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핑으로 힐링하자

  • 기사입력 2020.12.04 12:45
  • 최종수정 2021.06.28 16: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일상이 지치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싶다. 요즘 차박이 유행이라는데 나는 차박을 할 만한 큰 차도 없고 캠핑 장비도 없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자동차와 차박용품을 빌려준단다. 그것도 단돈 10만원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SNS를 열어보면 많은 사람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캠핑을 하러 가자니 그 많은 장비를 살 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장비를 실을만한 큰 차도 없다. 그리고 텐트를 이용하는 캠핑은 왠지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냥 가볍게 하루를 즐기고 싶을 뿐인데. 이런 고민이 가득할 때, 현대자동차에서 ‘휠핑’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뉴 싼타페와 차박에 필요한 용품을 빌려준다고 했다. 필요한 비용은 물품 대여비 10만원과 기름값 정도다. 아직 차박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이때다 싶었다. 내 손은 자연스레 신청 버튼으로 향했다.

예약한 날짜에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휠핑 안내데스크로 향한다. 필요한 서류에 간단히 서명 몇 개를 하면 작은 에코백 가득 웰컴 키트를 준다. 에코백에는 홍보 책자와 살균 소독제, 소독용 물티슈가 들어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세심한 배려가 내심 고맙게 느껴진다. 모터스튜디오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면 수많은 싼타페가 줄을 맞춰 서 있다. 담당 직원과 함께 차에 실린 차박용품의 설명을 듣고,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 후 서류에 서명하면 차 키가 내 손에 쥐어진다. 첫 차박의 설렘을 가득 안고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집어삼키고 토해내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이미 많은 사람을 마주친다. 이제 사람이 없는 나만의 공간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바다가 좋겠다 싶어 강화도로 목적지를 잡는다. 바쁜 일은 없다. 급하게 서두르는 일은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한다. 차로 유지 보조 장치를 켜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느긋하게 운전을 한다. 현대차가 만드는 차로 유지 보조 장치의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 위에 손만 얹고 있어도 차가 알아서 차로의 중앙에 맞춰간다. 이 정도만 차가 대신 해줘도 운전의 피로도가 확실히 줄어든다. 선명한 헤드 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재 속도와 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전방에서 시야를 뺏기지도 않는다. 2.2 디젤 엔진과 8단 변속기의 조합은 1800kg의 차를 가뿐하게 움직이는데 심지어 조용하기까지 하다. 운전하는 내내 거슬리는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꽤 오랜 운전 뒤 휴식을 위해 조용한 장소를 찾는다. 작은 시골길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포인트를 찾았다. 차를 세우고 휠핑에서 제공한 14개의 차박용품 중 이 순간을 위해 필요한 쉘터와 의자, 그리고 테이블을 꺼냈다. 처음 장비를 꺼냈을 땐 막막하게 느껴진다. 이 검은 봉은 무엇이고 어디에 꽂는 걸까. 하지만 제품마다 달린 태그에 있는 QR 코드를 통해 안내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면 어렵지 않게 조립이 가능하다. 그리고 조립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캠핑에 필요한 커다란 텐트만큼 고생스럽게 조립을 한 것도 아니고 어린 시절 조립하던 레고처럼 뚝딱 만들어냈다. 아마 커플이 만든다면 조립하다 싸우지는 않을 정도의 난이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 조립한 다음 과자와 음료를 먹으며 이른바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인적 드문 이곳에서 도시의 소음과는 완전히 이별했다. 오롯이 나 홀로 풍경을 감상하는 공간에서 잠시나마 일상의 걱정거리를 잊을 수 있다.

이 풍경을 누워서 즐겨 보기로 했다. 차의 2열 좌석을 접고 자충 매트와 파티오 매트를 깔았다. 차박을 떠나기 전 공간에 대해 걱정했다. 키 183cm의 건장한 남자가 누워있기에 좁진 않을까? 혹시나 발이 걸려서 다리를 세우고 자야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이 정도면 커플이 누워서 뒹굴뒹굴해도 될 만큼 넓다. 트렁크를 닫아 보아도 발 밑 공간에 여유가 있다. 다시 트렁크를 열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했다. 트렁크를 오래 열어 두어도 방전되지 않게 걸쇠에 비너를 걸었다. 친절하게 안내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현대자동차에서 이 휠핑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누우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발을 간질인다. 대자로 누우면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이 보이고 발아래로는 탁 트인 풍경이 보인다. 스마트폰은 잠시 꺼 두었다. 이 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여유를 만끽하다 잠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하늘은 슬그머니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 장소는 혼자 잠들기에 조금 위험한듯싶어 이동하기로 했다. 펼쳐 놓은 용품들은 다시 차에 실었다. 이동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게 차박의 장점이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차를 몰고 20분쯤 달려 해변이 훤히 보이는 한적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일몰이 유명한 강화도답게 하늘은 바다를 넘어 떨어지는 태양과 함께 새빨갛게 변했다. 도착한 해안가의 이름 모를 주차장은 꽤 유명한 차박지인가 보다. 이미 텐트와 캠핑카들도 보이고 나처럼 차박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도 보였다. 다시 장비를 조립했다. 이미 한 번 조립을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쉽고 빨랐다.

설치를 끝내니 해가 저물었다. 낮에 꺼내지 않았던 다른 용품도 꺼낼 시간이었다. 앤틱 LED 랜턴을 켜니 꽤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먹다 남은 과자와 오는 길에 사 온 커피를 테이블에 얹어 두고 쉘터 아래 앉아 노트북으로 영화를 틀었다. 쉘터는 생각보다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일교차가 큰 날씨는 밤이 되어 꽤 쌀쌀해졌다. 더 두꺼운 옷을 챙겨오지 않아 아쉬워 다음 차박에는 꼭 챙기리라 다짐했다. 휠핑에서 보온 장비까지는 빌려주지 않는다. 때문에 두꺼운 이불 혹은 침낭은 개인이 스스로 챙겨야 한다. 주변은 어두워졌지만 크레모아 랜턴은 충분히 밝아서 걱정이 없다. 손에 들기에도 적당한 크기이면서 어딘가 걸어 두기도 쉽게 만들어져 있다. 차에 들어와 영화를 마저 감상하고 잘 준비를 시작했다. 주변에 씻을 곳은 없었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혼자 있고, 내일도 혼자 있을 텐데.환기를 위해 창문을 살짝 열고 자는 경우에 대비해 차 문에 설치할 수 있는 모기장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씨에는 창문을 닫고 외기순환 모드를 해두면 충분하다. 자충 매트는 적당히 푹신해서 자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또한 베개 부분은 제공되는 펌프를 이용해 공기를 넣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생각보다 베개 높이가 알맞았다. 미리 챙겨온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바깥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종종 들리는 주변의 캠핑족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는 외로움을 잊게 만들었다.

텐트를 치는 캠핑 경험은 있지만, 차박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텐트와 기타 장비의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간편하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차박이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이 폴딩된 2열 공간에 설치할 매트와 덮고 잘 이불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박 유경험자의 67%는 차박 횟수가 연 2회 이하의 라이트 유저라는 통계가 있다.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고 가볍게 하루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차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하지만 차박만을 위해 SUV를 선뜻 구매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소비층을 현대차에선 휠핑으로 잘 공략했다. 손쉬운 차박 경험을 제공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계획은 적중할 듯싶다.

아침 해가 뜨고 한껏 늦잠을 즐긴 다음 근처 관광지를 구경하고, 맛집을 들러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를 빌렸던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설정한다. 돌아가기 싫은 내 마음을 모르는지 내비게이션의 명랑한 목소리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알린다. 그나마 신나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차량 반납을 안내하는 친절한 직원은 차량의 상태와 용품의 상태를 확인한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치니 선물도 제공한다. 나의 하루를 함께한 싼타페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SUV를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을 함께한 채로.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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