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쿠페 터보. BIG 911

  • 기사입력 2020.10.29 19:45
  • 최종수정 2021.06.28 15:54
  • 기자명 모터매거진

큰 덩치를 고성능화 시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세단이건 SUV건 쿠페형 디자인이 대세다. 아무래도 우아한 실루엣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르쉐 카이엔도 이 흐름에 따르기 시작했다. 3세대로 진화하면서 국내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는 와중에 쿠페 모델로 결정타를 때리려 한다. 촬영을 함께 한 녀석은 순수 내연기관만을 사용하는 트림 중 가장 강력한 터보 모델이다. 매력적인 크레용 페인트를 바른 카이엔 쿠페 터보가 눈 앞에 도착했다. 큰 덩치지만 무식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체적인 선이 곱고 모서리를 날카롭게 두지 않았다. 

얼굴은 정말 잘 생겼다. SUV 좀 만들어 봤다고 이제 디자인이 자리 잡았다. 포르쉐 시그니처인 4개의 점으로 밝히는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에 박혀 있다. 초고성능 모델답게 공기흡입구는 큼지막하게 뚫어 냉간 효율에 이득을 노린다. 하이라이트는 옆태다. A필러에서 시작해 해치 리드까지 떨어지는 라인이 기가 막히다. 이 장르의 왕관을 쓰고 있는 BMW X6와는 다른 분위기다. X6가 남성미를 부각시킨다면 카이엔 쿠페는 부드러운 여성미가 흐른다. 카이엔에서 루프 라인만 바꾼 게 아니라 이것을 위한 디자인이다. 또한 프런트 오버행이 그리 짧지 않지만 시선을 그쪽으로 끌지 않아 프로포션이 괜찮아 보인다.   

휠은 차체 사이즈에 걸맞게 22인치다. 트윈 5스포크 형상에 무광 블랙으로 마무리해 세련되었다. 림 안은 거대한 브레이크 캘리퍼가 박혀 있다. 무려 10개의 피스톤이 디스크 로터를 물어버린다. 참고로 시승차는 카본 세라믹 옵션이 들어가 부티 나는 노란색 캘리퍼를 뽐낸다. 엉덩이는 빵빵하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테일램프를 하나로 이어놨는데 실제로 보면 더 예쁘고 밤에 보면 한 번 더 예쁘다. 쿠페 모델은 리어 글라스 아래 해치 패널을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로 만들었다.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위해 올라오고 원한다면 버튼 하나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리어 범퍼에는 원형 머플러 커터 네 발이 위치하는데 보기만 해도 성능이 짐작된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이전 세대처럼 정갈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어 놨다. 많은 버튼들을 디스플레이 속으로 집어 넣었지만 여전히 많은 버튼들이 센터페시아를 점령하고 있다. 처음 보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직관성이 좋아 걱정할 필요 없다. 거기에 포르쉐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스티어링 휠은 최신 포르쉐의 것이다. 스티어링 휠 5시 방향에 위치해 있는 드라이빙 모드 다이얼은 멋있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빠르게 모드 변환이 가능하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감이 좋고 인터페이스도 마음에 든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날개가 살짝 튀어나와 있어 완만한 코너에서는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SUV이지만 시트포지션도 꽤 낮아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헤드레스트에 포르쉐 배지가 수놓아져 있어 최고의 셀피존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날렵한 루프 라인으로 헤드룸에 손해를 봤을 줄 알았지만 안락한 공간을 준비해 놨다. 

누구보다 빠른 SUV다. 달려보자. 드라이빙 모드를 노멀에 놓고 서서히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도로에 차를 올리고 느긋하게 모니 그냥 고급 세단을 타는 기분이다. 거기에 방음도 꼼꼼히 되어 있어 고요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서스펜션은 진동을 잘 걸러주며 섀시에 오랫동안 머금고 있지 않게 한다. 여유로운 드라이빙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시승차에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달아놨는데 성능이 준수하다. 보스 브랜드의 전매특허인 묵직한 중저음이 일품이다. 힙합과 록을 듣기엔 최적화되어 있다. 물론 더 비싼 옵션인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이 있지만 보스만으로도 충분히 귀가 즐겁다. 

이제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한다. 엔진 리스폰스가 재빨라진다. 배기 사운드도 커지면서 백프레셔까지 터진다.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은 감쇠력이 조여지면서 섀시가 긴장하기 시작한다. 가속력은 환상적이다. 굴러다니는 모든 것들을 이길 기세다.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78.6kg∙m의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3.9초, 최고시속은 286km에 달한다. 입이 벌어지는 수치는 현실로 보여준다. 시속 200km 이상은 쉽게 점령할 수 있으며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고속도로에서는 서스펜션 버튼에 불을 두 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에서는 1개만을 켜두는 것이 더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 노면이 좋지 못한 도로에서 감쇠력을 끝까지 조여 버리면 요철에 살짝 튀어 그립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쇠력 1단계 정도만 되더라도 좌우롤링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도 차가 가볍게 움직인다. 차고가 높고 무거운 차체지만 코너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중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날쌔게, 그리고 정확한 코너 라인을 그린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띠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다행이다. 

코너에서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횡그립 한계가 높아 진입속도를 과감하게 가져가더라도 안정적으로 뒷감당을 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달려 휠베이스를 줄여줘 복합코너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매끈하다. 이러한 퍼포먼스에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단을 잘 맞춘다.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코너에서 강한 제동이 들어가더라도 안쪽으로 말리지도 않는다. 확실한 제동력은 운전자가 마음 놓고 달릴 수 있게끔 자신감을 불어다 준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돈 값을 제대로 한다. 

론치컨트롤도 작동시켜본다. 참 작동하기도 쉽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 놓고 기어레버를 매뉴얼 쪽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왼발은 브레이크를, 오른발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계기판에 론치컨트롤 활성화가 뜬다. 그때 출발하면 로켓 스타트가 가능하다. 슬립을 억제하면서 튀어나가는 게 911 부럽지 않다. 보통 론치컨트롤 기능이 변속기에 부담을 주지만 포르쉐는 괜찮다. 마음 놓고 론치컨트롤을 즐기라고 포르쉐가 단단히 만들었으니. 새로 선보인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변속 충격 없이 쏜살같은 변속 속도를 보여준다. 정말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변속기다. 

데이트는 끝났다. 포르쉐 카이엔 쿠페 터보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엄청난 파워를 쉽게 공도에서 뿌릴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게 인상적이다. 또한 시승하면서 비도 많이 왔지만 주행안정감은 잃지 않았다. 진짜 포르쉐는 911이라고 외치는 외골수 포르쉐 팬들이 타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사한 디자인에 완벽한 운동성능을 지닌 카이엔 쿠페 터보였다.  

SPECIFICATIONPORSCHE CAYENNE COUPE TURBO길이×너비×높이  4640×1990×1655mm  |  휠베이스 2895mm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550ps최대토크  ​​78.6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6.6km /ℓ  |  가격  1억840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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