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SUV, 이렇게까지? KIA SORENTO VS TOYOTA RAV4
2020-10-06 15:32

약간의 실수로 삐걱거리는 출발을 보였던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전통의 하이브리드 강호, 토요타의 SUV RAV4도 있다.  이제 쏘렌토는 RAV4와 당당하게 겨룰 수 있을 것인가?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꽤 오래 전 이야기다. 현대 싼타페 3세대 모델이 등장하는 자리에서 국내영업본부장이 ‘싼타페는 토요타 RAV4나 혼다 CR-V와는 급이 다르며, 아우디 Q5와 경쟁하는 모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당시 현대차의 품질과 위상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거의 오만(?)에 가까운 발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싼타페는 상당히 잘 팔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뒤로도 꽤 긴 시간이 흘렀고, 현대 싼타페와 프레임, 그리고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 쏘렌토도 어느새 4세대로 진화했다. 첫 출시 당시에는 디젤 모델만 탑승했는데, 이번에 탑승하는 것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이다. 사전 계약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규정에서 0.5km 부족한 연비로 인해 하이브리드 세제혜택을 누리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약간 인상해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그 옆에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를 다듬어 온 토요타의 SUV, RAV4가 있다. 기존의 무난한 디자인을 거부하고 ‘크로스 옥타곤(Cross Octagon)’을 통해 입체적인 형태를 내세우는 것과 동시에 TNGA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다 좋은 자동차 만들기’를 주장하는 모델이다. 두 개의 모터를 중심으로 하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연비와 효율을 인정받아왔고, 이제 주행 성능의 향상도 노리고 있다.


하이브리드라고 특별하지는 않다는 것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전에 탑승했던 디젤 모델과의 디자인 차이는 없다.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LED 주간주행등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모인 ‘타이거 페이스’는 출시 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그릴이 크기 때문에 그 뒤에 막강한 출력의 엔진이 있을 것만 같다. 측면도 후면도 직선이 주로 차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C필러 하단에 위치한 샤크 핀 형태의 장식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또는 녹색의 라인이라든지 엑센트도 없다. 휠의 디자인이 다르고 테일게이트 하단에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작게 붙어 있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자세히 보면 테일게이트의 와이퍼도 리어윙 아래 숨어있는데, 별 걸 다 숨긴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딱일 것 같다.  시승차는 ‘미네랄 블루’ 색상인데, 그 특성상 하이브리드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이브리드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RAV4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전면과 후면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바로 토요타 엠블럼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 그 외에 앞 펜더와 테일게이트에 하이브리드 엠블럼을 추가했다. 매끈한 형태로 도심형 SUV 이미지를 구축했던 이전 모델과 다르게 곳곳에서 각을 세우고 있으며, 측면도 후면도 모두 날카롭다. 휠하우스도 원형이 아닌 각을 준 형태로 다듬어서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거친 SUV’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전면을 보고 있으면 갈수록 우악스럽게 다듬어지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들이 생각난다. 이런 디자인을 오라오라가오(オラオラ顔)라고 부르는데, 차체 크기와 실루엣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니 그 안에서 제조사의 개성을 부여할만한 곳이 전면 디자인이기에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심을 벗어나 오프로드도 정복하고 싶다는 RAV4의 야망이 살짝 비치는 것도 같다.


실내는 아마도 두 모델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곳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콘셉트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쏘렌토는 ‘전자장비로 채워진 미래지향적인 실내’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의 조화, 그리고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가 그런 느낌을 크게 더한다. 밤이 되면 조수석과 도어 일부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그렇다. 4개도 모자라 8개로 확장된 송풍구는 디자인보다 실용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시선이 꽤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시트 높이를 낮춰도 보닛의 끝이 보이고 좌우를 둘러봐도 창문이 상당히 커서 사각지대도 거의 없다는 느낌이다. 시승차는 5인승 모델이라 3열이 없으며, 2열 시트는 비록 좌우가 독립된 형태는 아니지만 편안함을 보장한다. 컵홀더도 도어에 마련되어 있으니 장거리 주행 시 음료를 두고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트렁크 공간의 희생은 거의 없다.


RAV4는 아날로그와 함께 심플함을 자랑하는 실내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계기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바늘이 혼합된 형태이며, 내비게이션 화면 역시 쏘렌토에 비하면 작다. 다이얼은 고무로 감싸서 손에 확실히 잡히도록 했다. 아무래도 차체 크기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의자나 레그룸, 폭 등이 약간 좁다는 것이 느껴진다.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더불어 운전석의 높이도 꽤 낮게 느껴진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트렁크 공간이 제법 크다.

구조의 차이를 넘어서는 세팅의 차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ℓ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합산 출력 230 마력을 발휘한다. 엔진 커버에 ‘하이브리드’라고 새겨져 있으니 새로 만든 엔진인 것 같지만, 사실은 기아 K5 터보에 탑재하는 CVVD 엔진이다. 앞으로 등장할 예정인 쏘렌토 PHEV 모델에도 이 엔진을 그대로 탑재할 것이다. 여기에 K5 하이브리드에 탑재하는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앞 바퀴 또는 네 바퀴를 구동한다.

시승차는 앞 바퀴 구동 모델이다. 이전에 기아 니로를 시승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발전한 하이브리드 기술에 놀란 지도 꽤 됐는데, 쏘렌토에서도 놀라움은 이어진다. 터보차저 엔진이지만 역시 하이브리드에 맞추어서 그런지 시동이 걸릴 때도, 그리고 엔진 회전이 높아져갈 때도 조용하다. 일부러 차들이 거의 없는 밤을 골라 음악을 끄고 달려보았는데도 조용하다. 시속 50km 이하의 속력으로 도시를 주행할 때는 엔진음이 약간 귀에 들어오지만, 이 역시 일반 가솔린 자동차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아마도 평상시에는 가속 페달을 깊게 안 밟아도 될 것이다. 엔진이 가동하는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인 것도 포인트.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해지면 엔진이 돌면서 재빨리 배터리를 채우고, 거의 다 채운 시점에서 엔진이 꺼지고 전기모터가 돌면서 정숙성을 보장한다. 엔진과 모터가 교대로 일을 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기에 이질감이 거의 없다. 쇽업소버가 약간 무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패밀리카라는 용도를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것 같다.

RAV4는 이전에 탑승했을 때는 무척 조용한 것 같았는데, 이제 와서 탑승해 보니 엔진이 가동하는 동안 소음이 꽤 발생한다. 고속 주행 중에도 수시로 모터가 동력에 개입하는 쏘렌토와는 달리 RAV4는 고속 주행에서 엔진이 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다. 도심 주행에서는 모터 작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약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거기까지다. 게다가 연비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행 중 느껴지는 탄탄함 하나는 마음에 든다. 무게 중심 자체가 쏘렌토보다 낮게 느껴지며, 직선 주행은 물론 코너링에서도 그 느낌이나 돌아나가는 자세가 우위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탑승한 가족들이 이 점을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감을 보장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면, 이것을 약간 더 넘어서는 더 탄탄한 안정감과 조금 단단한 것 같은 승차감을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사실 이 대결을 진행하면서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RAV4 하이브리드가 각 부문에서 막상막하의 능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미 승부가 정해졌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도 느끼셨을 것이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패밀리카라는 명제에 충실하며 연비와 효율도 갖춘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RAV4 하이브리드를 간단하게 이겨버렸다. 오늘은 현대기아 연구소에서 희생당한 수많은 ‘공밀레’들에게 묵념을 올려야 할 것 같다.

SPECIFICATION

KIA SORENTO 
길이×너비×높이  4810×1900×1695mm  |  휠베이스 2815mm | 
엔진형식  I4 터보 + 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1598cc  |  
최고출력  180ps 최대토크  27.0kg·m  |  모터출력  60ps  |  모터토크  26.9kg·m  |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4.3km/ℓ  |  가격  4240만원

SPECIFICATION
TOYOTA RAV4
길이×너비×높이  4600×1855×1685mm  |  휠베이스 2690mm 
엔진형식  I4 + 전기모터, 가솔린  | 배기량  2487cc  |  
최고출력  178ps 최대토크  22.5kg·m  |  모터출력  120ps  |  모터토크  - kg·m  |  
변속기  e-CVT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5.5km/ℓ  |  가격  462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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