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웠던 모델들 – 현대차 편
2020-11-16 15:06


모든 자동차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지되고, 그러한 자동차들을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그 중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알려진 모델들과 약간의 이야기를 모았다.


 



포니 쿠페 죄송합니다. 역량이 부족해서……

포니 프로젝트는 야심적으로 시작되었던 현대차의 고유모델 프로젝트였다. 1970년대 초 당시 한국의 위상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아시아 지역으로만 한정해도 대만 또는 태국이 한국보다 앞서가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독자 모델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라이선스 생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역시 포드 모델들을 라이선스 생산했었으니 말이다. 한국이 특수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후발 제조사들이 그렇게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현대차가 독자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1950년에 설립된 스페인의 세아트(SEAT)’가 독자 모델을 처음으로 만든 게 1982년이고 그나마도 피아트 모델 기반임을 고려하면 현대 포니는 파격과 혁신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디자인은 이탈리아 출신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맡았고 엔진과 설계는 일본 미쯔비시가, 양산과 테스트는 영국 출신의 조지 턴불(George Turnbull)’이 맡았다.


지금으로써는 그다지 놀라운 광경도 아니지만, 그 때 당시로써는 4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으니 꽤 놀라운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양산형인 포니와 함께 포니 쿠페 콘셉트가 거의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독자 모델도 제작하기 버거웠을 즈음인데, 그것을 넘어 당시로써는 꽤 멋있는 형태(지금 봐도 멋있는 모델이다)의 쿠페 모델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콘셉트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차는 애초에 이 모델을 콘셉트로만 남길 생각이 없었다. 양산형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였고,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당시 꽤 많은 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매끈한 형태의 쿠페를 역동적으로 주행하도록 만들기에는 엔진 기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국내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1980년에 포니의 3도어 해치백 버전이 등장했다. 일반 모델과는 달리 1열에만 긴 도어 두 개를 갖고 있었으며, 1열 시트 등받이를 젖혀 뒷좌석에 탑승하는 모델이었다. 철판 부분만 열리던 일반 포니와 달리 뒤 유리 부분까지 크게 열리는 방식으로 화물을 수월하게 적재할 수 있었다. 만약 포니 쿠페가 그대로 등장했다면, 자동차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갤로퍼 미니 한국 최초의 경형 SUV가 탄생할 뻔……

정확히 이야기하면 갤로퍼는 현대자동차가 아니라 현대정공에서 만든 자동차다. 당시 정몽구 사장이 이끌었던 현대정공은 부품을 주로 제작하다가 완성차 업체로 거듭나기를 원했는데, 4륜구동 모델에 주목했고 ‘M-CAR’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을 제작했다. 현재 이 모델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은데, 쏘나타의 전면과 SUV의 후면을 가진 마치 키메라같은 모델이었다고. 당시의 쏘나타가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와 비슷한 형태로 변모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차는 테스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뉴 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모델의 라이선스 생산을 고려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쓰비시의 SUV ‘파제로가 풀 체인지를 단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체인지 전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당시 국내에서 소득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4륜구동 SUV 모델의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고, 갤로퍼는 절묘한 시기에 등장하며 베스트셀러로 거듭났다.


당시 갤로퍼의 판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의외로 젊은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다. 그 때만 해도 직장 내에서 위치가 높은 사람보다 더 비싼 자동차를 구매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갤로퍼는 SUV라는 특성을 내세워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SUV는 사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패밀리가 먼저였지만, 갤로퍼는 압도적인 완성도를 앞세워 어느 새 국내 SUV 시장을 잠식해 버렸다.

갤로퍼가 출시되고 꽤 시간이 지난 후, 상품성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가해졌다. 갤로퍼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모델 출시 계획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국내에서 경형 SUV가 나올 수도 있었다. 당시 미쓰비시에서 만들던 파제로 미니를 본 엔지니어들이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갤로퍼 미니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까지 만들었었다. 이 차는 당시 현대차의 경차였던 아토스의 엔진을 탑재했었고, 반응도 괜찮았었다.


만약 이 때 갤로퍼 미니가 무사히 출시되었다면, 국내에서 경차의 역사가 뒤집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 스즈키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형 SUV ‘짐니를 부러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 몰아치고 있는 차박열풍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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