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NDINAVIA ALLROAD,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 기사입력 2020.12.23 11:32
  • 최종수정 2021.06.28 16:1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볼보가 잘 만드는 장르인 왜건에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더하면 ‘크로스컨트리’가 된다. V90 CC는 볼보의 플래그십 왜건으로서 막강한 능력을 보여준다. XC90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한 때 ‘안전하지만 재미는 없는 자동차’였던 볼보가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에 와서 환골탈태를 감행한 볼보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변화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으니 이제는 익숙해졌는데,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볼보가 매력적인 자동차가 되었다’는 것이다. 안전 위에 스타일을 얹어 비로소 호평을 받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매끈한 차체와 함께 프리미엄 모델 특유의 무게감까지 갖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 볼보만이 만들 수 있는 모델, V90 CC(크로스컨트리)가 있다. 언뜻 보면 왜건에 험로 주행 성능만을 더한 모델이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볼보는 세단보다 왜건을 훨씬 더 잘 만드는 회사고, 그 완성도 높은 왜건에 험로 주행 성능을 더했으니 다른 브랜드의 경쟁 모델들을 압도할 수 있다. 이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그 V90 CC가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품고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스타일이 살아난다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크게 변한 곳은 없다. 새로 디자인한 프런트 그릴은 중심에 3D로 다듬은 엠블럼을 품고 있는데, 입체적인 느낌을 내고 있다. CC 모델 특유의 휠 아치를 감싸는 검정색의 가드는 범퍼 하단과 측면 하단까지도 감싸고 있어 험로 주행 중 발생하는 불의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줄 수 있다. 시승차는 검정색 차체를 갖고 있는데, 휠 아치와 가드가 잘 드러나지 않아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이 정도면 도심에서도 매력적으로 보일 만하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이전과 동일하게 세련미를 자랑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바로 길이와 비율인데, 자세히 보면 A필러 하단부터 앞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가 꽤 길다. 앞 바퀴를 굴리는 모델이면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V90 CC는 사륜구동 모델이지만 말이다. A필러 뒤로 이어지는 올곧은 형태의 루프 라인과 벨트 라인, 그리고 완만한 각도를 그리며 떨어지는 테일게이트와 테일램프가 왜건 특유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만든다.

V90 CC의 놀라운 점은 험로 주행 능력을 확보하면서도 껑충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반이 되는 V90 왜건과 비교했을 때 최저지상고가 60mm 상승했고 그 결과 XC90와 28mm 차이밖에 보이지 않지만, 다른 브랜드의 일반적인 세단 모델과 비교해도 차이가 나 보이지는 않는다. 험로 주행 능력과 함께 넓은 적재 공간이 꼭 필요한데 SUV는 부담스러운 운전자가 있다면, V90 CC가 딱 어울릴 것이다.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다.

실내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변한 곳이 거의 없다. 마치 태블릿 PC를 닮은 것 같은 센터페시아의 화면도, 손에 알맞게 잡히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그대로다. ‘바우어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는 여전히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볼보 특유의 시트는 신체를 편안하게 감싸면서도 극상에 가까운 착좌감을 제공한다. 트렁크는 골프백과 용품 가방을 싣고도 여유가 있으며, 전동식 덮개가 있어 편안함이 배가된다.편안함은 있지만 지루함은 없다한때 볼보가 ‘지루한 자동차’라고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운동 성능이 평범하고 운전을 해도 즐겁지가 않으며 핸들링이 재미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SPA 플랫폼을 받아들이면서 이러한 지루함을 단 번에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 여유가 있는 편안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무래도 운동 성능을 높이면 신경질적인 자동차가 되기 쉬운데, 볼보는 그 면에서 독특한 부드러움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관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관용이 좀 더 넓어졌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기존 가솔린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하면서 독특한 부드러움이 주행 영역 전반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용 모터와 용량이 적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가된 것뿐인데 과장이 심하다고? 시동을 걸고 오른발에 힘을 주는 순간부터 그 말에 거짓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엔진 출력이 있는 만큼 스포츠카처럼 가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주행 범위 내에서는 꽤 짜릿한 가속과 함께 기분 좋은 토크를 느끼도록 해 준다. 저회전 영역부터 발휘되는 최대 토크가 차체를 가볍게 밀어주고, 운전이 쉬워지도록 만들어 준다. 스포츠카처럼 운전하고 싶다면 그 욕구는 충분히 받아내 준다. 폴스타 팀을 내세워 월드 투어링 카 레이스 무대를 정복했던 볼보니, 그 잠재력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느긋하게, 얌전하게, 편안하게 달리는 것이 어울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머무는 영역은 이곳이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도 고속도로 또는 정체 구간은 ACC를 비롯한 첨단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시스템에 맡겨버리고, 목적지에 거의 다 도달했을 즈음에 등장하는 와인딩 도로에서 직접 스티어링을 잡고 운전하면서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 험로 역시 직접 주행하면서 정복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기왕 험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언급해보자. 차체 하단이 상할 것 같아서 험로에 진입하기가 겁나겠지만, 극한의 험로만 아니라면 큰 걱정은 필요 없다. 애초에 서스펜션이 CC 모델 전용으로 설계되었고, 어퍼암은 XC90와 동일한 부품을 사용한다. 볼보에 따르면 가혹한 조건과 예측 불가능한 도로 상황에서도 차체가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살짝 험한 길을 달리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허세는 아닌 것 같다.

앞서 V90 CC의 매력을 관용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여유와 편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처음 탑승한다면, 그리고 다른 자동차와 비교한다면 불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티어링의 조작과 반응, 그리고 가속과 감속 그 사이에서 아주 조금씩 유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이 그 유격이 있다고 해서 불안하지는 않다. 오히려 안정감 위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찾아주는, 의도된 유격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크로스컨트리는 볼보가 본격적으로 SUV에 진출하지 않았을 때, 험로를 돌파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태어났다. 허나 SUV 라인업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현재도 크로스컨트리는 전 라인업을 아우르며 여전히 건재함과 함께 매력을 과시한다. V90 CC는 그 꼭대기에서 플래그십다운 편안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여유와 관용을 보여준다. 왜건이 주목받지 못하는 국내에서 V90 CC는 아마도 제일 황홀한 형태의 볼보로서 큰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

SPECIFICATION _ VOLVO V90 CROSSCOUNTRY길이×너비×높이  4960×1905×1510mm  |  휠베이스  2941mm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250ps  |  최대토크  35.7kg·m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연비  10.3km/ℓ  |  가격  ​​​​​​752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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