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보조 시스템이 오히려 운전자를 해친다면?

  • 기사입력 2020.11.25 14: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제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주행 시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운전 보조 시스템(ADAS)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장거리 주행 또는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덜 수 있고,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차선 이탈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래서

곧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율주행이 아니기에 운전자가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운전 보조 시스템이 오히려 운전자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IIHS(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에서 MIT 에이지랩(AgeLab)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러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먼저 자원봉사자 20명을 모집, 10명에게는 ACC(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만 적용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나머지 10명에게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적용한 ‘볼보 S90’을 빌려주었다.

SAE에서 구분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5단계로 구분되는데, 주행 속도와 앞 차와의 거리만을 조절하는 이보크의 ACC는 레벨 1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차선 이탈까지 방지하는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레벨 2 수준이다. 미국에는 아직까지 레벨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양산형

자동차가 없다. 따라서 캐딜락의 ‘슈퍼크루즈’ 수준은 아니어도,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최고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셈이다.

자동차를 처음 받았을 때는 두 그룹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직접

운전하거나 또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사용할 때도 차선 이탈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빈도가 동일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면서 두 그룹간의 차이는 명확해졌다. 특히 ACC만

있는 이보크의 운전자들보다 파일럿 어시스트가 있는 S90의 운전자들이 더 심각해졌다. 운전 시 전방 상황에 집중하지 않거나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 달리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IIHS의 수석 연구원인 이안 리건(Ian

Reagan)은 “한 달이 지나면서 운전자들이 파일럿 어시스트에 익숙해졌고, 그러면서 이탈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확률이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12배 이상 높아졌다”라고 덧붙였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부터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를 대체할 수

없다’라고 고객들에게 인지를 시키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ACC만 작동하는 이보크도 문제는 있었다. 일반적인 운전을 할 때와는 달리 ACC를 사용하는 동안은 운전자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빈도가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ACC에

익숙해져도 문자 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위험 증가 요소가 더 자주 발생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S90과는 달리 스티어링 휠에서 양 손을 떼는 빈도도 훨씬 적었다. ACC에

차선 이탈 방지를 결합하는 것이 꼭 안전운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IIHS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모아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운전자가 전방 상황에 집중하게 만드는 강력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신차 평가 프로그램’을 추가하면서

이러한 안전 장치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등급 또는 표준에 대한 논의가

없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도 좋지만, 그 전에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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