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르반떼 S

  • 기사입력 2017.02.07 15:37
  • 최종수정 2020.09.01 19:0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마세라티 르반떼 S

마세라티, SUV 과목에 도전하다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높은 지상고를 지닌 르반떼가 나왔다. 설립된 지 100년이 지나 처음 시도한 SUV 르반떼로 주머니를 채우려 한다. 잘 빚어 놓은 외관은 SUV에 대한 마세라티만의 해석이 담겨있다. 430마력의 출력은 영민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도로에 매끄럽게 전달한다. 삼지창을 품은 만큼 거친 배기사운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단어 앞에 ‘첫’이란 관형사를 붙여보자. 첫사랑, 첫키스, 첫경험, 첫직장 등을 떠올려보면 풋풋하고 살짝 어설픈 느낌이 든다. 나름 과감하기도 하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세라티가 처음으로 SUV를 만들었다. 모델명은 르반떼. 지중해의 바람을 뜻한다.

국내에서 ‘르방이’라 불릴 것 같은 이 녀석은 마세라티 대중화에 앞장선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에 손대는 일은 빈번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 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파는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드와 블랙을 조합해 스포티하면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포르쉐는 카이엔을 내놓았을 때 평생 먹을 욕은 다 들었다. 개구리가 아닌 두꺼비만한 덩치에 포르쉐 배지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포르쉐의 외도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금 911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이 카이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특한 ZF 8단 자동변속기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도 벤테이가를 선보였고 롤스로이스도 SUV 끝판왕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성공 포인트는 SUV에 그들의 색을 얼마나 입히느냐는 것.

이중접합 유리로 바람소리를 듣기 힘들다

르반떼를 만났다. 마세라티 배지를 제외하더라도 영락없는 마세라티다. 길이 5m, 휠베이스 3m가 넘는 사이즈이지만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박스타입의 보통 SUV와 달리 과감한 곡선으로 보디라인을 만들었기 때문. 얼굴은 한 성격하게 생겼다.

떼어가고 싶은 패들시프트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프런트 그릴로 이어지고 그 아래 동그란 안개등을 박았다. 그릴 정중앙에 위치한 삼지창은 크지만 디테일이 아쉽다. 센서가 들어가 있어 에폭시 스티커와 같은 배지를 장착했다. 마세라티의 가장 중요 포인트인 삼지창을 금속으로 만들고 ACC 센서는 다른 방법으로 숨겨놨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레그룸은 충분하지만 헤드룸이 부족하다

옆에서 차를 바라보면 크로스오버의 향이 진하다. SUV치고는 상당히 낮아 다부진 자세를 가지고 있다. 마세라티 시그니처인 프런트 펜더에 있는 세 개의 덕트와 C필러에 붙어있는 마세라티 배지만으로 소유욕이 치솟는다.

고급차에 빠질 수 없는 아날로그 시계

캐릭터 라인이 무질서하게 그어져 있는데 기자가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소양이 부족하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차체 크기에 알맞은 21인치 휠을 끼웠고, 앞 265mm, 뒤는 295mm 타이어를 신고 있다. 휠 안쪽으로 보이는 성인 남자 팔뚝만한 브레이크 캘리퍼는 크기만으로 제동력에 신뢰가 간다.

전동으로 조작 가능한 햇빛 가리개

뒷모습은 빵빵하다. 외경이 큰 머플러팁은 고성능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하고 디퓨져는 은색 페인트를 잘 발라 놨다. 그란투리스모와 비슷한 삼각형의 테일램프는 크롬 장식으로 두 개가 이어져 있다. 중심으로 뾰족하게 모이는 형상이다. 그 아래 후방카메라가 있는데 위치가 왼쪽으로 이동해 가운데로 오면 훨씬 보기 좋을 듯하다.

디자인이 훌륭한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면 명품가방 향이 코를 자극한다. 인테리어는 여느 마세라티 모델과 같다. 플라스틱을 보기 힘들 정도로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트림은 원목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큰 편이지만 두툼하며 그립감이 좋다.

부족함 없다. 그래도 8기통이 그립다

은빛의 패들시프트는 칼럼에 고정되어 있다. 아래위로 시원하게 뻗어있어 조향 중에도 변속하는 데 무리 없다. 사용 시에도 ‘딸깍’이 아닌 ‘철컥’하는 손맛을 느끼게 해 머신을 다루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휠베이스가 긴만큼 레그룸은 여유 있지만 헤드룸은 부족하다. 180cm 기자가 시트에 허리와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앉으면 머리카락이 천장을 스친다. 아름다운 루프 라인에게 헤어스타일을 양보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은 보통의 SUV보다 좁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테일게이트는 전자동으로 작동되는데 버튼 위치가 트렁크 안쪽에 위치해 다소 불편하다. 버튼을 누르면 한 박자 쉬고 닫히지만 테일게이트가 머리를 덮칠 것 같은 불안감에 지레 겁먹고 재빨리 빠져나오게 된다.

방지턱이 무섭지 않은 스포츠카

시승차는 르반떼 S다. 모델명 뒤에 S가 붙은 만큼 성능이 화끈하다.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는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1kg·m의 힘을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5.2초로 뛰어난 성능처럼 보이지 않지만 르반떼 S는 2t이 넘는다.

기어노브 주변에 서스펜션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가 활성화된다. 댐퍼의 압력이 단단해지고 배기사운드가 커진다. 물론 엔진 응답성도 재빨라진다. 6기통이지만 거친 배기음을 토해낸다. 팝콘 튀기는 백프레셔 사운드까지 들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C필러의 배지가 빠지면 섭섭하지

단숨에 스로틀을 개방하면 터보랙없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가속력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차들을 추월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있다. 안정적으로 출력을 도로에 내뱉기 때문에 식은땀이 나지는 않는다. 8기통 유닛이 장착된다면 진정한 마세라티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매서운 눈빛은 앞트임을 심하게 한 결과

연료효율은 낮다. 르반떼를 타고 기름을 소진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울 강남에서 춘천을 찍고 돌아오면 바로 주유소로 향해야 한다. 너무 밟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마세라티와 연비주행은 어울리지 않는다.

백프레셔만 터졌다면 더 바랄게 없을 텐데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꽉 조이면 코일오버 서스펜션을 장착한 튜닝카처럼 느껴진다. 과하다싶을 정도로 노면을 읽고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스포츠 주행에 있어 무조건 단단한 것이 장땡은 아니다. 노면이 고른 서킷에서는 롤링을 억제하면서 재밌게 탈 수 있겠지만 국내 도로 여건을 감안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이 버튼이 꼭 여기 있어야 할까?

그렇다고 노멀 모드로 달리자니 배기사운드를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서스펜션과 배기시스템 그리고 엔진 반응 등을 각기 조절할 수 있다면 만족감이 높을 것이다.

세차 용품을 꽂을 수 있는 밴드

코너링 한계는 높다. 웬만한 스포츠 쿠페 수준의 코너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코너 바깥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코너를 진입하면 처음에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비추다가 가속 페달에 발을 일찍 가져가면 여지없이 오버스티어를 일으킨다.

배지 안에 ACC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과하지 않고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한 정도여서 운전 재미 요소로 그만이다. 손쉬운 파워 슬라이드가 가능하지만 단, 주행안정화장치를 비활성화 시켜야 한다.

후륜구동 베이스의 사륜구동 시스템 Q4는 전후 50:50의 구동력 배분으로 시작해 상황에 따라 40:60에서 30:70으로 유동적으로 변경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20:80 혹은 고속주행 시에는 100% 파워를 뒷바퀴로 몰아줘 후륜구동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 0.31cd의 공기저항계수, 긴 휠베이스, 광폭타이어. 이 조건만으로 르반떼의 고속 안정감을 예상할 수 있다. 바닥에 깔리는 느낌은 없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잘 달리는 차의 기본기 중 하나인 제동력도 우수하다. 예측한 지점에 정확히 선다.

점수를 매길 권한도 자격도 없지만 기자는 르반떼에게 B를 주겠다. 마세라티 배지가 붙어 있지 않다면 B⁺. 전공과목이 아닌 첫 시험에서 B⁺면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B를 준 것은 마세라티의 색깔의 농도가 조금 더 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SUV지만 적어도 그 만든 이가 마세라티면 운전자의 손에 땀과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해야 한다. 마세라티라서 흠으로 보이는 것이지 사실 이정도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하지만 마세라티 팬으로서는 아쉬운 르반떼였다.

SPECIFICATION _ MASERATI LEVANTE S

길이×너비×높이 5003 x 1968 x 1679mm | 휠베이스 3004mm | 무게 2109kg |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79cc

최고출력 430ps | 최대토크 59.1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 타이어(앞/뒤) 265/40 R 21, 295/35 R 21

0→100km/h 5.2초 | 최고속도 264km/h | 복합연비 6.4 km/ℓ | CO₂ 배출량 264g/km | ­ 가격 1억7460만원(시승차)

 

첫 SUV의 성적?

BMW X5

1999년 BMW가 5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X5는 흥행에 대성공했다. 처음으로 만든 SUV지만 균형미가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얼마면 돼”라며 패기 부리던 원빈이 <가을동화>에서 타고 나와 국내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X5의 성공으로 현재 BMW는 두터운 SUV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

PORSCHE CAYENNE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캠핑 장비를 트렁크에 가득 싣고 멀리 떠날 수 있는 포르쉐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외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음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지금의 파나메라와 마칸은 카이엔 덕분에 탄생한 모델이다.

BENTLEY BENTAYGA

레인지로버를 능가하는 영국 SUV가 등장했다. 벤틀리의 배지와 웅장한 크롬 프런트 그릴은 분명 벤틀리다. Q7과 공유하는 플랫폼을 사용했으며 현재 유일한 12기통 엔진을 얹힌 SUV다. 못생긴 얼굴 때문인지 가격 때문인지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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