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심장과 부드러움을 가지다, RENAULT SAMSUNG SM6

  • 기사입력 2020.08.25 10:06
  • 최종수정 2020.09.01 11: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6가 출시 4년 만에 드디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고, 고성능 엔진과 함께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졌다. 그 변화를 트랙에서 제대로 확인해 보았다.

글 | 유일한

그 동안 르노삼성이 아주 예리한 칼을 갈고 있었나 보다.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하는 SM6의 발표 현장에서 ‘고객들의 지적을 모두 수집하고 개선하는 데 주력한 것’을 크게 강조했다. 작게는 컵 홀더의 크기부터 크게는 주행 질감의 변경까지. 호평을 받은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 놔 두고 새로운 기술들만 끌어 모아 내실을 다졌다는 점이 다른 자동차들과는 달라 보여서 오히려 반갑다. 그리고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잘 돌아왔다.

그럼 제일 많이 바뀐 것을 알아볼까? 무엇보다 엔진이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기존의 2.0ℓ 자연흡기 엔진 대신 탑재된 것은 SUV XM3에 탑재해 호평을 받았던 1.3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6마력으로 언뜻 평범하게 보이지만, 가솔린 엔진 답게 경쾌하게 회전하고 무엇보다 이 안에 스포츠 주행을 위한 DNA가 담겨 있다. 게다가 배기량으로 자동차세를 지불하는 한국에서 소형차급의 세금을 낼 수 있는 다운사이징 엔진이기도 하다.

제일 기대되는 것은 1.8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알핀 A110에도 탑재하는 엔진으로, 최고출력 225마력을 발휘한다. 보그워너의 터빈을 사용해 회전 질감이 좋고 내구성도 확보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이 엔진이 부산공장에서 직접 생산된다는 점이 더 눈길을 끈다. 적어도 수리에 있어 시간 지체를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두 엔진과 짝을 이루는 게트락의 7단 DCT도 이제 그 성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외형의 변화는 정말 적다. 테일램프가 바뀐 것이야 한 눈에 알 수 있겠지만, 전면의 디자인이 미묘하게 변경된 것은 웬만해선 알기 힘들다. 실내는 좀 더 유용하게 다듬어졌는데, 그동안 지적받았던 에어컨이 이제 물리 버튼으로 구현되어 직관적이면서 편안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세로로 긴 화면은 기존 8.9인치에서 9.3인치로 커졌다. 가로로 긴 화면보다 실면적이 커서 더 직관적이라고.

엔진이 바뀌었으니 실제로 운전을 해봐야 알겠지. 먼저 1.3ℓ 모델에 탑승해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시끄러운 것 같았는데, 최대로 돌아가고 있던 에어컨을 조금 낮추니 이내 조용한 실내가 만들어진다. 흡음재와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티가 난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개선되었는데,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도 이전에 느껴졌던 충격이 서스펜션을 치고 차체까지 올라오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짧은 주행만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없겠지만, 트랙에서 한계에 마주치며 시승을 한다면 많은 것을 단시간 내에 알 수 있다. 드디어 스포츠카의 심장, 1.8ℓ 엔진의 진가를 확인할 차례다. 서킷에 진입하자마자 가속을 시작하면, 막강하지는 않아도 차체를 끌고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토크가 느껴진다. SM6가 달리고 있는 인제 스피디움은 그 특성상 고저차가 심하고 오르막 코스가 결코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올라가고 있다.

특히 코너링이 즐거우면서 승차감이 상급으로 올라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프랑스 출신 자동차 특유의 쫀득쫀득한 코너링 감각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를 짜릿함이다. 토션빔 서스펜션은 그 특성상 암을 잡아주는 부시가 승차감과 코너링 성능을 모두 좌우하는데,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Hydro Bush)를 적용해 둘 다 잡아내고 있다. 앞 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면, 서스펜션의 튜닝은 성공적이다.

어느새 서킷에 어둠이 깔리고, 레이서들에게는 희열과 함께 두려움도 동시에 제공하는 밤이 찾아왔다. 강력한 헤드램프에 의존해도 공략이 어려운 코스이지만, 기민하게 작동하는 SM6의 헤드램프는 밤 운전이 두렵지 않도록 해 준다. 하이빔을 켜고 있어도 영역을 구분할 수 있으며, 하이빔 안에 다른 자동차가 들어오면 그 부분만 자동으로 로우빔으로 전환해 준다. 브레이크의 성능에는 큰 불만이 없지만, 기왕 고성능을 지향한 만큼 한 단계만 더 성능이 높았으면 좋겠다.

어느새 새로운 SM6와 함께한 밤이 끝났다. 적어도 달리고 돌고 서는 성능에 대한 것, 그리고 승차감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누군가는 출발 전 주춤거리는 DCT에 불만을 가질 것이고, 자신의 몸으로 승차감을 구분할 수도 없으면서 중형 세단에 토션빔을 적용했다고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SM6는 분명히 4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중형 세단 전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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