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웠던 모델들 – 현대차 편

  • 기사입력 2020.11.16 15:05
  • 최종수정 2021.06.28 13:2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모든 자동차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지되고, 그러한 자동차들을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그

중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알려진 모델들과 약간의 이야기를 모았다.

포니 쿠페 – 죄송합니다. 역량이

부족해서……

포니 프로젝트는 야심적으로 시작되었던 현대차의 고유모델 프로젝트였다. 1970년대

초 당시 한국의 위상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아시아 지역으로만 한정해도 대만 또는 태국이 한국보다

앞서가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독자 모델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라이선스

생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역시 포드 모델들을 라이선스 생산했었으니 말이다. 한국이 특수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후발 제조사들이 그렇게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현대차가 독자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1950년에 설립된 스페인의 ‘세아트(SEAT)’가 독자 모델을 처음으로 만든 게 1982년이고 그나마도

피아트 모델 기반임을 고려하면 현대 포니는 ‘파격과 혁신’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디자인은 이탈리아 출신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맡았고 엔진과 설계는 일본 미쯔비시가, 양산과

테스트는 영국 출신의 ‘조지 턴불(George Turnbull)’이

맡았다.

지금으로써는 그다지 놀라운 광경도 아니지만, 그 때 당시로써는 4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으니 꽤 놀라운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양산형인 포니와 함께 포니

쿠페 콘셉트가 거의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독자 모델도 제작하기 버거웠을 즈음인데, 그것을 넘어 당시로써는 꽤 멋있는 형태(지금 봐도 멋있는 모델이다)의 쿠페 모델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콘셉트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차는 애초에 이 모델을 콘셉트로만

남길 생각이 없었다. 양산형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였고,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당시 꽤 많은 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매끈한 형태의 쿠페를 역동적으로 주행하도록 만들기에는 엔진 기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국내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1980년에 포니의 3도어 해치백 버전이 등장했다. 일반 모델과는 달리 1열에만 긴 도어 두 개를 갖고 있었으며, 1열 시트 등받이를 젖혀

뒷좌석에 탑승하는 모델이었다. 철판 부분만 열리던 일반 포니와 달리 뒤 유리 부분까지 크게 열리는 방식으로

화물을 수월하게 적재할 수 있었다. 만약 포니 쿠페가 그대로 등장했다면, 자동차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갤로퍼 미니 – 한국 최초의 경형

SUV가 탄생할 뻔……

정확히 이야기하면 갤로퍼는 ‘현대자동차’가 아니라 ‘현대정공’에서

만든 자동차다. 당시 정몽구 사장이 이끌었던 현대정공은 부품을 주로 제작하다가 완성차 업체로 거듭나기를

원했는데, 4륜구동 모델에 주목했고 ‘M-CAR’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을 제작했다. 현재 이 모델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은데, 쏘나타의

전면과 SUV의 후면을 가진 마치 ‘키메라’같은 모델이었다고. 당시의 쏘나타가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와 비슷한 형태로 변모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차는 테스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뉴 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모델의 라이선스 생산을 고려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쓰비시의 SUV ‘파제로’가 풀 체인지를 단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체인지 전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당시 국내에서

소득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4륜구동 SUV 모델의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고, 갤로퍼는 절묘한 시기에 등장하며 베스트셀러로 거듭났다.

당시 갤로퍼의 판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의외로 젊은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다. 그 때만 해도 직장 내에서 위치가 높은 사람보다 더 비싼 자동차를 구매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갤로퍼는 SUV라는 특성을 내세워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SUV는 사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패밀리’가 먼저였지만, 갤로퍼는 압도적인 완성도를 앞세워 어느 새 국내 SUV 시장을 잠식해

버렸다.

갤로퍼가 출시되고 꽤 시간이 지난 후, 상품성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가해졌다. 갤로퍼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모델 출시 계획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국내에서 경형 SUV가 나올 수도 있었다. 당시 미쓰비시에서 만들던 ‘파제로 미니’를 본 엔지니어들이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갤로퍼 미니’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까지 만들었었다. 이 차는 당시 현대차의

경차였던 ‘아토스’의 엔진을 탑재했었고, 반응도 괜찮았었다.

만약 이 때 갤로퍼 미니가 무사히 출시되었다면, 국내에서 경차의 역사가

뒤집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 스즈키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형 SUV ‘짐니’를 부러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 몰아치고 있는 ‘차박’

열풍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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