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OMEONE, BMW X6 M50i

  • 기사입력 2020.11.20 16:55
  • 최종수정 2021.06.28 13:2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만만하지 않은 파워를 만만하게 볼 수 있다. 

수많은 차들이 있다. 그 중 한 모델에는 다양한 트림이 있다. 똑같은 바탕에 효율 혹은 고성능이라는 테마로 그림을 완성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춘다. 개인적으로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트림이 있다. 바로 ‘끝판왕’ 바로 밑에 위치한 트림이다. BMW로 예를 들어보자면 과거 E39 540i나 E46 330i 쿠페 등과 같은 차들이다. 기왕이면 돈을 조금만 더 보태어 M카를 사면 되지 굳이 이도저도 아닌 차에 돈을 쓰는 것에 공감할 수 없었다. 허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가격대이기에 그들이 돈이 모자라서 그러진 않았을 테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과 경영진들이 어느 한 제품을 내는 이유는 타겟이 있다는 것. 그 타겟은 현명한 소비를 했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차 BMW X6 M50i(이하 X6)를 만나 본격적인 M카가 아닌 이 트림의 매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은은한 브라운과 골드 컬러가 오묘하게 섞인 페인트를 입은 X6다. 거대한 덩치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뽐내기에 충분하다. 하나로 이어진 키드니 그릴은 차체 사이즈에 걸맞게 큼지막하고 가변 셔터를 달아 워밍업 타이밍을 당기고 냉각이 필요할 때는 플랩이 열린다. 심지어 이 콧구멍은 밤에도 빛난다. 헤드램프는 레이저로 전방 500m까지 밝힌다.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측면 실루엣이다. 쿠페형 SUV의 유행을 선도한 모델답게 라인이 끝내준다. A필러에서 시작해 해치 리드까지 날렵하게 그려 미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1세대 X6는 눈에 익지 않아서인지 X5를 억지로 쿠페로 만든 느낌이 조금 있었는데 이제는 X5와 X6까지 감안하고 디자인한 노력이 보인다. 이 장르는 BMW를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 사이드미러는 무광 실버로 마무리해 특별한 트림임을 강조하고 휠은 22인치로 차의 크기에 알맞다. 자리를 옮겨 엉덩이를 감상할 시간이다. 위로 들려 있는 타입이지만 시각적인 안정감은 잃지 않았다. 고성능 모델답게 머플러 커터는 사각으로 빚고 리어 범퍼에 매립해 놨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운전자 중심 레이아웃의 센터페시아는 전형적인 BMW 인테리어지만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대시보드를 포함해 손과 눈이 닿는 모든 곳을 가죽으로 감쌌다. 촉감도 좋아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다. 스티어링 휠은 M 스포츠의 것이라 두툼해 잡는 맛이 좋고 노멀 버전 보다 훨씬 예쁘다. 시트는 본격적인 버킷 타입은 아니지만 사이드 볼스터가 있어 코너에서 운전자를 어느 정도 잡아주고 푹신푹신해 장거리 주행에도 피곤하지 않다. 시트만 보더라도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뒷좌석은 어떨까? 우선 쿠페형이라 헤드룸이 걱정된다. 키 180cm 성인 남자가 앉았을 때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는다. 다행이다. 레그룸은 넉넉하다. 등받이도 적당히 누워 있어 편안하다. 트렁크 용량은 580ℓ이며 2열을 폴딩하면 1525ℓ까지 확장된다. 리어 시트를 접지 않아도 골프백 3개는 쉽게 들어가며 테트리스를 잘 한다면 4개도 실을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장비도 알차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냉온 기능이 있는 컵홀더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굳이 음료수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놓고 쿨링 버튼을 누르면 과열을 막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생활의 질이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지금 산 바닐라라떼를 얼음이 녹기전 허겁지겁 마실 필요 없으니까. 이외에도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인포테인먼트를 조작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도 고급차를 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오디오는 바워스 앤 윌킨스인데 중저음과 고음 처리하는 실력이 준수해 간단한 이퀄라이징만으로 원하는 장르에 최적화시킬 수 있다.   

이 녀석과 비슷한 놈을 몇 달 전 만났었다. 바로 X6 M50d다. 그 녀석의 매력은 타보지 않아도 분명했다. 세계 유일 터빈 네 발을 달고 있는 초고성능 디젤 엔진이다. 고급 휘발유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유류비 걱정이 아닌 귀찮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얘는 그렇지 않다. 비싼 기름만을 먹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과거F10 시리즈 M5와 550i의 차이점은 출력도 있지만 변속기가 달랐다. M5는 듀얼 클러치를, 550i는 토크 컨버터 타입을 사용했다. 컴포트에 조금이라도 더 포커스를 두고 싶다면 M5보다 550i를 선택했다. 허나X6 M50i와 X6 M은 하드웨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X6 M은 아직 타보지 못한지라 비교할 수도 없는 상황. 진짜 이 녀석만의 매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먼저 파워유닛은 이러하다. V8 4.4ℓ 트윈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힘을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3초, 최고시속은 250km에 묶여있다. 스펙만 보면 M카의 자격이 충분한데 진정한 M 배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밟아보자. 

괴물처럼 나간다. 고성능이라고 자부하는 그 어떤 차도 X6 M50i를 추월하기 힘들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파워를 지녔다. 고속에서도 힘은 남아돈다. 놀라운 것은 이 어마어마한 파워를 쉽게 쏟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출력의 수치만 놓고 봤을 때 보통 운전자가 다루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소프트웨어 로직이 기가 막히게 친절하다. M카와 차별점이다. 최근 M카가 아무리 편해지고 다루기 쉬워졌다 한들 M은 M이다. 신경질적인 차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 M 오너들의 프라이드다. 이러한 자존심이 필요 없다면 X6 M50i로 여유롭게 고출력을 즐기면 된다. 

코너링 실력도 보자. 우선 차고가 높다. 때문에 시트포지션이 높아 겁이 나지만 세상에서 가장 스포티한 SUV를 만드는 브랜드를 믿고 대시한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그 농도가 진하지 않다.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벗어나는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복합 코너에 들어가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도 매끄럽다. 서스펜션 튜닝이 잘 되어 있어 코너링은 물론 고속안정감도 뛰어나다. 승차감을 베이스로 급격한 스티어링에 중심을 잘 잡아 일상 영역에서 만족도가 높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의 무게, 그리고 출력을 채찍질하기에 충분하다. 원하는 만큼의 제동이 가능하고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와 같은 현상을 잘 잡았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걸려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열에 강한 스포츠 패드를 껴놓은 것 같은데 저속에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기특하다. 거기에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고 차체 거동이 무너지지 않는다.   

시승은 끝났다. 예상한대로 역시나 잘 나간다. 웬만한 M카는 다 타봤는데 확실히 결이 다르다. 잘나가는 것은 매한가지이나 성격이 폭력적이지 않다. 싸움 잘 하는데 신앙의 힘으로 절대 싸우지 않는 순둥이다. 말했듯이 X6 M은 아직 타보진 못 했지만 스티어링 휠에 달린 빨간 버튼 누르면 분명 깡패가 될 것이다. 타겟은 이렇게 나눠질 것이다. 고출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하고 싶은 이와 고출력을 스릴 있게 사용하고 싶은 이로. 둘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다. 기호에 맞출 뿐이다. 그래도 고민된다면 집에 M3가 있으면 X6 M보다는 X6 M50i가 나은 선택일 것 같다. 난 두 대 중 아무거나 줘도 좋다. 그래 X6 30d라도 좋다.  

SPECIFICATION _ BMW X6 M50i길이×너비×높이  4935×2005×1695mm휠베이스  2975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530ps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7.0km/ℓ  |  가격  1억494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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