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JACK, 재규어 XF 20d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

  • 기사입력 2020.10.21 15:22
  • 최종수정 2021.06.28 15:4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메이크업 스타일만 살짝 바꿨다. 본디 가지고 있던 매력은 그대로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E세그먼트다. 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재규어는 XF의 스페셜 버전을 국내로 가지고 왔다. 이름하여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Chequered Flag Edition)이다. 촬영을 위해 나온 모델은 올 블랙 슈트를 입었다.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은 산토리니 블랙(Santorini Black)과 유롱 화이트(Yulong White), 그리고 아이거 그레이(Eiger Grey), 총 세 가지 메탈릭 컬러를 추가 금액 없이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차는 블랙이 걸렸다. 일반형 모델에 있던 크롬들을 모조리 태워버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더 깔끔하고 스포츠 세단의 멋이 살아난다. 

XF의 외모는 잘 생겼다. 재규어의 디자인 언어가 잘 반영되었다. 큼지막한 프런트 그릴 가운데 재규어 배지가 박혀 있고 매서운 헤드램프와 잘 어우러지며 그 안에 담긴 주간주행등은 L자로 세련되었다. 잘 빚어놓은 프런트 범퍼는 안개등이 존재하지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몸매는 늘씬하다. 선들이 과감하지 않지만 우아하게 정돈되어 오랫동안 소유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디자인이다. 사이드 스커트는 살짝 접어놔 다운포스를 올리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완성한다. 트렁크 리드 라인 역시 끝을 날카롭게 처리해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길쭉한 두 개의 테일램프는 U자 모양으로 파도치는 LED 라인이 인상적이다. 트렁크는 당연히 전자동으로 열리며 505ℓ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정갈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센터페시아는 대칭형이며 운전자와 동승자를 감싸는 느낌을 준다. 12.3인치 계기판과 10인치 메인 디스플레이 모두 LCD로 되어있는데 시인성이 좋으며 반응속도 또한 재빠르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모양과 그립감이 좋지만 직경이 크다. 조금 더 작았더라면 더욱 조작하는 맛이 살아날 것 같다. 다이얼 타입 기어 노브는 색다른 차를 타는 느낌을 주는 점은 만족스럽다. 시트는 부드러운 최고급 가죽을 두껍게 씌웠다. 촉감도 좋을뿐더러 쿠션감이 훌륭하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타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여유 있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뒤에 친구를 태우더라도 볼멘소리를 더 이상 들을 일은 없다. 2열을 위한 공조기 컨트롤러와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으며 베이비 시트를 두 개는 장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오디오 시스템은 메르디안이다. 17개의 스피커가 차 안에 달렸고 출력은 825W다. 오디오만 보고 XF를 구매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훌륭하다. 내 음악 취향은 록이다. 록의 본고장 영국에서 만든 차여서 일까? 베이스가 강한 음악에 제격이다. 그렇다고 고음이 찢어지거나 보컬이 중저음에 묻혀 답답하지도 않다. 볼륨을 점점 올리면 감동은 더 진해진다. 그 동안 수천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 듣지 못했던 악기가 들리기 시작하고 풍부한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시승 내내 귀가 즐거웠다. 재규어 XF 체커드 에디션의 파워 유닛을 확인해 본다.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힘을 생산하며 뒷바퀴를 굴린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을 때 조용하다. 정숙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며 가솔린 엔진과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은 거의 느끼기 힘들고 소음 차단 역시 완벽에 가깝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디젤 엔진이고 고출력은 아니지만 공도에서 가속력의 아쉬움은 없다. 터보랙이 살짝 느껴지긴 하지만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봐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힘을 변속기가 효율적으로 바퀴로 전달해 준다. 변속기는 ZF 8단 자동변속기다. 변속 충격이 없으며 변속 속도는 빠르진 않지만 게으르지도 않다. 다운시프트 명령에도 나름 적극적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패들시프트의 클릭감 역시 좋다. 다만 패들시프트의 길이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승차감은 좋다.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에는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지만 요철을 넘을 때 충격을 잘 걸러주기 때문에 통통 튀지 않는다. 국산차나 일본차 승차감을 기대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허나 이러한 하체 세팅으로 얻는 것이 훨씬 많다. 고속 안정감이 탁월하다. 대한민국 도로가 포장이 잘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과목은 독일차들이 휩쓸고 있지만 재규어 역시 그에 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굽이진 코너를 만나더라도 자신감이 넘친다.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코너 라인을 잘 그린다. 코너링은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는데 진입속도만 적절하게 맞춘다면 코너 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은 차체가 아니지만 코너에서 한 체급 아래 세그먼트를 타는 듯하다. 공차중량이 1800kg의 넘음에도 불구하고 둔한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 복합코너에서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쉽게 빠져 나온다. 튼튼한 하체를 잘 조율한 덕이다. 

후드를 열어보면 보통의 차들과 다른 느낌이 든다. 바로 댐퍼 각도다. 댐퍼 마운트가 엔진쪽에 바짝 붙어 있다. 댐퍼의 각도를 ‘ㅅ’자 형태로 즉 바깥으로 향하게 세팅했다. 사실 이 각도는 댐퍼가 엔진룸의 공간을 많이 침범하기에 비효율적이다. 캐빈룸 사이즈를 확보해야만 하는 세단에서 이 정도 각도로 튜닝한 차는 본적이 없다. 이 세팅의 장점은 분명하다. 노면으로부터 받는 서스펜션의 충격 방향은 수직에 가깝다. 이러한 충격을 수직으로 내리 받는 것 보다 비스듬히 받는 것이 충격량이 덜하다. 그러므로 승차감과 고속안정감에서 유리하다. 코너를 탈 때는 바깥쪽으로 쏠리는 하중을 서스펜션이 더 손쉽게 견딜 수 있다. 게다가 XF는 링크가 더블 위시본 타입이기에 이 장점이 배가 되었다. 

제동 성능은 출력과 섀시를 다루기에 충분하다. 원래 영국 브랜드들이 브레이크 시스템을 파워트레인에 비해 오버 스펙으로 장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XF 역시 그러하다. 운전자가 예측한 범위 내에서 차가 완벽하게 정지한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억제했고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걸려도 지치지 않는다. 페달의 답력은 여느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함께 했던 시간은 끝났다. XF는 타기 편한 차다. 거슬리는 게 없다. 디젤이지만 조용하고 승차감도 부드러워 노면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 조금 신나게 달리고 싶으면 운전자가 내리는 스티어링 명령을 잘 받아들인다. 마구마구 밟아도 연비도 괜찮고 무엇보다 근사한 외모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이것들은 재규어 XF 자체의 매력이다. 여기에 조금 더 스포티한 익스테리어를 갖고 싶다면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을 선택하면 된다.

SPECIFICATIONJAGUAR XF 20d Chequered Flag Edition길이×너비×높이  4955×1880×1460mm  |  휠베이스  2960mm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1999cc  |  최고출력  ​​180ps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복합연비  12.7km/ℓ  |  가격  7190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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