3초다. 최고시속은340km다. 페라리 기함의 연비가 궁금한 이들도 있겠지? 복합 연비가 5.3km/ℓ다. 페라리 시승할 때마다 느끼는데 생각보다 연비가 좋다. 하루 종일 혹사를 시켜도 연료통 경고등을 보기 힘들다.   

여하튼 스펙에 거짓은 없다. 고속 안정감도 훌륭하다. 프런트 타이어 폭이 275mm임에도 노면을 타지 않는다. 직진성이 훌륭하다.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실력도 향상됐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리어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씹어 먹는 게 느껴진다. 양쪽 똑같은 양으로 먹을 수 없기에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미국산 고출력차들이 디퍼렌셜 로직이 날 것이라 똑바로 못 가고 살짝 대각선으로 전진하는 경우가 있는데 812 GTS는 그들과 다른 경우다. 이것은 고의다. 신선한 재료를 우리 입맛에 맞게끔 조미료를 넣는 대신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행안정화장치를 완벽하게 활성화시킨 즉, 노멀 모드는 웨트(WET)다. 이때는 양쪽 뒷바퀴를 어르고 달래며 똑바로 전진한다. 기본 모드가 스포츠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잘 달리니 잘 도는지 알아볼 시간이다. 코너링 퍼포먼스는 준수하다. 준수하다가 아니라 준수할 것이다. 고백하자면 사실 극한으로 몰 수 없었기에 정확히 알진 못한다. 800마력짜리 후륜구동을 어떻게 공도에서 판단할 수 있을까? 난 못한다. 그냥 300마력 정도로 달려본 소감으로 말하자면 스티어링 성향은 뉴트럴이다. 당연하다. 한계치 근처에 반도 접근 못 했으니까. 예상은 된다. 진입 속도를 올리면 살짝 언더스티어를 보이고 탈출 시기를 이르게 가져가면 오버스티어가 일어나겠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진 않았다. 반면 복합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않아도 감탄스러웠다. 섀시가 엉키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박자가 깔끔하다. 이는 오픈톱 모델이지만 차체 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812 GTS의 섀시 강성은 F12베를리네타와 같다. 이전 세대지만 A필러와 B필러가 이어진 쿠페와 같다니 실로 대단한 섀시 디자인이다. 

이제 잘 멈추는 것만 남았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는 사이즈부터 믿음직하다. 앞에는 398mm, 뒤는 360mm로 20인치 림 안을 꽉 채우고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파워와 섀시를 컨트롤 하기 넉넉하게 오버 스펙으로 달렸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와 같은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페이드 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코너를 타면서 브레이킹에 들어가도 거동이 흐트러지거나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갈 수 있다. 페달 스트로크는 깊고 답력은 무겁다. 나눠 밟기 수월하다. 양발 운전에 자신 있는 이들이 환영할 세팅이다. 한편 일상 생활에서도 거슬리지 않게 만져놨다. 디스크와 패드에 온도가 오르지 않더라도 그리 밀리지 않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시승기를 쓴답시고 이리저리 해보긴 했지만 이 차는 이렇게 타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양산차 최고의 배기 사운드를 가졌다. 거기에 뚜껑을 열어 더 생생하게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하이톤 사운드는 소름 돋는다. 특히 터널에 들어가 스티어링 휠에 빨간빛을 채우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터널 안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다른 차들도 듣기 좋은지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지만. 페라리에서 50년 만에 내놓은 12기통 엔진에 FR 레이아웃의 오픈톱 812 GTS. 분명 이 모델명 중간에 슈퍼패스트가 생략되었거나 GTS의 S가 슈퍼패스트를 의미하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오픈에어링이 가능한 812 GTS였다.

SPECIFICATIONFERRARI 812 GTS길이×너비×높이  4693×1971×1278mm휠베이스 2720mm  |  엔진형식  ​​V12, 가솔린배기량  3496cc  |  최고출력  800ps최대토크  ​​73.2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5.3km/ℓ가격  5억150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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