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IT,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4매틱 에디션

  • 기사입력 2020.12.18 16:51
  • 최종수정 2021.06.28 16:1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메르세데스-벤츠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전기차를 연구해왔다. EQC는 그들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첫 순수 전기차 양산 모델이다. 


전기는 다루기 힘든 에너지다. 전기 장치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건 내연기관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전기모터를 통해 역학적 에너지로 변환해 앞과 뒷바퀴를 구동하는 기술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차를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 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야 하기에 더욱더 그렇다. 대부분 자동차업체가 미래 차 전동화 전략을 세우면서 배터리 전기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과 충전 인프라 보급에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두는 이유다.EQC는 80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앞과 뒷바퀴에 장착된 2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408마력의 역학적 에너지를 네 바퀴에 전달한다. 네바퀴굴림방식의 전기 SUV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09km를 이동할 수 있다.

이동 거리는 아주 아쉽지만, 우리나라 급속 충전 표준인 100kWh DC콤보 충전기로 완전 방전 상태에서30~40분 정도 충전하면 80% 이상 전기 에너지를 채울 수 있어 대한민국 어디든 갈 수 있다. 전기 충전기(완속, 급속 포함)는 현재 전국에 6만 기 정도 보급되었다. 그중 급속 충전기는 1만여 개 정도다. 환경부가 올해 중 급속 충전기 1307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정부는 정유업계와 협력해 2025년까지 전국 주유소에 전기 충전기 50여만 기와 급속 충전기 1만 5000여 기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하니 전기차에 대한 충전 불편도 해소될 듯하다. 충전소 구축도 중요하지만, 설비가 방치되지 않게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고 가솔린 엔진보다 유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전기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충전의 불편 때문에 전기차를 외면한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C 구매 고객에게 스마트 코치를 배정해 자택에 홈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거나 설치가 어려운 고객에게 1년간 무제한 무료로 충전이 가능한 충전 카드를 제공하는 등 고객의 충전 편의를 도와주는 종합적인 충전 컨설팅 서비스 ‘EQ 스마트 코칭 서비스’와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 이 차지 멤버십 카드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고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테슬라도 슈퍼차저의 이용료를 받고 있으니 1년간 무료 충전 카드는 이로운 혜택이다. EQC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다. 세꼭지별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그다음이다.

쿠페 스타일의 SUV

EQC의 앞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과 고광택 블랙 테두리, 멀티 빔 LED 헤드램프가 일체형처럼 한 데 붙어있고 그릴 상단에 가로로 쭉 뻗은 고유의 일자형 라이트 라인이 멋스럽다. 간결한 선과 유려한 면이 만나 담백함을 담아낸 우아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고혹할 만한 아름다운 실루엣의 옆 모습도 곱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내연기관 자동차 특허를 받은 1886년을 기념하는 에디션 1886만의 블루 1886 배지와 화이트 하이라이트 림의 20인치 휠 디자인은 전기차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흔적들이다. 뒷모습도 세련미가 넘친다. 디자인만으로도 가치가 높은 상품에 세꼭지별이 새겨져 부가가치가 높아졌다.

실내의 디자인은 한눈에 봐도 메르세데스란 걸 알 수 있는 디테일로 채워졌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디지털 클러스터와 MBUX 시스템이 장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은 세꼭지별의 개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로즈골드 컬러의 송풍구는 독창적인 미적 감각을 드러낸다. 시트는 블랙 컬러의 다이내미카 극세사와 인디고블루 색채의 아르티코 인조 가죽으로 조화를 이루고 등받이에 자수로 1886를 새겨 특별함을 강조하고 있다.운전석은 조금 높은 편이지만, 시야가 좋고 공간적으로 여유롭다. 뒷좌석의 무릎 공간은 넉넉하나 엉덩이 방석이 좀 작은 게 흠이다. 머리 위 공간도 다소 아쉽다. 열선 시트만 장착되었다. 통풍 시트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 사양으로 프리미엄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꽤 넉넉한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전원을 켰다. 전기차라서 실내가 너무 조용하다. 가속 페달을 슬쩍 밟았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느낌은 그냥 스르륵 미끄러지는 기분이다. 시속 30km에서 가속 페달을 50% 정도 지그시 밟았다. 시속 80km까지 재빠르게 가속했다.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더 줄 필요도 없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 때문에 관성이 줄어들며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한다. 가속과 감속을 가속 페달로 조절하니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횟수가 줄어든다. 편한 듯 불편한 회생 제동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이질감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스티어링 휠에 시프트 레버가 달려있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고 대신 고회전 영역에서 높은 토크가 필요할 때 모터의 회전수를 줄여주는 1단 감속기가 장착되어 있다. EQC에 달린 시프트 레버는 변속을 위한 게 아니라 회생 제동의 강약을 조절한다. 회생 제동을 강하게 하면 관성에 의한 운동 에너지가 강해져 감속되는 동시에 전기 에너지의 저장량이 많아지지만, 다시 가속하려면 많은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회생 제동을 약하게 해 부드러운 관성 주행을 끌어 내는 게 연비에 유리할 때가 있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해 시속 100km까지 5.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가속도가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특유의 빠르고 화끈한 가속도에 흠칫 놀랐다. 시속 80km에서 시속 120km의 추월 가속도 역시 경쾌하고 빠르다. 고속 영역에서 직진 안정성도 좋다. 급가속 시 앞쪽이 들리는 노즈 리프트 현상이 조금 있고, 제동 시에도 앞쪽이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 현상이 일어났지만, 이 정도면 SUV치곤 괜찮은 피칭 모션이다. 요철을 넘을 때도 충격을 부드럽게 분산시켜서 머리가 크게 흔들리는 일이 적다. 충격 소음도 듣기 거북할 정도의 주파수대역이 아니다. 다만 너무 조용하다 보니 타이어 노면 마찰음이 조금 거슬릴 때가 있었다. 코너링과 급차선 변경에서 핸들링도 만족스럽다. 롤링이 조금 있고 날카롭지는 않아도 스티어링 앵글에 따라 꽁무니가 잘 따라붙었다.급제동은 탐탁지 않았다. 회생 제동과 유압 브레이크의 밸런스가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대부분 전기차와HEV, PHEV가 그렇듯이. 전체적으로 가속 성능은 A 학점, 제동 성능은 B-, 도로 위에서 몸놀림은 B 학점 정도 줄 만하다.

늦은 밤 한적한 국도를 지날 때쯤 운전하고 있는 차 안에 적막만이 가득 찼다. 이상한 고요함에 맘이 쓸쓸해졌다. 음악을 켰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부메스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가사에 동화된 것일까? 지난 흔적들이 떠올랐다. 미래를 지향하는 전기차를 타고 기억 속에 박제된 옛날을 떠올렸다. 괜히 센티해지는 밤이었다.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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