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IAN MEETS PORSCHE
2020-09-29 10:00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베이시스트인 ‘가이 베리먼’은 이름난 포르쉐 마니아기도 하다. 그는 디테일과 진정성을 중요시한다.
글 | 유일한


콜드플레이(Coldplay)가 록 밴드 역사상 인기가 높은 밴드들 중 하나라는 사실에 반론을 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콜드플레이의 멤버들 중 가이 베리먼(Guy Berryman)은 거의 25년 동안 감동적인 선율을 선사하는 베이시스트로 살아왔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면, 그는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클래식 모델의 수집가이자 복원 전문가다. 그리고 분기별로 발행하는 자동차 잡지 ‘더 로드 랫(The Road Rat)’의 공동 발행인이기도 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약간 지저분한 트라이엄프 TR3 모델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과거 자동차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그가 만약 사라졌다면 주로 자동차 바퀴 뒤에 숨은 것이었고. 부품 상자는 장난감과도 같았다. 콜드플레이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하기 전에 그는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자동차를 사랑하는 그의 성격을 보면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가 자동차에 갖고 있는 관심은 자동차 자체에도 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엔지니어링과 콘셉트에 더 집중되어 있다. 그가 수집하는 모든 자동차는 외형 안에 중요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하게 믿고 있으며, 순수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는 20세기 중반 유럽의 이국적인 자동차들을 좋아한다. 특히 1950년대와 60년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손으로 디자인했기에 진정한 회려함과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가이 베리먼이 자동차에 갖고 있는 열정은 다른 수집가들과 차별화되는 성격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자동차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집 안에 광범위한 수리와 복원이 가능한 작업장을 갖추고 있으며 자동차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데 능하다. 그리고 세부 사항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자동차가 그의 손에 들어오면 먼저 그 동안 잃어버렸던 역사를 찾아나가면서 이전 소유자와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찾는 데 몇 년을 보낸다.

그는 무엇보다 자동차가 처음으로 공장에서 출고되었을 때와 거의 똑같은 상태로 만드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이를 위해 재료와 마감재는 물론 색상도 그대로 재현하며, 도어 패널 또는 도어 내부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의 세부 부품도 모두 재현한다. 자동차를 분해하던 도중 발견되는 모든 것들은 그대로 보존하여 재조립할 때 사용하거나 새로 만들어낸다. 여느 마니아들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철저하다.

그러한 복원 과정과 디테일에 집착하다 보니 어느새 자동차 잡지도 직접 만들게 되었다. 가이 베리먼이 파트너들과 함께 창간한 잡지 ‘더 로드 랫’은 인터넷 시대에도 인쇄 잡지로 남을 것을 고집하며, 저널리즘과 전통적인 생산 방법을 기록한다. 단순히 자동차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자동차가 나왔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자동차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찾아 자세하게 기록한다. 편집의 깊이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예를 보여주는 것이 마티니 리버리를 두른 포르쉐 917이 표지를 장식한 두 번째 발행 잡지다. 포르쉐 주펜하우젠 공장에 있던 이미지들을 모조리 갖고 왔으며, 상세한 기술 도면과 함께 약 8000 단어를 사용하여 설명을 붙였다. 레이스에 투입된 모델로서의 917이 아니라 1969년 봄에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승인, 그리고 공장 문을 나서기까지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 중 벌어진 사내 정치와 싸움, 그리고 선견지명을 가진 엔지니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포르쉐 911 S와 356 자가토
가이 베리먼은 5대 이상의 클래식 포르쉐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모델이 2대가 있다. 바로 1967년식 포르쉐 911 S와 356 자가토(Zagato)다. 물론 그 외에도 GT 사양의 914도 갖고 있는데, 356 자가토는 정말 잊을 수 없으며 운전의 순수함을 알려주는 모델이라고 한다. 이 모델은 9대만 한정 생산되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가이 베리먼에게는 그것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 더 중요하다.

그는 이 차를 갖고 오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자가토 본사까지 직접 갔다. 혼자 가는 길은 심심할 것 같아서 노르웨이 그룹 아하(A-ha)의 베이시스트인 망네 푸루홀멘(Magne Furuholmen)과 동행했다. 밀라노를 나선 그는 호수를 끼고 알프스 산맥을 지나 니스(Nice)까지 갔는데, 하필이면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비가 내리는데다가 번개도 쳤으며, 가시 거리는 4m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운전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며칠 간 멈췄다가 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니스에 반드시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강행군을 결정했다. 노란색의 비옷을 입고 지붕이 없는 자동차를 계속 운전했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양동이를 달라고 한 뒤 자동차 안에 고인 물을 계속 퍼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재미있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자동차 마니아로 태어난 것 같다.
가이 베리먼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동차 운전에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도 전기차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을 구매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내연기관 시대가 완전히 끝났을 때, 클래식 자동차가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클래식 자동차를 운전할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고. 자동차가 말하는 삶과 이야기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시글 작성시 주의사항※ 욕설 및 비방글은 등록하실 수 없으며, 개인정보(실명, 연락처 등) 포함된 게시물은 삭제됩니다.
http://www.motormag.co.kr/2370
1
  •   AX_name | AX_date_ds  comment_modify
    replyi
    AX_parent_name AX_message_ds
  • X
  •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