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DANCE

  • 기사입력 2020.08.28 10:00
  • 최종수정 2021.06.28 15: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멸종 위기에 처한 수동변속기. 성능이나 효율 면에서 자동변속기를 따라갈 수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오직 손맛이라는 감성을 위해 마니아들은 수동변속기를 그리워한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의 마지막 수동변속기 모델은 무엇이었을까?

 

LAMBORGHINI

람보르기니는 라인업은 아벤타도르, 우라칸, 그리고 우루스 이 삼형제로 짜여 있다. 현재 황소 배지를 단 수동변속기 모델은 없지만 아버지 세대(?)에서는 존재했다. 우선 아벤타도르의 이전 모델인 무르시엘라고의 경우 자동변속기에 불만이 많았다. 페라리와 같은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였음에도 늘어지는 변속 속도는 운전자의 흥을 깨는 주범이었다. 당시 이를 피하기 위해 수동변속기를 고르는 고객들이 많았다. 직접 왼발과 오른손으로 황소를 컨트롤하는 게 더 신났다는 것이다.

가야르도 역시 수동변속기가 있었다. 가야르도는 람보르기니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주던 효자였다. 10기통이라 베이비 람보라고, 그리고 시저스 도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놀림도 많이 받았다. 허나 기존에 알던 둔한 황소의 움직임 대신 날렵한 움직임으로 스피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또한 엔진 포텐셜이 어마어마해 자연흡기 엔진이지만 과급기를 달아 1000마력 이상으로 출력을 끌어 올리는 튜너들도 많았다. 가야르도 역시 무르시엘라고와 마찬가지로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였기에 강화 클러치로 교체하면 변속기 쪽에 부담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가야르도,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을 것 같은 모델은 바로 LP550-2 모델에 수동변속기 조합이다. 뒷바퀴만을 굴리는 람보르기니에 수동변속기 조합은 다른 람보르기니보다 느리지만 훨씬 더한 즐거움을 보장해준다. 페라리가 F430에서 458 시리즈로 오면서 듀얼 클러치를 넣고 수동변속기를 삭제했듯이 람보르기니도 가야르도에서 우라칸으로 진화하면서 듀얼 클러치만 차체에 꽂았다.

FERRARI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 페라리. 아쉽게도 지금은 페라리에서 수동변속기가 나오지 않는다. 최고의 변속 속도를 자랑하는 듀얼 클러치 유닛이 들어가지만 과거 페라리 특유의 게이트 타입 변속기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다. 우선 페라리 가문에서 마지막 수동변속기 모델은 당시 플래그십 599 GTB다. 롱노즈 숏데크 타입에 V12 엔진을 캐빈룸 앞에 넣었다.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63.2kg∙m의 힘을 오직 뒷바퀴로만 보냈으며 6단 수동변속기로 손도 즐겁고 하이톤 사운드로 귀도 호강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812 슈퍼패스트가 훨씬 정확하고 빠르지만 이 아날로그 감성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599 GTB 수동 변속기 모델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약 10억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599 GTB 수동변속기 모델에 599 FXX EVO 보디킷을 두르고 공도를 휘젓는 그림을 꿈꾼다.

한편 마지막 페라리 미드십 수동변속기 모델은 F430이다. 458 시리즈에서 듀얼 클러치 변속기 하나로 대박을 터트리긴 했지만 배기가스 규제가 심하지 않던 시절의 F430 음색과 노골적인 변속 충격은 올드스쿨 슈퍼카 매력을 물씬 풍겼다. 자동변속기도 수동 기반이라 컨버전이 쉬워 해외에서는 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심지어 하드코어 버전인 스쿠데리아를 수동변속기로 바꾼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페라리 하이퍼카 중에서 마지막 수동변속기 모델은 무엇일까? 바로 비운의 F50이다. 페라리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하이퍼카는 출시 당시 못생긴 외모 때문에 부자들에게 외면받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인 F40의 디자인으로 정점을 찍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마지막 페라리 하이퍼카 수동 변속기란 이유로 중고차 가격이 수십억, 즉 부르는 게 값이다.

PORSCHE

포르쉐에는 아직 수동변속기가 있다. 최근에 출시된 911도 여전히 수동변속기를 지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포르쉐 마지막 수동변속기 모델이 아닌 카이엔 수동 변속기 모델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많은 이들이 카이엔에 수동변속기가 있던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지금 출시되고 있는 카이엔이 3세대인데 바로 이전 세대 958 2세대에 수동변속기 트림이 있었다. GTS나 터보와 같은 고성능 트림은 아니지만 엔트리 버전에 달렸다. V6 3.6ℓ 자연흡기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매칭되었다. 폭발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가족을 태우고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포르쉐를 탈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그밖에 911 대장인 911 터보 모델의 경우 997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수동변속기가 존재했다. 데일리 스포츠카의 최정점에 있는 이 녀석을 스틱으로 다룬다는 사실만으로 매력이 넘친다. 참고로 997 시리즈에서는 하드코어 버전에는 무조건 수동변속기가 달렸었다. 트랙의 왕자들인 911 GT2 RS, 911 GT3 RS도 997 시리즈를 끝으로 PDK를 달았다. 지금도 가장 운전하기 힘든 911으로 위의 두 차를 뽑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예민하고 무거운 클러치다. 그래서 이 차 오너는 실력 있는 드라이버라 생각해도 된다.

BMW

독일 프리미엄 3사 중에서 유일하게 수동변속기를 여전히 다양한 차에 넣고 있다.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답다. 조만간 출시될 M3에도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BMW 대표 모델 중에서 수동변속기와 작별한 모델을 들자면 바로 슈퍼 세단 M5다. F10 M5의 경우 M5 역사에 의미 있는 모델이다. 최초로 듀얼 클러치 유닛을 단 M5이며 마지막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M5이기도 하다. 또한 마지막 후륜구동 M5이기도 하다. 역대 가장 잘 생긴 M5라 생각하며 F10 M5 수동 모델의 경우 딱히 미국 중고차 시세가 높지 않아 인증에만 자신 있으면 들여오고 싶은 모델 중 하나다.

AUDI

아우디도 지금 수동변속기 모델이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처럼 고성능 모델이 아닌 작은 노멀 모델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아우디의 고성능 디비전인 RS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수동변속기를 단 차는 바로 RS4다.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이후 R8에도 탑재)에 수동변속기, 그리고 콰트로 조합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성능 또한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파워를 자랑 할 만큼 매콤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로 당시에는 엄청 빠른 수치였다. 또한 아우디 최초의 미드십 스포츠카 R8 1세대에도 수동변속기가 달렸었다. 앞서 말한 RS4에서 엔진을 가져온 V8 버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에서 가져온 V10 버전 모두 수동변속기 트림이 존재했다. 기어가 게이트 타입이라 손맛이 일품이고 변속 때 철컥하는 사운드 또한 끝내줬다.

MASERATI

한때 모터스포츠에서 침 좀 뱉었던 마세라티가 근래에 강력한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냥 폼으로 타는 차 이미지가 강하다. 변속기도 수동은 물론 듀얼 클러치도 없고 토크 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만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세라티가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했을 때가 언제일까? 권상우가 천국의 계단에서 타고 나왔던 그 모델이다. 그란투리스모의 전신 격이다. 4200GT는 페라리에서 가져온 8기통 엔진, 6단 수동변속기, 그리고 마세라티 배지로 마무리해 우아한 디자인이 더욱 돋보였다. 배기 사운드도 과급기가 달리지 않아 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다. 이 정도 조합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충분히 있다.

글 | 안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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