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터스포츠의 한국인, 2020 WRC 우승의 숨은 주역

  • 기사입력 2020.12.15 17:29
  • 최종수정 2021.06.28 16:11
  • 기자명 모터매거진

WRC에서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달성한 현대 월드랠리팀,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레 감독과 선수들에게 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적을 이룬 배경에는 드러나지 않은 조력자들이 있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근무 중인 현대자동차 직원들이다.

 
2019년 WRC의 정상을 밟은 현대팀은 2020년에도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회 일정이 축소됐지만 그럼에도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감독과 선수, 엔지니어, 미케닉 등 모든 팀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과 달리 뒤에서 이들을 받치는 조력자들이 있다. 바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이하 HMSG)을 이끌며 모든 구성원을 챙기는 법인장, 그리고 WRC 경주차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이다. 나아가 이들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과 유럽의 기술연구소와 현대자동차의 관련 부서들 또한 숨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대표해 HMSG 노승욱 법인장과 WRC 경주차 차체 개발 담당 박태완 책임연구원, WRC 및 TCR 경주차 파워트레인 개발 담당 황인구 책임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HMSG를 이끄는 한국인 수장, 노승욱 법인장 노승욱 법인장은 HMSG 법인장으로 부임한 뒤 WRC에서 일궈낸 2번째 종합 우승 소감에 대해 “2019년 종합 우승은 현대차의 사상 첫 WRC 제조사 부문 우승이었으며 올해까지 2연패를 이룬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2020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다. 이는 WRC 무대도 피할 수 없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대처했던 방법도 빛났다. “HMSG는 경기가 재개되는 시점에 100%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언제나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유럽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지역 랠리에 출전해 팀과 선수들이 경기 감각과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며 “현대팀은 5명의 드라이버가 3대의 경주차를 타고 번갈아 출전하는 전략을 취했다. 오트 타닉과 티에리 누빌 선수는 모든 경기에 출전해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목표로 했고, 남은 1대에 3명의 선수가 각자 자신의 장점을 가진 경기에 교대로 출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종합 포인트를 꾸준히 쌓았고 결국 현대팀은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노 법인장은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과 다른 선수들과 경기장 바깥에서도 항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경기에만 몰두하면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영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모든 팀원을 동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끈끈하게 맺어진 팀원들과의 관게는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효율성을 높였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할 때 큰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현대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이 늘었다. 팀 유니폼을 입고 대회 현장을 돌아다니면 “현대! 현대!”를 외치며 깃발을 흔드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하며, “WRC 무대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현대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도 한국의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현대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달릴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함께 나눌 그 날까지 항상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면서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황인구, 박태완 책임 연구원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Q. HMSG에는 언제 합류했는가? HMSG에 합류한 계기, 주요 담당 업무에 대한 설명도 함께 부탁드린다.박태완 | 이전에는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고성능차 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HMSG와 경주차 개발 협업 등을 수행했다. 당시 자동차의 주행 성능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환경에서 뛰어난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경주차 개발 업무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어서 2017년 HMSG에 합류했다. HMSG에서는 WRC 경주차 설계·시험·제작 등의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WRC 경주차는 양산차의 기본 성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HMSG의 모터스포츠 전문 엔지니어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경주차의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한편, 모터스포츠의 경험과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 경주차의 기술 개발 결과를 고성능차 및 양산차 개발 부문과 공유한다. 황인구 | 2018년 HMSG에서 근무하기 이전에는 남양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엔진 성능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부터 WRC에 적용할 선행 엔진을 개발했고, HMSG가 설립된 뒤에는 WRC 엔진 개발 협업 업무를 담당했다. 박태완 책임연구원과 마찬가지로 경주용 엔진 개발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싶어서 HMSG에 주재원으로 합류했다.

또한, HMSG의 커스터머 레이싱 부문에서 판매하고 있는 TCR 경주차의 엔진 역시 남양기술연구소에 있던 때부터 개발을 진행했다. 현재 HMSG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엔진 성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남양기술연구소 협업 부서인 엔진선행개발팀 내 고성능엔진개발파트와의 협업을 조율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참고로 모터스포츠 엔진 기술의 내재화를 목적으로 유럽기술연구소, 남양기술연구소와 연 2회 기술 교류회를 진행하고 있다. Q. i20 WRC 경주차의 바탕이 되는 i20가 세대교체를 이뤘다. i20 WRC 경주차도 바뀌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박태완 | 기본적으로 FIA(국제자동차연맹)에서 3년마다 공표하는 규정에 맞춰 WRC 경주차의 개발, 경기 참가를 위한 인증 과정을 거친다. 2022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HMSG는 이에 맞춰 신형 i20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주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차체에는 현재의 롤케이지를 더욱 강건화하는 개념의 튜블러 섀시 프레임 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주차는 더욱 안전하며 극한의 주행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골격을 제공할 수 있다. 서스펜션의 경우 그동안 다양한 노면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경량화를 위해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과 같은 복합소재를 차체와 도어 등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경량화와 함께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써 주행 성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HMSG에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박태완 | HMSG에 합류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초기의 목표들을 잘 달성했는지 점검하고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 내년에는 현재 경주차의 성능을 유지하고 개선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고, 향후 최상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WRC 경주차 개발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남양기술연구소로 돌아갈 때 HMSG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더욱 좋은 양산차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황인구 | HMSG에서 보낸 3년 동안 HMSG와 현대자동차 모든 임직원의 노력으로 2년 연속 WRC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달성했다. 모터스포츠는 극한의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성, 높은 수준의 성능 등이 필요한 무대다. 그중에서도 WRC는 최정상급 대회다. WRC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개발 중인 고성능 양산 엔진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Q.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를 꿈꾸는 미래의 새싹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준다면? 박태완 | 자동차는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의 집약체다. 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관련해 언제나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곳이 바로 모터스포츠 분야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사람들이 모터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00년간 기술의 눈부신 진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기술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터스포츠를 좋아하고, 직접 참여하는 일에 흥미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황인구 | 모터스포츠는 양산 엔진 개발과 다른 점이 분명 많다. 높은 수준의 성능과 내구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의 제한도 적다. WRC처럼 극한의 환경에서 주행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탐구하는 열정과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협동심도 중요하다. 모터스포츠는 감독, 엔지니어, 미케닉 그리고 드라이버가 팀을 이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갖춘다면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HMSG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가 이번 WRC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열정이 빛나는 현대 WRC가 다가오는 2021년 시즌에는 얼마나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일지 내심 기대된다.

글 | 조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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