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US JANUS, SONATA N LINE

  • 기사입력 2020.11.26 15:52
  • 최종수정 2021.06.28 13: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쏘나타 N 라인은 ‘운전의

재미는 없지만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쏘나타’라는 변명을 그대로 저 멀리 날려버린다. 아무도 같이 탑승하지 않는 그 순간, 당신은 도로를 지배하는 야누스가

될 수 있다.

정말 오랜만에 서킷에 왔다.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쏘나타 N 라인을 만들었다고 하더니, 이번에 그 쏘나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서킷을 빌리고 모든 운전자들에게 더 밟을 것을 요청했다. 평소엔 그러지 않더니, 이번만큼은 각오가 대단한가 보다. 그리고 그만큼 이 쏘나타 그리고

고성능을 지향하는 N 브랜드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거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아침도 일부러 적게 먹고 하루 종일 차를 흔들어 댈

각오를 했다.

쏘나타 N 라인은 이름 그대로 ‘짜릿함을

줄 정도의 고성능’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굳이 형제 모델을

찾자면 기아자동차가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 K5 GT가 있고, 경쟁

모델이라고 하면 혼다 어코드 2.0 터보 정도일 것이다(물론

출력 차이는 있다). 양산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서킷 한 바퀴를 돌자마자, 이 쏘나타에 대한 모든 의심은

환호와 찬사로 바뀌었다. 서킷을 주행했으므로 이번에는 ‘주행

성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

달리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도 형태를 달리 가져간 곳이 있으니 간단하게 살펴봐야겠지. 제일

큰 변화는 쏘나타 특유의 ‘파라메트릭 쥬얼 그릴’이다. 센슈어스 모델만 해도 삼각형 패턴이 꽤 크게 만들어졌는데, N 라인은

그 삼각형의 크기를 줄이고 쐐기 형태로 만들어 날렵함을 강조한다. 좌우의 에어 인테이크도 커졌고, 그릴 하단에도 별도의 에어 인테이크가 있어 ‘달리기 위한 모델’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리어 스포일러도 검은색으로 다듬었고, 리어 범퍼 하단 양쪽에 머플러를 당당하게 내놓고 있다.

실내도 준비만전이다. 스티어링 휠은 형태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스티치의 색상을 바꾸고 N의 엠블럼을 새긴 것만으로도 달라진 느낌이

든다. 그 너머에 있는 디지털 계기판은 유온과 토크 환산 그리고 부스트 게이지를 품고 있어 ‘주행이 중요한 모델’임을 상기시킨다.

등받이에 N을 새긴 세미 버킷시트는 ‘굳건한

자세로 코너를 공략해볼 것’을 요청한다. 세단 모델답게 실용성과

편리함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달리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대략적인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제법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다가 곧 잦아든다. 일상 주행을 고려해서 엔진음을 억제한 것이겠지만,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또는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면 제법 걸걸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액티브 사운드도 갖췄다고 하는데, 운전 중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들 때문에 명확한 구분은 어려웠다. 그보다는

배기음이 더 인상적이다.

과거에는 고성능 자동차에서 겨우 볼 수 있었던 ‘론치 컨트롤’을 이제 쏘나타 N 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사용하기도 꽤 간편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두고

자세 제어장치를 끈 뒤 브레이크를 밟고 그 뒤에 가속 페달에 강하게 힘만 주면 된다. 조건만 맞으면

계기판에 안내 문구가 뜨고 그 뒤에는 브레이크만 떼면 그만이다. 그 동안 복잡한 방법 때문에 론치 컨트롤을

못 쓰던 운전자들이 많았을 텐데, 이제는 어디서든 로켓 스타트가 가능할 것 같다.

론치 컨트롤을 썼을 때의 가속 감각은 무시무시하다. 전방에 장애물도

없으니 가속 페달은 바닥까지 밟은 상태로 오롯이 속력을 그리고 변속 시 등을 밀어주는 감각을 느껴본다. 물론

세상에는 쏘나타 N라인보다 더 무시무시한 출력과 가속 감각, 정밀한

론치 컨트롤을 가진 차들이 존재하지만, 세단의 편안함과 다루기 좋은 출력 그리고 가격을 동시에 만족하는

차는 적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짜릿한 가속에 빠져있을 때 즈음, 서킷으로 진입하라는 신호가

울렸다. 본격적인 시험 무대인 인제 스피디움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오르막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코너링 성능이 좋다고 해도

급경사에 가까운 오르막을 극복할 출력이 없다면 좋은 주행 느낌을 낼 수 없다. 게다가 쏘나타 N라인은 앞 바퀴를 굴리는 모델이라 오르막에서 꽤 불리하다. 탑재된

엔진과 변속기, 전자장비가 제대로 일을 해 주기를 바랄 수 밖에.

코너를 돌자마자 나오는 급경사를 오르니, 그 동안 성능을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고성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가뿐하게 오르는데다가, 코너에서 보여주는 거동 제어도 제법이다.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앞 바퀴를 굴리는 모델은 아무래도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기 마련인데, 쏘나타 N라인은 그 자체를 잡아내고 있다. 그래서 안심하고 가속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성능도 제대로 느껴진다.

엔진 성능도 성능이지만, 무엇보다

8단 DCT가 물건인 것 같다. 불과 3년 전에 기아 스팅어를 시승하면서 ‘가속에는 잘 대응하지만 감속에는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그 사이에 칼을 갈았는지

코너에 진입하기 전 이루어지는 다운시프트에도 바로 대응해 준다. 물론 엔진의 레드존을 넘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이지만, 회전 허용 범위가 크게 증가해 그만큼 코너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서스펜션도 브레이크도 모두 스포츠 주행을 고려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서스펜션

세팅의 훌륭함은 이미 현대차 내 다른 N라인 모델을 시승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가족이 같이 탑승하는 쏘나타가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고려한’ 서스펜션을 자랑하고 있으니 새롭게 느껴진다. 브레이크도 믿음직스러운데, 직선에서 약 170km/h에 도달한 후 코너 진입 전 강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도 페이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은 CF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N 파워 쉬프트’를 느끼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변속 대신 일부러 약간의 충격을 주면서 변속감을 강화하는 것인데, 설명서를

보니 조건이 꽤 까다롭다. 가속 페달을 90%이상 눌러야

발동하는데, 기본적으로 꽤 높은 출력을 갖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페달을 누를 일이 적다. 주행 모드와 조합해서 발동 조건을 좀 더 완화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쏘나타 N 라인과 함께 한 하루가 끝났다. 제한 속도를 지킬 필요가 없으니 오랜만에 오른발에 제대로 힘이 들어갔고, 몸을

지지하기 위해 왼발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의외로 체력 소모는 적었다. 생각해 보니 세미 버킷시트가 워낙 상체를 잘 잡아주는데다가 기본적으로는 편안한 세단을 지향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고성능 모델인데도 통풍 시트 등 세단의 편의장비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아마도 많은 가장들이 이 차를 노리고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젊은

혈기가 있고 스포츠카의 짜릿함을 원하지만, 같이 타는 가족들을 생각해 스포츠카 대신 중형 패밀리 세단을

골라야 하는 가장들 말이다. 혼자서 주로 타게 되는 출퇴근길, 어쩌다가

일이 밀려 조금 더 늦게 퇴근하게 되면, 약간 한가해진 도로에서 어느 새 오른발에 힘을 주며 신나게

달려갈 것이다. 그렇게 일상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줄 수 있는, 쏘나타 N라인은 그런 자동차다. 

SPECIFICATION _ HYUNDAI SONATA N LINE

길이×너비×높이  4900×1860×1445mm

휠베이스 

284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2497cc  |  최고출력  ​​290ps

최대토크 

​​43kg·m  |  변속기  8단 DCT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0.9km/ℓ  |  가격  3642만원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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