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S8, 절제의 미

  • 기사입력 2020.11.24 15:43
  • 최종수정 2021.06.28 13: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속담인가? 아우디는 잘 알고 있다.

F세그먼트에 풀사이즈 세단이다. 아우디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 숫자 8을 허락했다. 분명 사장님들이 탈 텐데 계속 밟게 된다. 사실 달리고 싶어 달린 게 아니라 이렇게 높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몰랐다. 환상적인 고속안정감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A8을 시승하면서 고속안정감 부분에 아쉬움을 이야기한 적 있었다. A가 S로 바뀌니 비로소 대학 시절에 느꼈던 아우디가 되었다. 무조건 단단하게 하체를 조이지 않고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격한 움직임에 대처를 잘 하는, 그리고 고속에서 무게중심을 낮출 줄 안다. 여기에 어쿠스틱 글라스로 풍절음도 꼼꼼하게 막아주니 캐빈룸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S8의 S는 스포츠에서 따온 줄 알았다. ‘Soverein Performance(최고의 성능)’의 S다. 여하튼 고성능 모델에 붙여진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사용되는 V8 4.0ℓ 터보 엔진이 달렸고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된다.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괴력을 네 바퀴에 전달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9초, 최고시속은 250km에 묶여 있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S가 아닌 RS 배지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면 왜 RS8이 아닌 S8까지만 존재할까? 

짐작은 할 수 있다. 라이벌 브랜드라 할 수 있는 BMW와 메르세데스의 기함을 살펴보자. 먼저 이 장르의 왕좌에 앉아 있는 S클래스는 RS급이라 할 수 있는 S63 AMG가 있다. 허나 BMW에 M7은 없다. M760Li라는 슈퍼 세단이 존재하지만 진정한 M카는 아니다. 모두 타 본 경험에 의하면 대형 럭셔리 세단에 스포츠성이 강하면 별로였다. E세그먼트 크기까지가 초고성능을 담는 마지노선 같다. S63 AMG의 경우 같은 배기량을 가진 S560보다 파워풀하고 거칠다. 서스펜션 역시 너무 타이트해 기대했던 S클래스다운 승차감을 잃었다. BMW M760Li는 브랜드 수장의 품위는 지키면서 엄청난 힘을 부드럽게 노면에 전달해 매력적이었다. 아우디 S8은 M760Li와 같은 결이다. 절제의 미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물론 아우디는 RS8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허나 이 차 구매층의 연령과 성향을 생각해 봤을 때 이러한 세팅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말 좋은 결정이다. 마음에 쏙 든다. 장르 본연의 색을 지키면서 살짝의 자극만 붓칠했다.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아봐도 촐싹거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엔진 리스폰스가 굼뜨지도 않는다. 보이지 않는 최상의 접점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 출력이 출력이니만큼 가속력은 매콤하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덤비지도 못할 힘을 도로에 뿜어낸다. 이에 맞춰 변속기도 변속 충격을 숨기고 빠른 변속 속도로 보답한다. 

긴 휠베이스에 무거운 중량이지만 코너 실력을 보고 싶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그 농도가 연하다. 벗어난 범위를 스로틀 양만으로 줄일 수 있다. 타이어 스키드음을 쉽사리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횡그립이 끈적해 진입과 탈출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다. 복합 코너에 차를 던져봐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섀시가 엉키지 않고 박자를 잘 맞추며 안정적인 거동으로 복귀한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엉덩이가 춤추지 않는다. 

브레이크 시스템이 성능에 알맞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보통차와 같고 스트로크는 그리 길지 않다.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기 편하며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현상을 잘 잡았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들어가도 페이드 혹은 베이퍼록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상위 계층이 가져야 할 기본기다. 

차를 잠시 세우고 커피 한 잔과 함께 감상해 본다. 패밀리룩이 때론 지겨울 수도 있는데 S8은 새롭다. 노멀 A8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분위기가 다르다. 단순히 젊고 스포티해 보이는 것을 넘어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데 그냥 더 비싸 보인다. 반짝반짝 크롬은 블랙 하이글로시로 바꾸고 조금 더 날렵한 에어로파츠를 보디에 둘렀다. 크지 않지만 작은 S8 배지로 운전자의 어깨는 더욱 당당해진다. 사이드미러는 무광 실버로 처리한 점도 일반 모델과의 차이다. 휠은 21인치가 꼽혀 있는데 차체 크기에 잘 어울린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빨간색 캘리퍼는 림을 꽉 채우는데 크기가 여태 본 것 중 가장 크다. 아니 거대하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정갈하다. 대부분의 버튼들을 터치 디스플레이 안으로 모조리 집어 넣어 최신 자동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고성능 모델 티를 내기 위해 군데군데 카본 파이버 트림으로 꾸몄다. 최고급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가늘고 그립감이 좋다. 시트 역시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퀼팅 스티치로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사이드 볼스터도 있어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고성능 배지가 붙었지만 이 녀석은 휠베이스가 3m가 넘는 풀사이즈 세단이다. 뒷좌석에 앉아 보자. 레그룸이 여유로운 것을 넘어 광활하다. 키 큰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공간이 남는다. 당연히 헤드룸도 넉넉하다. 참고로 S8은 전 좌석에 히팅, 쿨링, 마사지, 그리고 메모리 기능을 품고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아우디의 영원한 파트너 뱅앤올룹슨이다. 모든 영역에서 일을 열심히 해 간단한 이퀄라이징만으로 원하는 장르를 어렵지 않게 소화한다. 최고 수준의 달리는 음악 감상실이다. 때로는 수입차 플래그십에서 옵션으로 장난 치는 경우가 있는데 아우디는 착하게 S8을 가지고 왔다. 

결론을 내자면 아주 좋은 차다. 기획 의도부터 마무리까지 순탄했다. 플래그십이 필요한데 정말 살짝, 진짜 살짝만 스포티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예를 들면 이 정도 차를 타는 운전자라면 연령대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주말에 골프 모임도 있을 것이다. 라운딩 동반자들 대부분 에쿠스 아니면 S클래스를 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자기 차에 태우고 필드로 향한다. 이때 주변 친구들과 다른, 뭘 좀 아는 친구로 인식될 수 있는 차다. 그들은 분명 S63 AMG를 태우면 승차감이 자기 차보다 별로라고 하면서 비웃을 것이다. 안락한 승차감은 누리면서 가속 페달만 지긋이 밟으면 동승객들 입에서 탄성이 나올 거다. 이렇게 빠른 차는 처음 타봤을 테니까.    

SPECIFICATION _ AUDI S8 길이×너비×높이  5310×1945×1485mm 휠베이스  3128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571ps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2km/ℓ 가격  ​​​​​​2억50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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