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VTEC 30주년, 스포츠 드라이빙의 혼을 불태우다

  • 기사입력 2020.10.09 13:06
  • 최종수정 2021.06.28 15:43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혼다의 독특한 엔진 VTEC이 어느새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그동안 무심코 넘겼던 VTEC의 작동 방식과 발전사를 되짚어본다.  

엔진의 회전에 따라 공기 유입량을 조절하는 기술은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지금은 자동차 제조사마다 VVT는 기본으로 적용하고 있고, 이제는 공기 유입량을 넘어 유입 시점까지도 자유롭게 조절하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서 내연기관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엔진 기술의 발전이 끝나지는 않은 셈이다. 그 중에서 혼다의 공기 유입량 조절 기술인 VTEC은 주목받을 만하다. VTEC은 ‘가변 밸브 타이밍 리프트 전자 컨트롤 시스템(Variable Valve Timing And Lift Electronic Control System)’의 약어이다. 혼다가 출력과 환경을 양립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로 1989년에 출시한 인테그라에 최초로 탑재했다. VTEC은 그 이름대로 밸브 리프트의 높이와 밸브를 개폐하는 각도를 변경하여 펌핑 손실을 감소시키고 공기의 흡입 효율을 향상하면서 배출을 제어하여 고출력, 연비, 배출가스 감소를 실현한다.

3개의 캠을 능동적으로 연결하다

엔진이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공기를 한 번에 많이 흡입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 조건만 충족시키면 고성능만을 추구하는 엔진은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는 도심에서도 주행해야 하고 이 때는 엔진 회전이 낮아진다. 그 때도 공기를 많이 흡입한다면 오히려 힘을 내지 못하고 공회전 시에도 불안함이 지속된다. 그래서 엔진 회전이 낮을 때는 적당한 공기만 흡입하고 회전이 높을 때 많은 공기를 흡입하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VTEC의 편린을 보여준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모터사이클이다. 1983년에 등장한 혼다 CBR400F에 탑재한 REV가 그 효시인데, 기술 자체는 1982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닭 꼬치 가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도시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어쨌든 역동적인 엔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구체적으로는 리터당 100마력, 레드존 8000rpm을 목표로 했다. 당시 고성능 엔진이라는 것이 리터당 80마력, 레드존 6800rpm이었으니 목표가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엔진, 정확히는 실린더 안에 공기를 많이 불어넣으려면 밸브가 열려있는 시간을 길게 잡으면 된다. 그리고 엔진 회전이 높을 때 공기가 많이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 VTEC의 기본적인 설계도 여기에서 출발하는데, 기본적으로는 3개의 캠과 로커 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돌출 부위가 적은 로우 캠 2개와 돌출 부위가 큰 하이 캠 1개를 서로 묶은 것이다. 이들을 유압으로 움직이는 핀으로 연결하고 엔진 회전에 따라 유압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개발 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엔진 회전이 높을수록 각 부품에 걸리는 부하도 커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캠에 걸리는 부하에 대응하기 위해 캠 샤프트를 기존의 주철 대신 탄소 함유량이 적은 주강으로 제작했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오일을 강제로 순환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실린더 헤드에서 오일이 넘쳐 버리고 오일 일부가 흡기 밸브를 타고 실린더에 들어가버리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타이밍 벨트가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타이밍 벨트를 새로운 소재로 제작하고 벨트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기 위해 경량 구동 풀리를 개발했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로커 암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핀이 지정한 위치까지 움직이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시기에 로커 암이 분리되면서 마치 깨지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아무리 엔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정밀 가공, 그리고 수많은 테스트만 있었다. 지금처럼 컴퓨터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시뮬레이션도 불가능했다. 로커 암에 적용되는 핀의 지름과 핀이 들어가는 구멍을 파내는 방법까지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다. 밸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밸브 스프링 리테이너’도 내구성 테스트를 일일이 실시하여 이상이 없는 부품만 양산에 사용하는 등 많은 수고가 있었다. VTEC의 부품을 제작하는 다나카 정밀 공업(田中精密工業)에서도 많은 힘을 보탰다.

VTEC은 계속 진화한다

이렇게 탄생한 VTEC 엔진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후했다. 저속 회전 영역에서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고, 일정 회전 이상을 돌리면 그 순간부터 출력이 상승해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 엔진을 ‘이단 로켓’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혼다는 VTEC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혼다 S2000은 레드존이 9000rpm부터 시작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금속으로만 구성된 ‘슬리퍼(Slipper) 타입’의 로커 암이 아니라 ‘롤러(Roller) 베어링’을 넣은 로커 암을 개발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VTEC에 흡기 밸브의 개폐 타이밍을 연속으로 변경시키는 ‘VTC’를 더해 ‘i-VTEC’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엔진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그리고 갈수록 높아져 가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드디어 터보차저를 적용한 VTEC TURBO가 등장했다. 특이하게도 흡기가 아닌 배기 부분에 VTEC을 적용하고 있는데, 흡기는 터보차저에 맡기고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심호흡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VTEC의 기본 구조는 다른 기술을 개발할 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혼다의 6기통 엔진에 사용하는 VCM(기통 휴지 시스템) 역시 그런데, 유압으로 움직이는 핀을 사용해 밸브를 제어한다는 점이 VTEC과 동일하다. 8세대 어코드 모델에 탑재된 V6 엔진에 이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좁은 공간에서 VCM을 가동시키기 위해 Y자 형태의 로커 암을 따로 제작하고 오일이 순환하는 경로도 복잡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제작했다. 

이후 VTEC과 VCM을 결합한 엔진도 등장했다. 혼다의 대형 세단 레전드에 탑재한 것으로 흡기와 기통 휴지를 동시에 제어하기 위해 오일 순환 경로를 2개의 전자 제어 밸브로 관리한다. 혼다의 기통 휴지 시스템은 작동하는 실린더가 6개에서 4개로, 때로는 3개로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제어가 상당히 힘들다. 게다가 레전드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시키기 위한 전기모터도 추가하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는 굉장히 높았다. 그 와중에 빛을 보지 못한 VTEC 기술도 있다. 한때 혼다는 최고출력 500마력을 발휘하는 V10 엔진을 개발했었다. VTEC과 VCM에 DOHC까지 더한 것으로 레드 존 8500rpm을 실현한 고성능 엔진이었고, 강철로 제작한 로커 암을 유연하게 작동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혼다 특유의 가속 감각과 환경 규제를 모두 만족시켰지만, 이후 개발이 중지되어 이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영원히 만나볼 수 없다.

VTEC의 기본 정신은 영원히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축적된 VTEC 기술은 2017년에 경차인 N-BOX의 엔진에도 적용됐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역시 VTEC의 혜택을 받고 있다. 모터가 일을 하고 엔진이 쉬고 있는 순간에도 시동이 걸리기 전에 밸브 타이밍을 미리 변화시켜 배출가스를 가능한 한 적게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모터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도 VTEC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사실은 VTEC을 개발한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VTEC 자체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비, 배출가스 또는 주행 성능 중 하나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2마리 또는 3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하는 VTEC의 정신은 전기차 시대가 되어도, 또는 연료전지차의 시대가 되어도 영원하다. VTEC은 ‘처음부터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혼다는 그 길을 지금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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