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좀 달아본 중형 세단들의 만남, 르노 삼성 더 뉴 SM6 VS 현대 쏘나타 센슈어스

  • 기사입력 2020.10.23 13:15
  • 최종수정 2021.06.28 15:4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낮은 배기량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 태어난 터보차저는 이제 그 모습을 바꾸어 효율을 올리기 위한 메커니즘으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성능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래서 국내에서 활약하는 터보차저 중형 세단 두 대를 모았다.

여기 두 대의 국산 중형 세단이 있다. 현대 쏘나타와 르노삼성 SM6. 둘은 어쩔 수 없이 싸울 수 밖에 없는 라이벌이다. 아무리 인기가 좋고 파이가 큰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이라고 해도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판매량을 나누어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모델의 경쟁은 소비자들에게는 큰 혜택으로 다가온다. SM6가 처음 등장하고 큰 인기를 얻자, 그 기세에 놀란 현대차가 놀라운 속도로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으니 말이다.

세월이 흐르며 둘의 모습도 변했다. 쏘나타는 그 사이 새로 개발한 플랫폼과 스마트스트림 엔진, 그리고 새로운 디자이너가 제안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받아들였다. SM6는 디자인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이 참 많이 변했다. 스포츠카의 심장과 더 기민하게 반응하는 변속기를 받아들이고 그 동안 지적받았던 단점들을 차분하게 덜어냈다. 한때 격차가 크게 벌어질까 우려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다시 대결이 가능할 법도 하다.

그래서 둘의 대결을 다시 준비하고자 한다. 두 모델 모두 효율과 강력함을 자랑하는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퍼포먼스 대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디자인도 중요하다. 세단인 만큼 편안함과 다루기 쉬운 면도 체크해야 한다. 2016년으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두 모델의 재대결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갖고 올까? 어느 쪽이든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ALPINE VS CVVD

먼저 밝혀둘 것은, 두 차의 배기량을 동일하게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탑재하는 엔진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엔진 개발과 개량이 출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야 전 세계적인 대세이지만, 내놓는 해법이 다르고 이에 따라 결정되는 엔진의 배기량도 다르다. 이제 단순히 세금과 출력 또는 자동차의 등급만으로 배기량이 결정되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이를 두고 불공평하다고 말해도 별 수 없긴 하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SM6의 엔진은 르노의 스포츠카 ‘알피느 A110’에 탑재하는 1.8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25마력으로 스포츠카 버전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안정적인 출력을 발휘하기 위한 장치로 보는 것이 맞겠다. 보그워너의 터빈을 사용해 회전 질감이 좋고 내구성도 확보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에 관리와 수리가 쉽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기왕이면 알피느 브랜드가 국내에도 들어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쏘나타 센슈어스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VVD를 적용한 1.6ℓ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다. 캠 안에 편심을 이용한 구조물을 적용해 상황에 따라 엔진 밸브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출력은 물론 연비까지 잡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 안에 적용된 기술은 훨씬 더 복잡한 것이지만, 소비자들에게 그것이 중요하겠는가. 출력이 나오면서도 연비가 좋다면 그것으로 좋을 것이다. 최고출력은 180마력으로 중형 세단의 차체를 기민하게 끌고나가기에는 충분하다.

부드러운 면에서는 둘 다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인다. SM6의 7단 DCT는 변속 충격 없이 탑승객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엔진의 힘을 확실히 바퀴로 전달하면서도 거칠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포용 능력이 넓다는 이야기다. 쏘나타는 최고출력보다 더 인상적인 최대토크로 차체를 이끌고, 8단 변속기는 상당히 빠르게 반응하면서 엔진 회전 제어에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일부러 거칠게 밟아봐도 두 모델 모두 침착하게 기어를 낮추고 잘 반응해 준다.

그러나 힘을 필요로 하는 고속 주행, 그리고 산길을 돌아나가는 와인딩 주행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진의 회전을 높이면 높일수록, SM6의 알피느 엔진은 포효하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추월이 필요할 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 회전이 높아지면서 뛰쳐나가는데, 그 느낌이 쏘나타보다 강렬하다. 등이 시트에 파묻히는 것 같은 감각은 아니어도, 기분 좋을 정도로 살짝 닿게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쏘나타는 코너에서 단단하지는 않지만 탄탄하다는 느낌을 준다. 승차감을 같이 고려하고 있기에 이러한 서스펜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브랜드 출신의 엔지니어가 부임하면서 현대차도 확실하게 서스펜션에서 색을 입고 있는데, 센슈어스 모델은 여기에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까지 더하면서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스포츠카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SM6는 프랑스 자동차 특유의 ‘쫀득한 감각’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기존 모델에 사용했던 AM 링크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토션빔을 그대로 살렸다. 자신들이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방식을 정밀하게 다듬어 살리고 있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승차감은 더 좋아졌다. 토션빔의 성능을 좌우하는 부시를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로 바꾸면서,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를 덜어주는 것과 동시에 안전을 보조해주는 ADAS는 아무래도 쏘나타가 조금 더 상위에 있다.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제한 속도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ACC를 경험하고 나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SM6도 이제 피로를 크게 덜 만한 ACC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넘어갈 만하다. 아직까지는 운전 시 전방을 주시해야 하니 말이다.

단련 VS 변화

내실을 다진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지적 사항을 하나하나 고쳐 나간다 해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고, 아쉽게도 외형은 첫 인상을 좌우하고 성격에도 편견을 만들어 버린다. 다행인 것은 SM6의 디자인이 세월이 흐른 지금 보아도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코드를 처음으로 입기 시작한 모델로 기억하고 있는데, 프랑스 특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 있다.

SM6는 디자인은거의 그대로 두고 내실을 다졌다. 이전 모델에서 불편의 상징이었던 에어컨은 ‘물리 버튼’으로 구현하면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다듬었다. 호평을 받은 세로로 긴 형태의 센터페시아 화면은 크기를 9.3인치로 키우고 좀 더 빠른 반응을 보이도록 다듬었다. 컵홀더 역시 지름을 키워 이제는 어떠한 음료수 병이라도 수용할 수 있다. 밤에 실내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색에 따라 새로운 무드를 만들어준다.

쏘나타는 큰 변화를 택했다. 프레임을 바꾸는 김에 디자인 코드도 바꾸고, 좀 더 차체를 낮추고 안정감 있는 디자인, 그리고 비율을 만들었다. 그릴과 보닛, 범퍼 간의 경계가 없어 매끈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센슈어스는 범퍼 영역까지 거대한 그릴이 잠식하고 있어 역동적인 이미지가 더 살아나고 있다. 이전에 YF 소나타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뒤에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런 변화가 필요했지 싶다.

크게 변한 외형과 달리 실내는 의외로 평범하다.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특이한 점들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계기판과 연결된 느낌을 강조하는 센터페시아 화면, 그리고 버튼으로 변한 변속기이다. 실내에서 의외로 두 모델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보스(Bose)의 오디오이다. 저음이 강한 보스의 특성이 두 모델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 온 SM6의 오디오가 좀 더 소리의 균형이 잡혔다는 느낌이다.

퍼포먼스와 운전의 즐거움, 그리고 시각의 즐거움을 강하게 추구하는 SM6, 그리고 편안함과 약간의 재미, 그리고 디지털 디바이스를 추구하는 쏘나타, 두 모델은 국내에서 생산, 판매하는 중형 세단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닮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더 고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모두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다른 이들의 시선과 간섭에 흔들리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DITOR’S PICKRENAULT SAMSUNG SM6이전부터 프랑스 자동차 특유의 서스펜션 반응을 좋아하긴 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외형을 바꾸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는 것에 반했기 때문이다. 마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팔색조의 매력을 자랑하는 그 누군가를 보는 것처럼, 차분히 살펴보면 볼수록 요소 하나하나의 매력이 더더욱 살아난다. 게다가 이제 중형 세단이 걸맞은 승차감까지도 갖추었다. 강력함을 자랑하는 알피느의 엔진 역시 매력적이다.

SPECIFICATION _ RENAULT SAMSUNG SM6 TCe 300길이×너비×높이  4855×1870×1460mm  |  휠베이스 281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배기량 1798cc  |  최고출력  225ps  |  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7단 DCT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1.6km/ℓ  |  가격  3422만원SPECIFICATION _ HYUNDAI SONATA SENSUOUS길이×너비×높이  4900×1860×1445mm  |  휠베이스 284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80ps  |  최대토크  27.0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2.8km/ℓ  |  가격  3367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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