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ROCKET, 벤츠 AMG GT 4도어 쿠페 vs BMW M8 컴페티션

  • 기사입력 2020.10.06 14:05
  • 최종수정 2021.06.28 15:3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메르세데스와 BMW에서 각각 가장 강력한 모델 두 대를 소환했다. 근사한 외모에 폭발적인 성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매력의 향은 다르다. 

MERCEDES-AMG GT 63 S 4MATIC+ 4DOOR COUPE

글 | 안진욱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디비전 AMG의 첫 문짝 네 개짜리 모델이다. 실제로 보면 덩치가 크다. 제원상으로 확인해 봐도 S클래스 숏보디 크기 정도다. 잘생긴 얼굴은 흠잡을 데가 없다. 세로줄이 그어져 있는 그릴은 헤드램프와 잘 어우러지고, 가운데 대형 삼각별이 위풍당당하게 박혀 있다. 프런트 범퍼는 고성능 모델이기에 공기흡입구를 커다랗게 뚫고 에이프런을 날렵하게 뽑아놨다. 여기에 가변 플랩을 달았다. 시동을 켰을 때는 플랩을 닫아 워밍업 시간을 최소화하고 주행 중에는 냉각을 위해 플랩을 연다. 범퍼 양 끝 에어덕트에 그물망이 없어 쿨러의 코일이 날아오는 흙이나 작은 돌에 손상이 갈까 걱정이 된다. 

자리를 옮겨 옆모습을 감상한다. 프런트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아 전투적인 자세를 연출한다. 하이라이트는 루프 라인이다. 모델명처럼 쿠페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A필러에서 시작해 트렁크 리드까지 떨어지는 선이 예술이다. 휠은 차체 사이즈에 걸맞게 21인치이며 휠 너트를 센터록 룩(?)으로 깔끔하게 가려놨다. AMG에서 밀고 있는 디자인인데 스포크가 쭉쭉 뻗어 있어 실제 크기 보다 더 커 보이며 근사하다. 타이어는 프런트 275/35, 리어 315/30이 끼워진다. 슈퍼카를 잡을 수 있는 성능을 지녔기에 브레이크는 엄청난 사이즈의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가 들어간다. 

엉덩이는 조금 아쉽다. 한껏 치켜 올라갔고 폭이 좁아 보여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들지 않는다. 디테일은 훌륭하다. AMG GT 쿠페처럼 테일램프는 가늘고 길게 뽑아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특히 방향지시등은 시퀀셜 타입이라 만족도가 높다. 머플러 커터는 기울어진 사각형으로 마무리해 AMG임을 뒤차에게 알려준다. 리어 스포일러는 평소에는 숨어 있다 고속에서 스스로 올라온다. 저속에서도 미적지수를 위해 리어 스포일러를 올리고 싶다면 버튼 하나로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소프트 클로징이 빠진 게 조금 아쉽지만 여하튼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메르세데스의 인테리어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대칭형 레이아웃에 클래식한 송풍구,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등은 메르세데스만의 디자인 언어다. 스티어링 휠은 바텀 플랫 타입으로 직경은 살짝 크지만 그립감은 최고다. 드라이빙 모드를 고를 수 있는 다이얼까지 달려 있다. 시트는 세미 버킷으로 사이드 볼스터가 있어 코너에서 운전자를 어느 정도 잡아준다. 단, 쿠션감은 크지 않아 장거리 주행 시에는 엉덩이와 등에 피로가 쌓인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부족하지 않다. 다양한 편의장비가 달렸지만 가장 중요한 오디오만 짚고 넘어가자. 부메스터로 훌륭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중저음은 묵직하고 고음처리도 깔끔하다. 

긴 말 필요 없다. 지금 국내 출시되고 있는 메르세데스 중 가장 빠른 녀석이다. 달려보자. 긴 후드 아래에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이 숨어 있다. 최고출력 639마력, 최대토크 91.7kg∙m의 강력한 파워를 9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2초다. 정말 빠르다. 가속 페달에 발만 살포시 올려놔도 폭발적으로 튀어나간다. 공차중량이 2160kg이나 되지만 몸놀림이 경쾌하다. 지난 메르세데스의 스로틀 세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추월할 수 있다. 공도에서 부가티 이 외에는 적수가 없을 것 같다. 고속에서도 이 파워는 지치지 않는다. 아스팔트를 씹어 먹으며 트랙션을 확보하고 불안하지 않게 달린다.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조여놔 좌우롤링과 피칭을 잘 잡았다. 때문에 코너에서도 준수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고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좋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든다. 든든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 괴력과 섀시를 다루기에 충분하다.

시승이 끝나고 아쉬움만이 남았다. 이 좋은 장난감을 폭우 때문에 마음껏 밟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 알진 못하지만 이 녀석의 매력은 느껴졌다. 럭셔리한 외관으로 하차감(?)이 최고이며 넉넉한 뒷좌석으로 실용성도 높고, 로켓보다 빠른 성능까지 갖췄다. 이 삼박자로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차다. 이러한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2억5000만원을 준비하면 된다.  

BMW M8 COMPETITION 

글 | 유일한

BMW M8. 사실은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모델이다. 고급 대형 쿠페인 8시리즈에 고성능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컴페티션’까지 추가해두었다. 이 차를 고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영역인 압도적인 성능, 그리고 코너에서 보여줄 주행 질감 면에서 의심할 구석이 하나도 없다. 만약 여기서 더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그걸 언급하기 전에 구매 리스트에 이 차를 올려놓고 대리점에서 간단하게 시승을 해보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이 차가 단독으로 있을 때의 이야기고, 오늘은 그래도 라이벌이 등장했으니 좀 더 말을 해줘야겠지. 라이벌이 도어 두 개가 더 있는 게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이런 고성능 모델에 뒷좌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뒷좌석이 중요하다면 다른 모델을 고를 것이다. 예를 들면 M5 세단이나 M3 왜건 등….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승부보다는 그냥 취향 차이일 것이 더 분명하기에, 필자의 마음대로 M8 찬가를 써 내려가 보리라.

"그 실루엣 참 아름답소"

몇 달 전, 8 시리즈의 선대 모델을 우연히 탑승해 보았다. 밤이 되면 고개를 내미는 팝업 헤드램프와 자를 대고 직선을 그은 것 같은 차체. 사각형으로 우직하게 다듬은 테일램프는 1990년대의 멋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올곧게 다듬은 지붕과 B필러가 없는 창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감성이었다. 제대로 정비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V12 엔진은 묵직한 숨결을 연신 토하며 아직 후배에게 질 수 없다는 듯 움직여주었다. 지금 이 앞에 서 있는 후손은 선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거대해진 키드니 그릴 옆에 당당하게 헤드램프가 자리잡았고, 육각형 일부를 갖고 온 LED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냈다. 지붕은 이제 곡선을 받아들여 기교를 부리고 있으며, 뒷좌석은 이제 필요가 없다는 듯 B필러 뒤에서부터 트렁크 끝까지 길게 떨어지는 라인이 되었다. 차체에서 크게 돌출된 리어 펜더는 어떠한 고성능도 받아들이면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 느낌이 옆에 서 있는 라이벌하고도 다르다. 4도어 쿠페라는 장르의 개척자로서 도가 텄다면 튼 라이벌인데, 그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느낌을 살려내고 있다. 마치 근육질의 몸매를 몸에 딱 맞는 슈트로 감싼 것 같다.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돌출되는 근육 일부는 덤이다. 공기역학의 한 부분처럼 다듬어진 테일램프와 그 아래로 드러나는 4개의 거대한 머플러, 그리고 하단에서 공기를 가르는 디퓨저도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이제 도로로 나가 우아함을 더 감상해 볼 차례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고성능을 제대로 느낄만한 여유는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탑승하면서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거친 배기음을 토해내는 V8 엔진이 어느새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에 힘을 줄 것을 요구한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밟는 순간부터, M8은 자동차라기보다는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디바이스가 된다.

순간이동 디바이스에서 다시 자동차가 되는 순간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다.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고 나면 오른발 끝에서 끝 없는 마력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출력이 높다고 해서 야생마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잘 길들여진 종마처럼, 채찍질의 강약에 따라 속도와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 수월하게 제어된다. 최고출력이 200마력도 안 되는 일반적인 승용차에 길들여진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렇다.어느새 자신감이 붙으니 과감한 시도도 살짝 해본다. 주행 안정장치는 잠시 끄고 코너가 나타날 때 앞 머리를 먼저 집어넣은 뒤 조금 더 과감하게 오른발에 힘을 주어 뒤를 일부러 미끄러트렸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서킷을 빌렸지만, 기우였던 것 같다. 의도한 도로 폭 내에서 뒷바퀴를 운전자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있고, 그 뒤에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맛에 빠진다면 주말마다 서킷 또는 한적한 산길을 찾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편안하고 안정감 있고 잘 달려준다는 세 마디가 전부다. 노멀 모델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브레이크도 카본 세라믹으로 업그레이드한 M8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전보다 감성이 줄어들지 않았냐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종마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오래 두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운전자라면, M8을 선택하고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SPECIFICATION MERCEDES-AMG GT 63 S 4MATIC+ 4DOOR COUPE 길이×너비×높이  ​5050×1955×1455mm  |  휠베이스 295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82cc  |  최고출력  639ps  |  최대토크  91.7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2km/ℓ  |  가격  2억4740만원

SPECIFICATIONBMW M8 COMPETITION길이×너비×높이  4865×1905×1380mm  |  휠베이스 2827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625ps  |  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6km/ℓ  |  가격  2억4110만원

글 | 안진욱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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