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 참 많이 변한 당신

  • 기사입력 2020.10.22 13:29
  • 최종수정 2021.06.28 15:47
  • 기자명 모터매거진

국내에서 이제 독보적인 지위에 올라선 미니밴, 기아 카니발이 4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패밀리 SUV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미니밴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국내 브랜드에서 미니밴이 이렇게까지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아 카니발을 시작으로 현대차가 트라제 XG를 출시하면서 경쟁을 벌였고,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쌍용 로디우스도 가세했었다. 그 이전에는 포드 윈드스타 등 수입 모델에 의존해야 했던 미니밴이었는데, 카니발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미니밴 시장이 굉장히 커졌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아래 등급의 소형 모델 경쟁까지 포함해 바야흐로 ‘미니밴의 경쟁시대’였던 것이다.그러던 시장에서 살아남은 모델은 이제 카니발뿐이다. SUV가 본격적으로 득세하면서 7인 이상의 가족이 탑승하는 대형 패밀리 시장은 대형 SUV가 담당하게 됐다. ‘트라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로디우스’는 ‘코란도 투리스모’로 바뀌었다가 판매 부진을 못 이기고 단종됐다. 그 와중에 카니발이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하나일 것이다. SUV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넓은 공간과 실용성, 그리고 7명 넘게 탑승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혼자 살아남은 카니발이 풀체인지를 단행했다. 이전 모델보다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공간을 늘여 실용성을 확보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변화에 대답이라도 하듯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단 하루 만에 2만3000대 이상의 계약을 받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만큼 미니밴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궁금증 해소를 위해 갓 나온 카니발 한 대를 갖고 길을 떠났다.

GRAND SYMPHONIC

외형의 변화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실루엣의 변화는 적지만, 전면과 후면 디자인이 확실하게 변해 뉴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카니발이 선택한 디자인 코드는 ‘웅장한 볼륨감(Grand Volume)’. 요소 하나하나가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길이 5m가 넘는 자동차가 더 거대해 보인다. 미니밴이라는 장르가 디자인적인 독특함을 추구하기 꽤 어려운데, 카니발은 곳곳에 디자인 디테일을 적용하고 있다.
독특한 패턴을 갖고 있는 심포닉 아키텍쳐(Symphonic Architecture) 그릴과 박자와 리듬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LED 주간주행등이 눈에 띈다. 사각형 큐브 두 개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바깥쪽이 로우빔, 안쪽이 하이빔을 담당한다. 측면에는 강렬한 형태의 두 줄을 가진 캐릭터 라인이 있고, C필러에는 입체 패턴을 가진 크롬 가니시를 더해 멋을 부렸다. 디자인이 꽤 물이 오르다 보니 측면에 그대로 드러난 슬라이딩 도어 레일이 아쉽게 다가온다.

테일램프는 좌우가 연결된 형태로 곧게 뻗어 있는데, 이 안에 LED로 박자를 넣어두었다. 언뜻 보면 모든 부분이 점등될 것 같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면 좌우 일부만 점등되는 형태이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리어 범퍼 하단에 따로 마련했고, 테일게이트가 단순한 면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간에 금속을 접어낸 것 같은 패턴을 넣어두었다. 차체가 워낙 커서 그런지 일반 모델이라면 커 보일 19인치 휠 타이어가 오히려 작아 보인다.
실내는 ‘무한한 공간 활용성’을 목표로 다듬었다. 1열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12.3인치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을 나란히 붙여놓은 것 같은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벤츠 S클래스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기아차도 비슷한 디자인을 갖고 오는 중이다.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은 미니밴답게 폭이 넓고 풍부한 수납공간을 갖추고 있다. 기아차가 요새 밀고 있는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로 인해 더 그렇게 느껴진다.

미니밴인 만큼 아무래도 1열보다는 그 뒤의 공간이 더 궁금할 것이다.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라 2열에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를 갖추고 있다. 이전 모델만 해도 모든 기능을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는데, 풀체인지를 단행하면서 이 시트도 전동 기능을 꽤 많이 넣었다. 처음에는 전동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차체 바깥쪽에 있는 시트를 안으로 집어넣어야만 버튼이 작동한다. 시트를 앞뒤로 또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수동으로 해야 한다.등받이와 높이 등 필요한 부분만 조작할 수도 있고, 아예 발을 쭉 뻗는 편안한 공간도 만들 수 있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그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마치 비행기의 비즈니스 시트를 편안하게 만든 것과 비슷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 상태에서는 온 몸에 걸리는 하중이 완화되고 피로도 크게 줄어든다. 편안한 이동을 원하는 가족은 물론 피로를 덜어야 하는 VIP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4인 가족이 카니발을 선택한다면, 3열 시트는 접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시트가 차체 바닥으로 가라앉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임시로 탑승하는 공간은 절대로 아니다. 그동안 3열을 갖춘 SUV 또는 MPV들을 많이 탑승해 봤지만, 이 정도라면 3열에서의 편안함도 상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슬라이딩 도어는 전동식으로 안전 장치도 갖추고 있는데, 신체가 도어 틈에 끼이면 자동으로 다시 열리긴 하나 압박이 꽤 있다.

평범한, 그래서 좋은

카니발은 3.5ℓ 가솔린 엔진과 2.2ℓ 디젤 엔진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전 계약 시 약 80%의 고객이 디젤 엔진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승차도 디젤 엔진으로 준비했다. 시동 시에 올라오는 진동에 약간 걱정도 있었지만, 곧 온도가 오르자 편안함이라는 부문에서 납득할 만한 진동으로 가라앉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봐도 엔진 소리가 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차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잘 잡아내고 있다.

주행 감각은 ‘평이하다’ 또는 ‘미니밴 다운 감각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카니발은 폭발적인 가속력도, 예리한 코너링 능력도 필요 없는 패밀리 밴이다. 단지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까지 주행할 때의 안정적인 감각과 뒷좌석에서의 편안함이 있으면 된다. 그 점은 확실히 만족시키고 있으며, 운전자도 고속에서 불안한 감각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덩치가 꽤 있는 미니밴임에도 불구하고 조작에 불편한 점이 없고 사각지대가 의외로 적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변 소음에 대한 대응이다. 주행 중 바퀴가 거칠게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차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기에 주변을 둘러봤더니 옆 차가 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이었다. 1열은 차음 유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2열부터는 차음이 약하기에 바깥에서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확실한 차음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차체 무게와 가격의 문제가 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카니발은 확실히 진화했다. 디자인적으로도, 실용성과 편의성으로도 말이다. 경쟁자가 없다시피 한 국내 시장에서 이 정도까지 발전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기왕이면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거나 아니면 전기차가 되면 더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 북미 시장에서 새로 등장한 경쟁 모델들을 살펴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는 카니발의 매력을 따라올 모델이 없겠지만 말이다.

SPECIFICATIONKIA CARNIVAL길이×너비×높이  5155×1995×1740mm  |  휠베이스 3090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2151cc  |  최고출력  202ps최대토크  ​​45.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복합연비  ​​12.5km/ℓ  |  가격  ​​​4808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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