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도심형 SUV의 완성형

  • 기사입력 2020.10.23 16:17
  • 최종수정 2021.06.28 15: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SUV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훌륭한 접근이다. 포르쉐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장르에 맞는 파워와 세팅을 좋아한다. 세단 혹은 SUV가 스포츠카처럼 빠르고 코너를 잘 탈 필요가 없다. 오히려 높은 무게중심으로 인해 운전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스포츠카처럼 바닥에 깔려있지 않기에 무리해서 롤링과 피칭을 잡으려 서스펜션을 조여버리면 승차감에서 손해를 본다. 이렇게 되면 굳이 통통 튀는 세단과 SUV를 찾는 소비자 범위는 좁아져 버린다. 괜히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고 자신의 본질을 잃을 수 있다. 세단이면 세단답게, SUV면 SUV다운게 좋다. 이번에 포르쉐 SUV다운 카이엔 E-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전기차를 살짝 맛볼 수 있고 전기차처럼 충전의 부담도 없겠다. 

얼핏 봐서는 노멀 카이엔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파나메라를 예쁘게 부풀려 놓은 디자인이다. 하얀색 물감이 각을 죽여 놓은 디자인에 잘 발라져 있다. 프런트 범퍼는 공기흡입구를 큼지막하게 뚫어놔 스포티한 분위기가 흐른다. 하단은 진입각을 위해 급하게 깎아 놓아 마음이 놓인다. 카이엔으로 오프로드를 탈 오너들은 없겠지만 높은 턱에 올라 주차할 경우에 편하다. 헤드램프는 4개의 포인트로 존재를 알리는 주간주행등이 박혀있다. 언제 봐도 근사하다. 후드에 박혀 있는 포르쉐 배지는 마패와 같다. 

옆모습을 보자. 보통의 SUV보다 차고가 낮다. 프런트 오버행이 살짝 길지만 프로포션이 나쁘지 않다. 휠은 덩치에 맞게 21인치가 끼워져 있다. 스포크가 많아 고급스럽다. 22인치를 달면 더 위풍당당하겠지만 승차감을 감안하면 21인치가 ‘딱’인 것 같다. 20인치는 차가 불쌍해 보인다. 휠 안에 거대한 브레이크 캘리퍼는 형광색으로 마무리했다. 포르쉐는 전기모터가 달린 모델에는 포인트로 이 컬러를 사용한다. 프런트 펜더에 위치한 ‘e-hybrid’ 엠블럼과 실내 계기판의 바늘 역시 형광색이다.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빵빵한 엉덩이를 볼 수 있다. 하나로 이어진 테일램프는 신의 한 수다. 과거 2세대 카이엔의 테일램프가 혹평을 받았었는데 3세대로 오면서 외모 콤플렉스가 사라졌다. 머플러 커터는 원형이며 4발로 구성되어 있다. 폭발적인 배기 사운드는 아니고 까불거리지 않는 음색과 볼륨이다. 어떤 옵션이 빠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런트 범퍼부터 시작해 사이드 스커트, 그리고 리어 범퍼 하단까지 외장 색상으로 마무리되면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브라운 컬러의 최고급 가죽으로 도배되어 있다. 손과 눈이 닿는 모든 곳이 가죽이다.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으로 스티어링 휠을 빼면 완벽한 데칼코마니다. 물리 버튼은 최소화하고 대부분 터치 패널을 통해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중앙 송풍구의 위치가 상당히 낮아 기어 노브에 손을 얹고 있으면 손이 시리다. 전통적으로 카이엔은 센터 터널 쪽에 손잡이를 마련해 놓는데 동승석에 앉으면 은근히 잡게 된다. 도어트림에 달린 손잡이까지 오른손으로 잡으면 드라이버의 운전 실력이 형편 없더라도 조금은 덜 불안해진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전 세계 SUV와 비교하면 가장 크기가 작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직경이 370mm 정도 되는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이 작으니 큰 차를 모는 느낌이 덜 하다. 모양과 그립감 모두 좋다. 여기에 드라이빙 모드 다이얼이 달려 있는데 보통의 포르쉐와 달리 알파벳 E가 포함되어 있다. 알다시피 전기 모드다. 시트는 푹신푹신하고 날개도 두툼해 장거리 주행에도 몸을 잘 보살펴 준다. 2열의 공간은 넉넉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남아 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보다 훨씬 여유롭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편하다.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로 차를 움직인다. 우선 엔진은 V6 3.0ℓ 터보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생산한다. 여기에 136마력짜리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이 462마력, 최대토크는 71.4kg∙m다. 수치만 보더라도 엄청나다. 과거 터보 트림의 스펙 수준이다. 공차중량이 2.4t이 넘음에도 이 괴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0초 만에 끊어 버린다. 최고시속은 253km에 달한다. 날씨도 좋으니 신나게 달려보자. 

큰 도로로 나오기 전까지는 전기 모드다. 당연하지만 정말 조용하다. 전기모터 힘만으로도 가속력이 시원시원하다. 본격 전기차 정도는 아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전기 모드다. 전기모터만 돌려도 최고시속 135km로 달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터리가 가득 채워진 상태라면 전기 모드만으로 최소 20km는 이동할 수 있다. 에어컨도 끄고 선비 주행을 한다면 30km 정도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놓자 엔진이 깨어난다. 눈치 챌 수 없다. 타코미터 바늘이 움직여서 아는 것이지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유의 파워 유닛간의 이질감이 적어 역시 포르쉐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밟는 대로 나간다. 터보 트림이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파워다. 진짜 마음에 든다. 앞서 말했듯이 장르에 맞는 성능을 좋아한다. 카이엔 터보의 경우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운전하는 내내 떠올랐다. 물론 그 힘을 공도에서 다 쓸 필요도, 다 써서도 안되지만 맹수를 우리 안에 가두고 있는 듯한 죄책감이 든다. 

반면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공도에 딱 맞는 출력이다. 스로틀을 한번에 활짝 열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고 적당히 잘 나가는 느낌! 이 느낌이 참 매력적이다. 트랙션은 노면이 젖어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될 만큼 믿음직스럽다. 고속도로에서도 강하다. 차고가 높아도 무게중심은 낮다는 메시지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잘 빚어 놓은 실루엣과 기가 막힌 서스펜션 조율 덕이다. 코너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코너 라인을 섬세하게 그리기는 어려우나 SUV치고는 최고 수준이다. 카이엔이 와인딩을 잘 탈 필요는 없지만 그 필요도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카이엔이다. 도심 SUV의 완성형이다. 

다양한 트림의 카이엔을 경험했지만 가장 마음에 든다.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카이엔이라는 프리미엄에 상품성은 카이엔 중에서 가장 높다. 이 상품성은 비단 기름값을 적게 지출한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1억 중반대의 차를 사는 이에게 기름값 부담은 거의 없다. 다만 주유소를 자주 가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집 혹은 직장에 전기 충전기만 있다면 거의 공짜로 출퇴근할 수 있다. 전기차를 미리 경험하는 이득에 주변 사람들이 의식 있는 사람으로 쳐다보는 이미지 메이킹까지 가능하다. 주말에 라운딩 혹은 캠핑, 그리고 거창한 취미생활을 하러 교외로 나간다면 고속도로를 타게 되니 연료 부담도 없다. 좋은 것들은 모조리 누릴 수 있는 카이엔 E-하이브리드였다.

SPECIFICATION PORSCHE CAYENNE E-HYBRID길이×너비×높이  4918×1983×1696mm휠베이스 2895mm  |  엔진형식  ​​V6 터보+전기모터/가솔린  배기량  2995cc  | 

최고출력  462ps  |  최대토크  ​​71.4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복합연비  10.0km/ℓ  |  가격  ​​​1억651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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