擺撥馬(파발마)가 된 새끼 야옹이, 재규어 I-페이스

  • 기사입력 2020.11.27 15:18
  • 최종수정 2021.06.28 13: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재규어의 전기차, I-페이스와 함께 서울에서 부산까지 긴 여행을 떠났다.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새벽 4시에는 떠나야 해요.”
전기차 주행거리 실증 시험을 위해 먼 길을 떠나는 날을 하루 앞두고 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사실 필자는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 말에 반신반의했다. 이제 휴게소 곳곳에 전기차 고속 충전기가 세워져 있는데다가, 시승을 위해 빌린 재규어 I-페이스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300km를 넘으니까 말이다. 겨울이라서 주행거리가 떨어진다는 변수가 있지만, 그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변수들이 문제를 일으킬 줄은 모르고 말이다.

설정한 조건은 간단했다. 남아있는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충전 시기를 결정하며, 부산으로 내려갈 때는25% 이하가 남았을 때 충전을,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50% 이하가 남았을 때 충전하는 것이다. 충전 시간과 효율을 체크하기 위한 것인데, 본래대로라면 이를 통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전기차를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다’를 증명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그 예언대로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처음부터 난관이라니사실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출발 전날 발생한 업무로 인해 배터리 용량 25%를 사용했고, 주차 공간에는 충전기도 없었다. 100% 충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되면 장거리 주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전기차가 있는 집이라면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한 뒤 그대로 출발했다. 새벽이라 도로에 자동차가 몇 대 없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해야겠다. 이제 부산까지 40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하는 것이다.

내려가는 동안 잠시 재규어 I-페이스의 주행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고급스러운 전기차’라는 느낌이 한 번에 온다. 그리고 다른 전기차와 차이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소음이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조용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막상 주행해 보면 바람소리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등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더 시끄러운 상황이 오기도 한다. I-페이스는 그 소음을 조금 감소시키고 있어서 약간의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주행 거리가 200km가 안 될 즈음에 첫 번째 충전지인 충주휴게소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 환경부에서 설치한 급속 충전기다. 급속 충전을 선택한 후 완전 충전을 기대했는데, 환경부의 충전기는 40분 동안만 급속 충전을 한 뒤 강제로 종료해 버린다. 처음에는 이를 몰랐기에 ‘배터리가 50% 충전되면 강제 종료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옆 자리가 비어있고 다른 전기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2차 급속 충전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은 제법 길다. 그 시간 동안 잠시 피로를 달래니 다음 휴게소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는85%의 전기가 확보되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휴게소에서 터졌다. 분명히 코드를 물리고 충전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한 후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자리를 비웠는데, 충전 종료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단 1%도 충전이 되지 않은 것이다. 초기에는 충전되는 듯 반응하던 충전기가 몇 십 초가 지난 후 에러를 일으키며 작동을 거부하는 것이었다.남아있는 전기로는 다음 휴게소까지 이동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옆에 비어있는 다른 충전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이 이 충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는데, 충전 시작 후 10 분 정도 지나자 현대 코나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접근한 후 고장난 충전기를 붙잡고 씨름을 시작했다. 자리를 비워주고 싶어도 충전이 덜 된 상태로는 다음 휴게소까지도 갈 수 없었고, 결국 코나가 충전기를 포기하고 다음 휴게소로 출발했다. 그 차가 무사히 충전할 수 있었기를 바랄 뿐이다.

최종 목적지는 부산 해운대. 비록 여름은 아니지만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대교의 풍경, 그리고 동백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여유가 좀 더 있다면, 영화 ‘블랙 팬서’에서 검은 고양이가 헤집고 다녔던 광안리 주변을 돌아봐도 좋다. 여러 사건을 겪었지만 두 번의 충전을 통해 해운대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이제는 쉬고 싶지만, 일단 충전부터 시작해야 마음 편히 부산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여행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충전기를 찾는 모험이 되어버렸다.충전기를 찾아도 문제가 된다. I-페이스는 DC 콤보 방식을 사용하는데, 부산에서 충전기 자체를 찾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가는 곳마다 다른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쉐보레 볼트 EV였다. 결국 기다리다가 지친 사진기자의 절규가 들려오고, 그것을 뒤로 한 채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아껴가며 ‘벡스코’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 지하에 있는 한전의 고속 충전기에 물리는 순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녀석을 보면서 기쁨의 “만세!”를 불렀다.

운전자의 밥보다 자동차의 전기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에 절규도 해 보지만, 전기차이기에 어쩔 수 없다. 이제 자동차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했으니, 식사 시간을 한참 지나는 바람에 신경이 예민해진 두 명의 배도 채워야 한다. 멀리 가기도 힘들어서 벡스코 근처에서 적당히 검색한 보리밥 식당을 선택했는데, 뜻밖의 정답이었던 것 같다. 신선한 반찬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사진기자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시간을 가졌다.졸음운전은 없다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서울로 올라올 때는 충전 전략을 바꿨다. 그 결과 나름대로의 여유가 생겼는데, 만약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한다면 이렇게 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1회 40분 고속 충전으로 약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거리를 계산하고, 종종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충전하는 것이다. 충전기의 작동 상태와 이용 차량의 숫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며 가능한 한 스트레스 없는 여행을 하기 위한 결론이다.그 결과 I-페이스에서는 50% 이하로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충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설령 충전기가 모두 불량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도 다음 휴게소까지 갈 수 있는 전기는 남아있기에 나름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들어간 휴게소의 충전기가 모두 불량이었기에 재빨리 그곳을 나와 다음 휴게소인 경산휴게소에서 충전을 진행한다는 선택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시간 낭비도 적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경휴게소에서 고속 충전을 진행한 후 최종 목적지인 서울까지 무사히 올라올 수 있었다. 강행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충전하는 동안 잠을 청하는 등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피로를 느끼지는 못했다. 전기차라는 특성으로 인해 장거리 주행 중 강제로 여유가 생기는 것이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시간이 금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것이다.재규어 I-페이스는 정말 잘 만든 전기차다. 외형과 실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전기차라고 볼 수 없는 높은 완성도,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힘을 끌어내는 전기모터와 고속 주행 중에도 안정적인 차체,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고 얕은 개울도 건널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전기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강행군만 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SPECIFICATION재규어 I-페이스길이×너비×높이 4700×1895×1560mm휠베이스 2990mm엔진형식 전기모터최고출력 400ps최대토크 71.0kg·m구동방식 AWD가격 1억2800만원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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