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VS COLD, 마세라티 르반떼 S VS 포르쉐 카이엔 쿠페

  • 기사입력 2020.11.17 10:16
  • 최종수정 2021.06.28 13: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쿠페형 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독일 빅3 브랜드보다 위에 있는 두 브랜드의 이 장르 해석은 이러하다.  # EXTERIOR
자동차의 세계에서 장르가 서로 겹치는 ‘크로스오버’가 등장한 지도 꽤 오래 됐지만, 쿠페형 SUV라는 장르는 필자에게 아직까지 생소한 영역이다. 어느 하나에 완전히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키메라’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외형 그 자체로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서 걷지 않는다면, 차체의 상단부터 중단까지를 볼 때 느껴지는 날렵함을 즐기게 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르반떼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미 등장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외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이 살아난다. 전면의 거대한 그릴과 그 중앙에 당당히 자리잡은 특유의 삼지창 엠블럼만 보고 있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릴 옆에 가늘면서도 날카로운 눈썹을 가진 헤드램프가 있고 그 아래에는 원형 안개등이 있는데, SUV가 아니라 WRC에 도전하는 스포츠카의 전면을 보는 것 같다. 

전면도 그렇지만 측면은 더 아름답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B필러부터 자연스럽게 떨어져 내려가는 루프 라인이다. 굳이 쿠페임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만든 것은 아마도 스포츠카 브랜드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리라. 그런데도 실내에서 불편함이 없는데, 자세히 보면 떨어지는 라인 안쪽에 별도의 루프가 있어 디자인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C필러에 있는 삼지창 엠블럼과 루프 라인으로 인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카이엔 쿠페는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단순히 카이엔에서 지붕만 깎아낸 모델인 줄 알았는데, 아예 새로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911이 그대로 SUV가 되었다고 할까? 물론 문 두 개와 네 개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파나메라 보다는 911의 느낌이 더 강하다. 차체 크기와 창문의 크기, 그리고 지붕의 높이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지붕도 일반 카이엔 모델보다 조금 더 낮게 만들어졌다. 

쿠페 모델에 어울리는 액티브 리어 윙도 갖고 있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만 돌출되는 리어 윙은 일반 카이엔 모델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장치다. 게다가 다른 모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색상인 ‘라바 오렌지(Lava Orange)’가 꽤 아름답다. 이 밝은 색상만으로도 포르쉐가 카이엔 쿠페에 할 수 있는 기교는 다 부렸다고 느낄 정도다. 카이엔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던 테일램프의 디자인도 카이엔 쿠페에서는 꽤 잘 어울린다.

두 모델 모두 SUV지만 달리기를 강조하고 있기에 차체에서 튀어나온 펜더를 갖고 있다. 뒷모습을 강조하는 두툼한 리어 펜더만으로 비교를 하면, 르반떼가 카이엔 쿠페보다 살짝 앞서 있고 자동차의 전체적인 자세도 꽤 당당하게 그려진다. 반면 여기에서 시선을 약간 돌려 펜더 아래의 휠하우스로 이동하면, 휠하우스가 허전해 보이지 않는 카이엔 쿠페가 더 우선권을 갖는다. 르반떼는 느낌상 트로페오 모델을 갖고 와야 휠하우스가 꽉 찰 것 같다.

# INTERIORSUV라고 하면 아무래도 동급의 세단 등 다른 모델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기대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그렇다. 그런데, 그 SUV에 쿠페의 디자인이 입혀졌다고 하면 넓은 실내 공간이 만들어질 것 같지 않다는 의구심이 든다. 쿠페 모델들이 대부분 낮게 깔리는 형태의 루프를 갖고 있어 2열 헤드룸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화물을 적재하는 트렁크와 관련된 문제도 있다. 

르반떼는 실내 넓이에서 불리함을 안고 시작한다. 언뜻 보면 5m가 넘는 차체에 휠베이스도 3m나 되니 넉넉한 실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스포츠카의 느낌을 내기 위해 두툼한 세미 버킷 시트를 가진 데다가 가죽도 두툼한 것이 들어가서 그만큼 실내가 좁아져 간다. 몸에 딱 맞는 스포츠카를 원한다면 좋아할 만한 구성 요소지만, SUV는 1열뿐만 아니라 2열도 중요하기 때문에 점수를 조금은 깎아먹는 요인이 된다. 

그래도 약간 좁은 것 같은 레그룸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불편함이 없다. 특히 떨어지는 루프 라인에도 불구하고 2열에서 제법 넉넉한 헤드룸을 확보했다는 것은 확실한 가산 요소다. 열선 시트와 별도의 에어컨 조작 버튼 등 편의장비도 제법 잘 갖춰놓았다. 트렁크는 골프백 두 개 정도를 적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쿠페 형태의 테일게이트로 인해 그 위로 싣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카이엔 쿠페는 생각보다 넉넉하다. 길이도 휠베이스도 르반떼보다 짧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제법 잘 이루어져서 공간이 꽤 넓게 느껴진다. 이제 계기판에서 5개의 아날로그 원은 사라졌지만, 아직 한가운데 회전계를 포함하는 원이 남아있으니 괜찮다. 포르쉐 특유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언제 잡아도 만족스러움을 제공한다. 1열 센터 콘솔에 있는 손잡이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동승객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르반떼와 동일하게 세미 버킷 시트를 갖고 있어서 과격한 주행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질 일이 없다. 그리고2열로 이동하면, 기존 카이엔과 거의 비슷한 넓이로 공간이 확보된다. 레그룸도 생각보다 확보되어 있으며, 지붕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헤드룸도 제법 넉넉하다. 트렁크 공간은 르반떼와 거의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사각에 가까워진 형상으로 인해 화물을 적재하기가 좀 더 용이한 것 같다. 독일 출신 모델다운 깔끔함이 느껴진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감성적인 면에 있어서 르반떼가 카이엔 쿠페보다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패키징에 있어서는 카이엔 쿠페가 훨씬 더 좋지만, 르반떼는 고급 가죽은 물론 ‘에르메질도 제냐’의 고급 소재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양복 재질로 일부를 장식한 시트는 고급스러움도 강조하고 더불어 부드러운 착석감을 보장할 것이다. 보석을 담은 것 같은 아날로그 계기판도 왠지 모르게 디지털 계기판보다 더 좋아 보인다.# PERFORMANCE비교 시승의 꽃 주행 테스트 시간이다. 두 대의 심장 크기는 같다. 모두 V6 3.0ℓ 터보 엔진이다. 변속기도 ZF 8단 자동 유닛으로 같다. 먼저 르반떼는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1kg·m의 힘을 가지고 있고, 카이엔 쿠페는 그보다 약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파워를 지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르반떼가 5.2초, 카이엔 쿠페는 6.0초다.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는 숫자일 뿐, 실제로 달려 보자. 

90마력을 더 가진 르반떼의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는다. 6기통이지만 풍부한 부밍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튀어 나간다. 폭발적이라 할 수는 없으나 2t이 넘는 공차중량과 배기량을 감안하면 훌륭한 가속력이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엔진 리스폰스가 훨씬 빨라진다. 터보랙이 살짝 느껴지지만 불만은 없다. 단숨에 스로틀을 개방하면 터보랙 없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고속에서도 힘은 부족하지 않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어있는 상태에서 가속과 재가속을 반복해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안정적으로 출력을 도로에 내뱉기 때문에 식은땀이 나지는 않는다. 8기통 엔진이 마세라티 배지에 더 잘 어울리겠지만 이 정도 출력이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르반떼에 비해 살짝 겸손한 출력을 가진 카이엔 쿠페는 어떨까? 옮겨 타자마자 이상하다. 분명 르반떼 보다 출력이 낮은데 더 잘나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하체 세팅이 더 단단하고 스티어링 기어비가 더 촘촘해 그렇게 느껴진다. 허나 실제로 같이 달려봐도 비슷하다. 포르쉐 이름값인가? 엔진 반응도 더 빠릿빠릿하고 변속기의 체결감도 더 깔끔하다. 이 정도 무게에 300 중반 정도 되는 출력으로 이러한 전진은 경이롭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도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단단한 줄만 알았던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불규칙한 노면을 부드럽게 처리하며 캐빈룸의 평화를 지킨다.   

물론 르반떼의 서스펜션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세팅이지만 버튼으로 댐퍼의 감쇠력을 꽉 조이면 코일오버 서스펜션을 장착한 튜닝카처럼 느껴진다. 스포츠카처럼 노면을 읽고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참고로 스포츠 주행에 있어 무조건 단단한 것이 장땡은 아니다. 노면이 고른 서킷에서는 롤링을 억제하면서 재밌게 탈 수 있겠지만 국내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트랙션 확보에 어려움이 생겨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르반떼는 하체에 긴장감이 없을 때 더 안정적이며 매력적이었다. 

우람한 덩치의 두 녀석이지만 스포츠카 가문 소속인 만큼 와인딩 실력도 보기로 한다. 이번에도첫 주자는 르반떼다. 코너링 한계는 높다. 웬만한 스포츠 세단 수준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코너 바깥쪽으로 중량이 쏠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코너를 진입하면 처음에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비추다가 가속 페달에 발을 일찍 가져가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를 일으킨다. 과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컨트롤 가능한 정도이기에 운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손쉬운 파워슬라이드가 가능하다. 단, 주행안정화장치를 비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번에는 카이엔 쿠페로 코너에 들이댄다. 코너링 성향은 르반떼와 마찬가지로 언더스티어다. 농도는 더 약한 편이다. 스로틀 개폐량만으로 라인 수정이 용이하다. 르반떼 보다 진입과 탈출 속도가 더 빠르다. 르반떼가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카도 잡을 기세다. 시트 포지션이 높음에도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1도 주지 않는 게 신기하다.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훌륭하다. 반면 주행안정화장치를 꺼도 엉덩이가 날아가지 않는다. 아쉬워야 할지 감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브레이크 성능도 빠지지 않는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옵션이 아니더라도 포르쉐의 브레이크는 언제나 옳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르반떼의 브레이크 시스템도 카이엔 쿠페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SUV로 즐겁게 놀았다. 카이엔 쿠페는 역시 포르쉐였고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르반떼는 예상한 그 이상의 매력을 보여줬다. 카이엔 쿠페 보다 날카로운 맛에서 밀려서 그렇지 부드러운 맛은 더 진하다. SUV를 스포츠카처럼 타고 싶다면 카이엔 쿠페가 정답이다. 반면 퍼포먼스 보단 우아한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르반떼가 어울린다. 때문에 두 대의 소비자가 겹치지는 않을 것 같다.  

SPECIFICATIONMASERATI LEVANTE S길이×너비×높이  5020×1980×1700mm  |  휠베이스 3004mm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79cc  |  최고출력  430ps최대토크  59.2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6.4km/ℓ  |  가격  1억9200만원SPECIFICATIONPORSCHE CAYENNE COUPE길이×너비×높이  4955×1885×1450mm  |  휠베이스 2928mm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67cc  |  최고출력  340ps최대토크  ​​45.9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7.5km/ℓ  |  가격  1억800만원

글 | 안진욱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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