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NDINAVIAN FLAGSHIP VOLVO S90

  • 기사입력 2020.10.14 19:31
  • 최종수정 2021.06.28 15: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극적이지 않다.  
은은하게 오래 가는 깊고 세련된 향이다. 

몇 년 전부터 볼보는 달라졌다. 정확히는 예뻐졌다.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각지고 지루한 차가 아니다. 그 시작은 2세대 XC90이다. 이때부터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표현되었다. 북유럽 디자인 감성을 잘 녹여 심플하고 세련된 그림을 완성했다. 이어 등장한 볼보의 기함 S90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2016년 디트로이트 국제 오토쇼를 통해 데뷔한 S90은 매끈한 몸매에 플래그십의 무게감은 놓치지 않았다. 특히 전륜구동 베이스임에도 프런트 오버행을 짧게 가져가는 노력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볼보차는 전세계 전륜구동 모델 중에서 측면 프로포션이 가장 안정적이다.  

S90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S90을 신나게 탄 게 벌써 4년이나 지났다니. 흘러간 시간이 무색할 만큼 S90의 디자인은 신선하다. 여기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디자인 완성도를 올렸다. S90의 오너가 아니라면 이전 버전과의 큰 차이점을 단박에 알아차리긴 어렵다. 허나 뭔가 더 플래그십스러워(?) 진 것 같다. 이유는 차가 길어졌다. 전장은 F세그먼트 수준으로 5090mm다. 이전 보다 125mm 늘어났다. 반가운 것은 앞뒤 범퍼를 잡아 늘인 게 아니라 휠베이스를 120mm 키웠다는 것. 이전에도 뒷좌석의 공간이 넉넉했었는데 더 광활해졌을까? 

실제로 앉아 보니 다리를 꽈도 될 만큼 레그룸이 여유롭다. 헤드룸도 한참 남아 돌며 등받이 각도도 어느 정도 누워 있어 의전용으로도 괜찮다. 암레스트도 큼지막해서 편안하다. 가죽도 최고급을 사용했다. 어느 지역 소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비비고 싶을 만큼 부드럽다. 두툼하고 탄력이 있어 내구성도 확보한 듯 싶다. 1열 시트도 당연히 착석감이 준수하다. 허먼밀러에 가죽을 감싸고 앉은 느낌이다. 또한 시트에 스웨덴 국기 택이 달려있는데 이게 참 보기 좋다. 스웨덴이란 나라가 우리와 그리 친하지도 않음에도 괜히 달갑다. 

편의사양도 가득 담겼다. 특히 안전 관련 옵션은 기본으로 모조리 챙겨줬다.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브랜드 철학을 따른 것이다. 선행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차로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Ⅱ(Pilot Assist Ⅱ)와 차, 보행자, 자전거, 그리고 대형 동물 등을 감지하고 교차로 추돌 감지 기능이 추가된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도로 이탈 완화(Run-off Road Mitigation),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Oncoming Lane Mitigation) 등이 기본으로 달린다. 여기에 새로운 안전 옵션인 케어 키(Care Key)가 국내 최초로 제공된다. 이는 운전에 미숙한 이들의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주행 가능 최고속력을 운전자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타 편의사양으로는 파노라믹 선루프는 물론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기(AAC, Advacned Air Cleaner) 및 미세먼지 필터도 빠뜨리지 않았다. 고급차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전동식 뒷좌석 사이드 선블라인드 및 리어 선 커튼도 제공된다. 볼보하면 좋은 음악 감상실로도 유명하다. 컨티뉴엄 콘 적용으로 업그레이드된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달렸다. 기존 중음역을 담당했던 노란색 케블라 콘을 대신해 기계적 공진 상태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는 컨티뉴엄 콘으로 바꿨다. 또한 예테보리 네페르티티 재즈 클럽을 모티브로 한 ‘재즈 클럽 모드’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전문가 수준의 귀가 아니라 이전과 성능 차이를 모르겠지만 여하튼 음질은 최고다. 풍부한 베이스에 고음처리가 깔끔해 어느 장르든지 쉽게 소화한다.  

이제 음악을 틀고 S90을 몰아보자. 신형으로 오면서 디젤 트림을 삭제했다. 시승차는 B5 트림으로 유행을 따라 45V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엔진은 4기통 2.0ℓ 터보이며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파워를 생산한다. 더 강력한 것을 원한다면 T8 트림을 선택하면 된다. 먼저 가솔린 엔진에 과급기를 두 개를 달았다. 하나는 컴프레서, 또 하나는 터빈이다. 배기가스가 덜 나오는 저회전 영역은 컴프레서가, 고회전 영역은 터빈이 책임져 터보랙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거기에 65kW 전기모터를 달아 시스템 출력 405마력을 자랑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로 스포츠카를 잡을 수도 있다.  

여하튼 나에겐 250마력이 주어졌다. 엔진스타트 다이얼을 돌려 엔진을 깨운다. 역시 가솔린이라 조용하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도 없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ECO), 컴포트(Comfort), 다이내믹(Dynamic), 인디비주얼(Individual) 총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 타 볼 수 없기에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한다. 차는 잘 나간다. 250마력은 공도에서 사용하기 좋다. 만만하면서 부족함은 없으니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활짝 열면 맹렬하게 전진하다. 추월하기도 쉽고 오르막도 엔진회전수를 적게 돌리면서 여유롭게 오른다. 고속에서도 힘은 달리지 않는다. 실용구간인 시속 100km에서 추월을 위해 120km까지 순식간에 올려버린다. 8단 자동변속기가 킥다운 명령에 빠르게 대처한다. 듀얼 클러치 정도의 변속 속도는 아니지만 속 터지지 않고 변속 충격도 없어 마음에 든다.

승차감은 이전 모델 대비 부드러워졌다. 주관적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체감상 그렇다. 앞서 말했듯이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을 레이싱 트랙에서 타 봤다. 그 때 단단한 하체에 놀랐고 전륜구동이었지만 코너에서 리어가 흐르는 반전을 보여줘 감탄했었다. 허나 이번에는 세팅을 더 말랑하게 했다.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마도 볼보의 플래그십이라 소비자 연령대가 다른 볼보보다 높다는 데이터를 수집했을 것이다. 어차피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좋아하는 이들은 S60을 선택하면 되니까. 단단한 하체를 선호하지만 S90에는 이 튜닝이 적합하다. 덕분에 뒷좌석 승차감은 이전 모델 보다 더 고급스럽다.  

하체에 긴장감이 빠졌다고 해도 코너링 퍼포먼스는 여전하다. 좌우 롤링이 살짝 있지만 자세가 무너지진 않는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이며 벗어나는 범위가 좁다. 진입 속도만 적절하게 맞추면 아름다운 라인을 그릴 수 있다. 휠베이스가 긴 차지만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깔끔하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차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브레이킹 밸런스가 준수하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억제했다. 이런 기본기는 입소문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해 차를 감상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볼보에서 이 정도 큰 덩치의 세단은 익숙하지 않지만 어색함이 1도 없다. 램프로 기교도 부렸다. 헤드램프 안에 박혀 있는 토르 망치 모양의 주간주행등도 멋스럽고 테일램프는 방향지시등이 시퀀셜 타입이다. 큼지막한 그릴에 위치한 아이언 마크는 운전자를 착하고 세련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 해 준다.

그렇다면 볼보 S90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가격으로 보자면 독일산 E세그먼트와 비슷하다. 그들 보다 희소성에서 우위가 있다. 볼보는 안 팔려서 도로에서 볼 수 없는 게 아니다. 국내 배정 대수가 적다. 대기자들은 줄을 섰다. 볼보를 한 번 타 본 이들의 로열티는 상당히 강하다. 고집스러울 만큼. 오래 타도 지겹지 않는 차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희소성에서 장점이 있고 또 하나는 뒷좌석 공간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것은 후륜구동 베이스라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에서 손해를 본다. 골프를 즐긴다면 이 점이 차를 구매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알 것이다. 이 두 가지 매력만으로도 그들과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 차가 가져야 할 기본기와 안전, 그리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당연하듯 갖췄으니….   

SPECIFICATION _ VOLVO S90 길이×너비×높이  5090×1880×1450mm  |  휠베이스  306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250ps 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1.3km/ℓ  |  가격  6690 만원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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