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같은 부드러움, BMW THE 5 & THE 6

  • 기사입력 2020.10.06 22:54
  • 최종수정 2021.06.28 15:35
  • 기자명 모터매거진

BMW의 중형 세단 5 시리즈와

크로스오버 GT 6 시리즈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BMW가

유지해 오던 스포츠를 그대로 두고 편안하게 사용하는 비즈니스 세단임을 더더욱 강조하면서 말이다.

BMW가 오랫동안 축적한 이미지가 ‘역동성’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적을 것 같다. 그들을 대표하는

문구 조차도 ‘Sheer Driving Pleasure’, 운전 그 자체의 즐거움을 내세우고 있다. 그 성격을 제법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3 시리즈이지만, 중형 세단인 5 시리즈도 만만치 않은 즐거움을 강조해 왔다. 무엇보다 5 시리즈의 차체와 구성을 기반으로 스포츠 성능을 강화한

실용적인 세단 M5를 만들어낼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5 시리즈 GT에서

슬쩍 떨어져 나온 GT 6 시리즈가 있다. 왜건과 4도어 쿠페, 그 중간에 서 있는 것 같은 독특한 외형과 실용성으로

세단과는 다른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 왔다. 워낙 독특한 모델이고 BMW가

내세우는 역동성은 조금 약한 편이지만, 패밀리 모델로써 충분한 성능과 편안함 그리고 넉넉함을 갖고 있다. 두 모델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며 어떤 점을 바꾸었는지, 짧은 거리를

나름대로 달려보았다.

좀 더 날렵하게 보이나요?

두 모델은 이미 지난 5월 말에 국내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모습을 드러냈기에 사진으로는 이미 익숙해진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디자인 자체가 극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날렵함을 강조하는 것처럼 인상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기존 모델보다 더 폭이 가늘어진 헤드램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 안에 있는 주간주행등도 기존의

육각 형태에서 아래에 형태만 남기는 ‘L’자 형태로 심플하게 다듬어졌다.

전면을 장식하는 키드니 그릴이 아주 조금 커졌고, 앞 범퍼에 별도로

있던 안개등도 사라졌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변화이지만 실제로 보면 인상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테일램프 역시 붉은색의 굵은 L자가 좀 더 도드라져

보이도록 다듬었는데, 나머지 부분을 블랙으로 처리해서 그런지 날렵한 느낌이 배가된다. 새로운 스포크를 적용한 M 퍼포먼스 전용 휠은 5 시리즈와 6 시리즈 측면을 가리지 않고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상단을 차지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다. 기존의

10.25인치에서 12.3인치로 커지면서 정보도 한 눈에

들어오고 기능을 선택하기도 쉬워졌다. 좁은 골목을 지나거나 후진할 때 유용한 ‘어라운드 뷰’도 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운전이 약간 서툰 사람이라도

좋아할 것 같다. 게다가 ‘애플 카플레이’는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무선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차 안에서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역동성 위의 소프트

외형과 실내 관찰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다양한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이 마련되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고성능 모델을 탑승하고 싶었지만, 배정된 것은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530i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모델일 것이니 검증해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동을 걸고 출발해 본다. 4륜구동이 아닌 후륜구동 모델인 만큼 조금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기존 모델(G30)이 맨 처음 등장했을 때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전(F10)과 달리 서스펜션이 전체적으로 조금 더 조여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치 소파에 묻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승차감은 거의 그대로 두면서도 역동성이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조금 더 승차감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역동성을

그대로 둔 채 소프트를 더하고 있는 것인데, 원래대로라면 조금은 단단하게 느껴질 M 스포츠 패키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이해는 할 수 있다. BMW가 이제는 5 시리즈에서 ‘비즈니스 세단’을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동성은 그대로 두면서 승차감 쪽으로 다시 조금 더 기울게 된 것이겠지만, 오래 전부터 5 시리즈를 알고 있던 필자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가족이 편안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감하지만, 그 역할은 럭셔리 라인에

맡겨두고 M 스포츠라면 조금 더 서스펜션을 조여줘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6 시리즈에 온전히 맡겨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M 스포츠 패키지라고 일상적인 영역 그리고 일반도로에서는 꽤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약간 서스펜션을 조여주고 가속 페달에

맞춰 반응도 조금 더 빨라진다. 좀 더 호쾌한 반응과 조여진 서스펜션이 필요하다면, 더 상위에 있는 모델을 노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가족을

위한 편안한 세단에 스포츠가 더해진 것일 뿐이니, 그것으로도 사실은 차고 넘치는 것일 수도 있다.

운전 보조 기능의 작동 영역은 ‘자율주행을 바라보기 전’까지 올라온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을 작동시키는 순간부터 운전자가 할

일은 앞 유리 너머의 상황을 보면서 스티어링에 가볍게 손을 올려두는 것 정도다. 아예 운전에서 신경을

끌 수는 없지만, 차체를 차선 내에 유지하는 정도나 앞 차와의 거리를 벌리는 정도를 체험해 보니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는 많이 덜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5 시리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6 시리즈 630i로 차를 바꿨다.

6 시리즈 가솔린 모델은 직렬 6기통이 기본이라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전해지는 느낌 그리고

즉각적인 반응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5 시리즈보다 무거운

만큼 서스펜션을 약간 더 단단한 쪽으로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승차감에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요철을 고속으로 넘을 때나 약간의 차이를 알 수 있을 뿐이고 그것도 2열에 앉았을 때 이야기다.

530i와 비교하면 배기량은 넉넉한 편이지만 최고출력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넉넉한 배기량에 출력은 묶어두고 가속에 필요한 토크를 더 끌어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약간 무거운 차체를 경쾌하게 발진하도록 만든다. 만약

가족이 모두 탑승하고 캠핑 또는 레저를 위한 장비도 가득 적재했다면, 그 때는 6 시리즈가 더 좋은 움직임 그리고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출력이라도 넉넉함과 여유가 주는 움직임은 그 느낌이 다르니 말이다.

자동차 한 대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6 시리즈가 5 시리즈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 애초에 그 형태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지만, 운전으로 인해 느껴지는 만족은 훨씬 더 컸다. 게다가

6 시리즈는 과거의 5 GT보다 둔중한 형태가 크게 줄어들었고, 고속 주행 중 꼬리에서 올라오는 액티브 스포일러가 큰 만족을 준다. 탑승하거나

내릴 때 허리에 힘을 주거나 다리를 올릴 필요도 없으니 제일 이상적인 패밀리카가 아닐까도 한다.

모습을 바꾼 BMW 5 시리즈와 6

시리즈, 그 둘과 함께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순간이 생각났다. 차가우면서도 생각보다 부드러운, 그래서 한 번 입을 대기 시작하면

혀로 그리고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아이스크림 말이다. 이번에는 얼음을 유지하는 시원함 보다 부드럽게

녹아들어가는 감각에 더 맞춰진 것 같은 대중적인 아이스크림이다. 특유의 성격을 조금씩 희석시키고 있는

이 아이스크림은 과연 어떤 반응을 몰고 올까? 꽤 궁금해졌다.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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