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FAMILY GT,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 기사입력 2020.10.20 22:30
  • 최종수정 2021.06.28 15:46
  • 기자명 모터매거진

기아차가 모든 것을 걸고 만든 그란투리스모, 스팅어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엔진까지 바꿔가면서 반전을 노리는 스팅어는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도 가족을 생각하는 그란투리스모의 매력을 갖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기아 스팅어를 처음 시승했던 날 필자는 굉장히 놀랐다. 과속방지턱 하나를 넘는 순간 등과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서스펜션의 느낌은 그때까지 필자가 알고 있었던 기아차의 그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출력이나 주행 능력이 인상적이지 않았던 디젤 모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반응하고 있으니 다른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더더욱 궁금해졌다. 단순히 출력만 믿는 모델인 줄 알았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 뒤 일부러 고성능 V6 모델이 아닌 2.0ℓ 가솔린 터보차저 모델을 빌렸고, 스팅어의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족과 함께 즐겨도 좋고 혼자서 즐겨도 좋은, 가장을 위한 패밀리 그란투리스모’였다. 조금은 출력이 부족한 것 같은 엔진은 든든한 서스펜션과 만나 오히려 그동안 달리지 못해 낮아지고 만 운전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가족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과 제법 큰 트렁크도 그렇게 느껴졌다.

스팅어는 국내에서는 ‘비운의 모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동일한 플랫폼과 엔진으로 피를 나눈 제네시스 G70가 더 인기를 누리는 바람에 스팅어는 별 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스팅어는 조용히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했고 2.0ℓ 엔진을 대체하는 신 개발 2.5ℓ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름에도 ‘마이스터’를 붙이면서 그란투리스모의 장인이 되었음을 알린다. 그렇다면 ‘패밀리 그란투리스모’의 길은 어떻게 된 것일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스팅어를 다시 디자인하면서 기아차가 얼마나 고심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왜냐면 처음 만들 때부터 차체의 비율이나 라인, 그리고 형상이 완벽에 가까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GT 모델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라인과 면은 지금 봐도 아름답고, 롱 노즈 숏 데크의 비율과 A필러를 지나면서 점차 낮아지는 루프 라인이 GT의 이상에 가까운 모습을 만든다. 살짝 들어올린 것 같은 트렁크 리드와 돌출된 펜더 역시 스포츠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의외로 손을 댄 곳이 적다. 헤드램프는 LED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4개의 모듈과 함께 위아래로 분리된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을 받아들였다. 테일램프는 형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하나로 연결된 형태처럼 빛이 들어와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장치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뒤에서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휠 디자인도 고급스러움을 조금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스포츠카와 가족을 위한 세단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실내 역시 변화가 적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가 10.25인치로 커졌으며, 이제 2.5ℓ 모델에서도 D컷 스티어링 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계기판이지만, 스팅어는 아직 바늘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도어와 시트에 적용하는 가죽 패턴이 이전보다 더 화려해졌는데, ‘스팅어를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다.1열 시트는 착좌감이 단단하면서도 몸에 피로나 스트레스가 느껴지지 않도록 다듬어졌다. 이전과는 다르게 다이아몬드 형상의 퀼팅 패턴을 적용했는데, 착좌감을 해치거나 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2열 시트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낮은 루프 라인을 가지면서도 헤드룸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평균적인 키의 성인이 2열에 앉는 데 있어 무리가 없다. 이전에 감탄했던 트렁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의외로 차박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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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사이징’이라는 말이 있다. 엔진의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를 더하는 ‘다운사이징’보다 한 단계 더 나가는 개념인데, 무조건적으로 배기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차에 알맞은 최소한의 배기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팅어가 탑재하는 2.5ℓ 엔진은 ‘라이트사이징’의 정석에 가까운 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느껴졌던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이제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연비도 좋아졌다 하니, 무수한 환영이 이어질 것 같다.

평상시에는 조용함을 추구하는 세단이다. 가족과 함께할 때는 잠시 오른발에서 힘을 빼도 좋다. 굳이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다른 차들을 조금 앞질러서 달리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이 때는 충격 없이 마치 뱀처럼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훌륭한 서스펜션의 반응을 즐기고,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안정감을 선사하는 차체를 감상하자. 트렁크에는 가족들이 그렇게 원하던 먹거리들과 생필품들을 가득 실어도 좋다.만약 잠시 혼자가 된다면, 그때는 모든 것을 바꾸어도 좋다.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바꾸고, 오른발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가족을 위한 세단이 숨기고 있던 그란투리스모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낸다. 엔진에 채찍질을 가할수록 높아지는 음색은 귀로 흘러들어와 어느새 다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다시 오른발에 힘을 가하도록 만든다. 고속 영역을 넘어 어느새 초고속 영역에 발을 들여도, 네 바퀴가 지면을 제대로 붙잡고 차체를 안정시킨다.

직선만 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코너링 성능도 이전보다 조금 더 정교해졌다. 이전에는 사륜 모델에서 급격히 회전할 때마다 앞에서 저항이 걸리는 것 같은 반응이 있었는데, 이젠 그런 반응도 사라졌다. 코너에서 한층 더 재미를 추구하고 싶다면 후륜구동 모델이 더 좋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돌파가 가능한 사륜구동 모델도 이제 재미와 신뢰감을 동시에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마이스터’가 될 만하다.승차감과 함께 그란투리스모의 원초적인 재미를 동시에 잡는 것이야 이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훨씬 더 정교해졌다. 손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출력도 좋지만, 역시 어느 정도 이상은 넘칠 거 같은 출력이 더 좋다. 운전의 재미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물론, 패밀리카로서도 ‘드라이버를 키우는 그란투리스모’로서도 합격점 그 이상을 줄 수 있게 됐다. 이 정도라면 굳이 3.3 모델을 노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운전해 보면서, 고속도로와 산길을 온종일 누비면서 이제 알았다. 스팅어는 G70의 자리를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며 다른 길을 걷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스팅어는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잠재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러니 더 어깨를 당당히 펴고 가도 될 것 같다. ‘넉넉한 뒷좌석과 큰 트렁크를 갖추고 가족의 편안함을 절대로 버리지 않는 그란투리스모’는 국내에서는 스팅어뿐일 테니 말이다.

SPECIFICATION _ KIA STINGER 길이×너비×높이  4830×1870×1400mm휠베이스 2905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배기량  2497cc  |  최고출력  304ps최대토크  ​​43.0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0.0km/ℓ가격  4275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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