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63, THUG

  • 기사입력 2020.12.24 10:07
  • 최종수정 2021.06.28 16: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 녀석과 함께라면 일상이 누아르가 된다. 


드디어 만났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백 대의 차를 타봤지만 유독 메르세데스-AMG G63을 타볼 기회가 없었다. 마침 풀체인지가 되었고 지금 눈 앞에 있다.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 더 넓어져 안정적으로 보인다. 차고가 1.9m를 넘어 키 180cm의 성인이 점프를 해야 루프를 볼 수 있다. 그만큼 덩치가 장난 아니다. 모든 패널의 각은 서 있고 바퀴와 눈동자만이 동글동글하다. 헤드램프 테두리에 반지처럼 주간주행등을 담아뒀는데 사진 속에서는 귀여운 느낌이라 반감이 조금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최신의 G바겐 향을 풍긴다. 

40년 동안 이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한 실루엣이지만 이 만의 멋이 있다. 분명 오래 봐도 질리지도 않을 거다. 시승차는 진한 그린 색상이라 고급스러움이 배가되었다. 보통 도로 위에서 보는 G바겐의 대부분은 블랙 혹은 화이트인데 이 컬러가 참 매력적이다. 이전 세대와 차이점을 찾아 보면 우선 그릴이 있다. 최신 메르세데스에서 밀고 있는 세로줄이 그어져 있는 프런트 그릴이다. 그 외에는 크게 바뀐 점이 없다. 옆에서 바라 보면 A필러가 조금 더 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고속안정감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더 눕히고 싶었겠지만 G바겐의 아이덴티티를 위해서는 이 각도가 마지노선이었을 것이다.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옆에서 바라보면 흐뭇하다. 각진 휠하우스는 AMG 모델이라 밖으로 더 뻗었다. 덕분에 더욱 다부져 보인다. 휠은 22인치로 차체 크기와 디자인에 잘 어우러진다. 림 안은 거대한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 로터가 담겨 있다. 휠이 워낙 커서 디스크 로터가 작아 보인다. 자리를 옮겨 뒷모습을 감상한다. 탱크가 따로 없다. 타이어는 어마어마하게 굵고 차체 색상 마저 국방색이니 초호화 군용차다. 해치에 노골적으로 달아놓은 스페어 타이어가 이 차의 장르를 말해주고 있다. 테일램프는 작지만 면발광 LED를 심어 시인성이 우수하다. 

이제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입장에 앞서 도어를 열고 닫는 소리를 한 번 더 감상하자. 기가 막히다. 도어 힌지만 보더라도 투박하게 생겼는데 이 거친 소리를 위해 이 파츠는 이전 세대의 것을 고스란히 가져왔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역시 메르세데스’라는 감탄사가 터질 수밖에 없다.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두 개를 이어놓고 그 아래로 송풍구와 각종 버튼들을 정갈하게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인데 직경은 적당하고 굵다. 시승차는 손을 파지하는 부분이 알칸타라로 되어 있었는데 일반 가죽이면 훨씬 잡는 맛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ICW 시계가 하단에 있다는 것. 너무 밑에 붙어 있어 시간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것을 메르세데스도 실수로 인정하는지 메인 디스플레이 좌측에 시계를 띄워 놓는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사이드 볼스터도 적극적이어서 운전자를 잘 지지해 준다. 2열 공간은 어떨까? 이전 모델을 타는 오너들이 하나 같이 불만이었던 게 2열 시트의 레그룸이었다. 신형으로 오면서 완벽하게 해결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이 넉넉하다. 당연히 헤드룸은 광활하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를 이동해도 몸이 쑤시지 않는다. 트렁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아니 크지만 훨하우스 커버 때문에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없다. 골프백을 어떻게 실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너들은 대각선으로 세워 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두 개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괜찮다. G바겐은 멋있으니까.      

멋진 G바겐 보닛 아래에는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이 숨어있다. 이 파워 유닛은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6kg∙m의 괴력을 생산하고 9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5초다. 참고로 G바겐은 2.5t이 넘는다.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300마력 스포츠카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직접 밟아보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머리를 치켜들어 올린다. 괴력과 댐퍼 스트로크가 길고 스프링이 강하지 않은 서스펜션 세팅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불안하진 않다. 영화 속에서 본 아메리칸 머슬카를 탄 기분이다. 힘은 남아 돈다. 공차중량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장사다. 생각해보면 8기통이지만 배기량이 그리 크지 않은데 실로 대단하다. 여기에 중저음의 배기사운드가 더해져 박진감이 터져버린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수준의 변속 속도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답답하지 않다. 다운시프트도 적극적이며 견인을 할 경우를 대비한 로직이기에 변속기에 불만은 없다.고속에서도 시원하게 잘도 달린다. 차고가 높고 저항이 심한 디자인이라 불안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차체가 노면에 깔리는 느낌은 없지만 붕 뜨지 않아 다행이다. 또한 윈드 실드가 바짝 서 있어 풍절음이 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하다. 사이드미러 형상도 매끈하게 빚어 놓은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G바겐의 코너링 성능도 궁금했다. 이 녀석으로 와인딩을 탈 오너는 없겠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G바겐으로 산을 타 보겠는가? 예상과 달리 코너링 퍼포먼스가 준수하다. 스포츠카처럼 타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코너링 실력이 나쁘지 않다. 물렁한 줄만 알았던 서스펜션은 급격한 움직임에는 거동을 흩트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지는 기특함을 갖고 있었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도 크지 않다. 신기하다. 오프로드를 베이스로 하는 하드웨어에 튜닝으로 이러한 주행을 보이는 것은 메르세데스가 F1을 꽉 잡고 있는 것의 연장선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섀시와 출력을 다루기에 살짝 부족하다. 일상 생활에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조금 달릴 때는 차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간단하게 패드만 더 공격적인 것으로 교체해도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여하튼 브레이크스티어는 잘 억제했고 노즈다이브 현상은 심하지 않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오프로드는 뛰지 않았다. 오프로드를 위해 탄생한 모델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차로 오프로드를 가는 오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온로드 성능만이 궁금했다. 여하튼 시승은 끝났다. 오랜만에 반납하고 싶지 않은 메르세데스였다. 촬영 내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나의 디자인이 숙성에 숙성을 거쳐 세련되게 현대화시킨 결정체다. 2억을 넘는 가격표를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타당한 가격이다. 거기에 덤으로 AMG 특유의 사운드와 메르세데스의 최고급 인테리어가 따라온다.  SPECIFICATIONMERCEDES-AMG G63길이×너비×높이  4880×1985×1975mm  |  휠베이스 2720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585ps최대토크  86.6kg·m  |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5.9km/ℓ  |  가격  2억148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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