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배역,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P250 SE

  • 기사입력 2020.10.30 15:50
  • 최종수정 2021.06.28 15: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P250 꼬리표가 붙었다. 최고출력 249마력의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보닛 아래 숨겼다는 의미다. 150마력, 180마력의 디젤 터보 엔진 라인업과 다른 배역을 맡은 가솔린 터보 엔진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여러 면에서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연상시킨다. 두 차종 모두 재규어랜드로버자동차의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PTA) 중 강철 섀시 플랫폼인 D8 라인에서 생산된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패셔너블한 스포츠 룩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2세대로 거듭나면서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디자인은 수려한 귀공자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대대적인 변화보다 부분적으로 매무새를 가다듬어 미끈하고, 세련되게 마무리했다.

풍부한 표정의 이목구비 중에서 또렷한 눈매가 매력적이다. 수평적인 지붕 선, 라이징 벨트 라인과 이어지는 비행기 꼬리 날개처럼 생긴 C필러의 상징적인 모습은 그대로다. 외모는 분명 도회적이다.도심형 콤팩트 SUV는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 특유의 강력한 퍼포먼스도 갖췄지만, 선대로부터 명성을 이어온 랜드로버 브랜드의 험로 주파 능력 또한 타고났다.예쁘장하고 날렵하게 잘 빠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보고 있노라면 저런 모습에 어찌 그런 피를 물려받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날렵한 몸매와 유려한 생김새만 보면 숲속 곤죽이 된 진흙이나 거친 바윗길보다는 빌딩 숲 아래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엔진룸을 열면 콤팩트하면서도 파워풀한 성능을 지닌 인제니움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잘 정돈된 채 놓여 있다.알루미늄 합금과 주철로 제작된 전자 유압식 가변 흡기 4 밸브 트레인 인제니움 엔진은 ZF 9단 자동 변속기와 매칭되었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타면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인테리어가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레이아웃이다. 깔끔한 외모만큼 실내 공간도 잘 다듬어졌다.인테리어는 단순하고 현대적이다. 계기반은 다양한 그래픽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오디오 시스템, 공조 장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터치 방식으로 선택, 조절하게끔 통합되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가 장착되어 평상시 일반적인 거울이지만, 뒷좌석 탑승자나 부피가 큰 짐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질 때 레버를 누르면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선명한 후방 시야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 등 운전 보조 장치가 탑재되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없다.실내에서 탑승자와 가장 많은 접촉이 이루어지는 도어 트림이나 시트의 가죽도 고급스럽게 가공 처리되었다.운전석과 동승석, 2열의 헤드룸은 여유가 있으며 레인지로버보다 6mm 짧은 2741mm의 휠베이스 길이 덕분에 2열 시트의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2열 시트는 폴딩과 160mm 움직이는 슬라이딩 기능이 있어서 앞쪽으로 접어서 밀어 놓으면 트렁크 공간이 넓어진다. 트렁크 공간까지 고려해 개발한 인테그랄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을 뒷바퀴에 적용하면서 휠 하우징과 서스펜션 링크 부분이 실내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트렁크 하단이 네모반듯하게 평편해 큰 물건을 싣기 용이하다. 뒷좌석을 세운 상태에서 최대 829ℓ, 시트를 접으면 1698ℓ의 넉넉한 짐칸이 생긴다.가솔린 터보 엔진이라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이 적다. 가솔린 SUV 시장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P250 SE의 숫자가 의미하는 건 최고출력이다. 249마력의 힘, 37.2kg·m의 최대토크는 짝을 이룬 9단 자동변속기의 영리하고 능숙한 기어 변경 덕분에 만들어진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7.6초에 지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30km까지 출발 가속은 밋밋한 편이다. 특히 신호 대기 등 정차 상태에서 스톱 앤 고 기능으로 시동이 꺼지고 오토 홀드 기능까지 동시에 작동한 상태라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아 출발하려다 굼뜬 반응 때문에 짜증이 나서 실성 아니면 환장할지 모른다. 시동이 켜지고 오토 홀드 기능이 해제되는 단계가 오른발에 순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더디다. 거기에 터보랙까지 거들면 뒤차가 빵빵대며 삿대질하기 일쑤다.

그래도 터보랙 구간을 지나 시속 30~80km까지 가속 성능은 칭찬할 만하다. 시속 80km에서 시속 120km까지 급추월 가속은 불만이다. 킥 다운하면 기어박스가 다운 시프트하며 가속해야 하는데 동작이 굼뜨다. 그나마 민첩함은 부족해도 여유로운 출력으로 뒷심을 발휘하며 잘 달리니 다행스럽다. 가솔린 터보 엔진은 역시 엔진 회전을 5500 이상 높여가며 운전해야 제맛이다. 제원상 안전 최고 시속은 225km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온로드에서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뒷바퀴의 서스펜션을 새롭게 설계했다. 로우 컨트롤 암과 너클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경량화한 인테그랄 멀티링크 타입이 장착되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뾰족한 충격을 동글동글하게 누그러트렸다. 가속하거나 감속할 때 발생하는 피칭은 적었지만 멈췄다가 출발할 때 가속에 따른 파워트레인의 울컥거림이 승차감을 해쳤다.고속 주행 시 스티어링 휠의 센터 감은 또렷하지만, 전체적으로 핸들링은 뭉뚝하니 다소 무딘 편이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저속과 고속 코너링은 안정감 있었다. 토크 벡터링과 사륜구동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오프로드에선 엔진 출력보다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빠르게 구동력을 분배해 접지력을 높이는 수단이 중요하다. 특출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또 다른 재능이다.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할덱스 타입으로 온로드에서 출발할 땐 앞바퀴에 90%, 뒷바퀴에 10%의 토크를 배분해 연비 주행에 힘쓴다. 오프로드 위의 악조건 속에선 50:50의 토크 배분으로 험로를 주파한다.

최신 5세대 할덱스 AWD 시스템은 뒷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을 포함한 통합 전자제어 장치를 통해 0.03초 만에 네 바퀴에 보낼 구동력을 분배한다.랜드로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6가지 모드(에코, 컴포트, 오토, 풀/자갈/눈, 진흙, 모래)로 선택할 수 있다. 선택 모드에 따라 노면 상태를 파악해 엔진 스로틀 반응과 변속 타이밍,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휠의 동작 반응 및 토크 배분까지 조절한다. 이러한 할덱스 사륜구동과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의 활약으로 수심 60cm까지 도강할 수 있다.

위험한 내리막길에서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HDC)를 작동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전혀 밟지 않고도 미끄러짐 없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이 장치는 스티어링 휠의 크루즈 컨트롤 조정 버튼으로 시속 5~30km까지 속력을 조절할 수 있다.막강한 오프로드 성능만이 능수는 아니다. 줄곧 도심에서 탈 것이고 예쁜 SUV를 타고 산에 오르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아무리 출력이 249마력이라고 해도 펀치력이 부족해 화끈하지 않다.딱한 부분을 빌미 삼아 깎아내리는 건 올바르지 않다. 딱히 내세울 만한 매력이라면 예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실용적인 실내 공간이다. 시승을 마치고 고심에 빠졌다. 퍼즐 조각을 맞춰가며 정답을 찾을 무렵 새로운 퍼즐 조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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