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지프 글래디에이터

  • 기사입력 2020.10.23 15:18
  • 최종수정 2021.06.28 15: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거칠어 보이는 외모 속에 낭만을 품다.   
지프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물건 하나 나왔다. 이름은 글래디에이터. 모델명처럼 상남자의 기운이 느껴진다. 랭글러를 잡아 늘리고 C필러부터 깍둑썰기를 해 근사한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완성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뒤에 싣는 낭만이 가능하다. 우리들에게 지프의 픽업 트럭은 생소하지만, 사실 지프는 1947년부터 1992년까지 트럭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미국스러운 브랜드에서 만든 미국스러운 차를 타봤다. 

차고가 하도 높아 캐빈룸으로 진입하기도 힘들다. 인테리어는 랭글러와 같다. 대칭형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에 자극적인 레드 컬러의 포인트를 집어 넣었다. 버튼은 글래디에이터의 성격처럼 투박하지만 직관성이 좋아 사용하기 편리하다. 도어를 떼어낼 경우도 있기에 윈도 스위치가 센터페시아 중앙에 마련되어 있다. 인상적인 것은 가죽 퀄리티다. 이런 장르에 맞지 않게 고급스럽다. 촉감도 좋고 내구성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이며 오프로더이기에 엄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삭제되었다. 험로를 달리다 손가락 부상을 입을 수 있기에 이를 위한 배려다.

기어 레버는 두 개다. 하나는 일반적인 드라이빙 레인지 기어 레버고 하나는 앞뒤 구동을 조작하는 디퍼렌셜 기어 레버다. 여담이지만 디퍼렌셜 기어를 후륜구동으로 바꾸고 주행안정화 장치를 끄면 번아웃도 가능하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하지 않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리어 윈도를 열 수 있는데 이 것 하나만으로도 감성지수가 올라간다. 촬영 당시 비가 왔는데 에어컨을 켜고 리어 윈도만 열었다. 잔잔한 음악과 빗소리, 그리고 비 내음이 섞이니 남자 3명이 타 있어도 분홍빛이 돌았다. 오디오가 정말 마음에 든다. 오디오의 기본인 방음이 꼼꼼하게 되어 있진 않았지만 베이스가 강해 록과 힙합을 잘 표현한다. 과거 오디오 튜닝할 때 보던 알파인 제품이다.  

편의사양도 빵빵하다. 큰 차에 꼭 필요한 주행 보조 시스템이 달렸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과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 후진할 때 사고 위험을 줄여 주는 후방교행 모니터링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또한 주차 시 운전자가 미처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자동으로 차를 세워주는 장치도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도 전자식 전복 방지 시스템, 트레일러 스웨이 댐핑 등의 전자식 주행 안정 시스템(ESC), 가속 페달을 조절해 안정적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HSA) 등도 빠뜨리지 않았다. 또한 부적절한 차량 조작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엔진을 멈추는 센트리(Sentry) 키 도난 방지 시스템이라는 신기한 것도 글래디에이터에 있다. 

마을 버스만한 덩치지만 나를 도와줄 장치도 있으니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가본다. 변명 아닌 변명 하나 하겠다. 오프로드에서 빛을 내는 녀석이지만 보통은 온로드 주행 비율이 높기에 공도에서만 타보기로 한다. 글래디에이터 후드 안에는 V6 3.6ℓ 엔진이 숨어 있다. 과급기 따위는 없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힘을 생산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구동력을 보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느긋하게 반응한다. 가속력은 답답하지 않은 수준이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르다가 추월을 하기에 힘들지 않다. 고속도로에서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나름 쥐어짜면서 타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저회전 영역에서 두툼한 토크를 뿜어내는 디젤 엔진이 글래디에이터와 궁합이 좋을 것 같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좋다. 프레임 보디 특성상 하체와 캐빈룸이 따로 노는 느낌은 들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충격도 짧은 시간 내에 상쇄시킨다. 이 차로 산길을 질주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오프로드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와인딩을 타야 한다. 차의 중량과 무게중심을 감안하면 코너링 실력이 준수하다. 스포츠카처럼 타진 않았지만(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운전자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게다가 고속 안정감도 만족스럽다. 서스펜션 세팅을 할 때 온로드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촬영을 위해 차를 세우고 감상한다. 위풍당당하다. 할리데이비슨 하나 가지고 있는 근육맨이 탐낼 디자인이다. 랭글러의 브랜치 모델이긴 하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글래디에이터의 하이라이트는 짐칸이다. 크기(가로 약 1.45m, 세로 약 1.53m, 높이 약 0.45m)는 본격적인 캠핑을 다니기에 충분하다. 230V AUX 파워 아울렛도 구비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바닥면은 스프레이-인 베드라이너 타입으로 처리해 내구성까지 챙겼다. 또한 짐칸 안쪽에는 트레일 레일 카고 매니지먼트 시스템(Trail Rail Cargo Management System)으로 세 개의 트레일 레일과 레일 내 위치 조정이 가능한 고리가 있어 스키, 스노보드 캐리어, 바이크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실을 수 있다. 적재하중은 205kg이다. 

독보적인 녀석이다. 일단 국내에 출시되는 픽업 트럭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브랜드 배지를 달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에 강하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오프로드를 달려보진 못했지만 과거 랭글러와 함께 한 경험을 떠올리면 그 실력만큼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세계 유일한 오픈이 가능한 픽업트럭이다. 뒤에 짐을 싣고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이는 글래디에이터 오너만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사전예약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4190대가 팔렸다고 한다. 왜건과 픽업트럭에 인색한 국내 시장에서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SPECIFICATION _ JEEP GLADIATOR길이×너비×높이  5600×1935×1850mm휠베이스 3490mm  |  엔진형식  ​​V6, 가솔린  |  배기량  3604cc최고출력  284ps  |  최대토크  ​​36.0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6.5km /ℓ  |  가격  699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