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게 재미있다! 마세라티 르반떼 GTS

  • 기사입력 2020.10.06 13:24
  • 최종수정 2021.06.28 15: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배기 사운드는 폭풍 속 천둥소리처럼 우렁차다. 숙련된 연금술사만이 다룰 수 있는 V8 엔진의 콘서트는 심금을 미묘하게 휘저었다. 슈퍼 SUV 르반떼 GTS는 머리가 젖혀질 정도로 빠르다. 그뿐만 아니라 활용성마저 만족스럽다. 

기나긴 장맛비가 잠시 멈췄다. 구름 사이로 잠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이때다 싶어 호사스러운 슈퍼 SUV 마세라티 르반떼 GTS의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삼지창 가문에서 태어난 슈퍼 SUV의 위용은 대단했다. 스포츠카와 SUV,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혼연일체가 되었다. 꿈의 조각을 캐내어 현실로 소환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멋지고, 세련되게 디자인했다

장맛비가 그친 햇살 아래에서 마세라티 가문의 삼지창 휘장이 반짝거렸다. 혈통이 남다른 슈퍼 SUV는 거드름을 피우며 잘난 외모를 자랑한다.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낸 르반떼 GTS를 보고 있자면 꼭 오래된 연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쿵덕거린다. 

마세라티 르반떼의 디자인 영감은 2003년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끝에서 탄생한 콘셉트카 쿠뱅(Kubang)을 통해 그 원천을 엿볼 수 있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과거의 디자인 영감을 재해석해 선보인 새로운 스타일의 콘셉트카 쿠뱅을 바탕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놈 섹시한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석구석을 살폈다. 잘 익은 포도주 빛깔처럼 강렬한 붉은색의 최고급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으로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시트 등을 휘감았다. 거기에 더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박음질한 스티치와 카본 블랙 탄소 소재로 치장한 인테리어로 역동적인 성능을 지닌 존재임을 뽐내듯 과시하고 있다. 레드와 블랙 컬러의 조화는 열정적인 모터스포츠의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탈리안 감성을 풍부하게 담아낸 아름다운 보석 같은 존재에게 마음을 뺏기는 건 당연지사. 이제 내게 주어진 이틀간의 호사를 즐길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달릴 차례다

긴 장맛비가 잠시 그치고 한껏 수분을 머금은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한강 변에 낀 자욱한 안개는 마치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특수효과 같았다. 드라마틱한 풍경을 끼고 슈퍼 SUV를 몰아 한적한 외곽 도로를 향해 달렸다.르반떼 GTS의 보닛 위로 힘줄처럼 솟아오른 파워 돔 디자인은 그 안에 품고 있는 파워트레인이 얼마나 강력한지 넌지시 알려준다. 에어 댐의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트윈 머플러도 마찬가지로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성능을 드러낸 디자인이다. 큰 덩치의 SUV지만,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으로 공기저항계수(Cd) 0.33을 달성했다.

르반떼 GTS의 보닛 아래엔 페라리와 공동 개발하고 페라리가 생산하는 8기통 엔진이 감춰져 있다. 배기량 3799cc V8 가솔린 엔진에 ZF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4.7kg·m을 과시한다. 최고시속은 292km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4.2초 만에 주파한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을 때는 몰랐다. 힘껏 누르자 응집한 힘이 한꺼번에 분출되며 노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긴장해 신경이 곤두섰다. 두 눈을 부릅뜨고 내다볼 수 있는 먼 거리까지 시선을 고정했다. 주변의 사물이 잔상만 남기고 빠르게 스쳐 흘러갔다. 운전대를 움켜잡은 손아귀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발톱을 숨긴 야수의 모습은 그저 멋지고 근사해 보이지만, 뾰족한 발톱을 드러내고 엄청난 힘을 발휘해 사냥하는 순간을 보면 털끝이 오싹 일어나는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까딱 잘못하면 생명을 앗아갈 만큼 위험하지만, 한 번 맛보면 헤어나지 못하기에 더 치명적인 맛이 일품인 복어회처럼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짜릿한 쾌감을 전하는 가속 성능을 한 번 접하고 나면 강력한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소동파가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하며 복어회를 즐긴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이브트레인은 부드럽고 승차감은 품격 있다. 움직임이 민첩한 데다가 판단력이 재빠른 SUV다. 에어 스프링, 전자 제어방식의 댐퍼, 통합 차체 컨트롤 전자제어 주행 안전장치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진 사륜구동 시스템은 노면의 상황을 빨리 인식해 구동력을 앞뒤 바퀴에 0:100 또는 50:50의 비율로 빠르게 전달하거나 엔진 토크를 낮추고 네 바퀴의 제동력을 조절해가며 위험에 대처한다. 기계식 차동 제한 장치인 LSD가 뒷바퀴 축에 장착되어 있어서 운전 조건이 험악한 트랙이나 오프로드에서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그립 주행이 가능하다. 운전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데는 파워트레인이나 드라이브트레인 외에도 섀시의 밸런스와 뒤틀림 강성도 한몫을 하는데 르반떼 GTS의 뼈대는 믿음직스럽다. 앞뒤 무게 배분은 50:50으로 이상적이고 무게 중심도 낮다. 경량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력당 3.9kg의 무게비를 자랑한다.

뛰어난 수준의 코너링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그냥 스포츠 쿠페 같다. 키가 크고 한 덩치 하는 SUV지만, 탄력 있는 관절과 탄탄한 근육, 유연한 몸놀림으로 코너링의 클라이맥스를 대응하는 자세는 가히 칭찬할 만하다. 타이어 그립의 한계에 다다라 언더스티어가 시작될 때 운전자에게 스로틀을 열고 더 거세게 나갈 것인지 아니면 스로틀 조절을 차에 맡길 것인지 선택권을 내준다. 긴 코너를 돌 때도 타이어 그립을 유지하며 중심을 잘 잡는다. 콘서트장의 지휘자처럼 강렬한 배기음의 선율에 따라 지휘봉을 휘젓듯이 가속 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감아 돌렸다. 축지법을 쓴 것처럼 빨리 달리고 체조선수처럼 잘 돌고 제대로 멈춘다.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쫀득쫀득한 핸들링은 덤이다. 값이 비싼 만큼 돈이 주는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운전하며 느끼는 기쁨은 르반떼 GTS를 소유한 성취감을 더 크게 맛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SPECIFICATIONMASERATI LEVANTE GTS 길이×너비×높이  5020×1980×1700mm  |  휠베이스  3004mm 엔진형식  V8 가솔린  |  배기량 ​​​3799cc  |  최고출력  ​​550ps 최대토크  74.7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5.7km/ℓ  |  가격  ​​​​​​2억70만원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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