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 AN IDEAL PREMIUM, GENESIS GV80

  • 기사입력 2020.08.21 11:07
  • 최종수정 2021.06.28 15: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국내에서 SUV 열풍이 분 지도 꽤 시간이 흐른 현재, 한 때 디젤 엔진만이 해답이라고 여겨졌던 대형 SUV 부문에서도 가솔린 엔진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자동차 한 대에 바라는 건 많지만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은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상적으로 근접한 모델을 찾아서 떠나볼까 한다.

# 프롤로그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부터 대형 SUV는 로망이었다. 그리고 그 대형 SUV에 대한 국내의 편견을 크게 바꿔버린 모델이 있었다. 바로 지프의 패밀리 SUV 그랜드 체로키다. 90년대 중반에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 모델은 당시로써는 강력함을 자랑하면서도 디젤 엔진보다 훨씬 조용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순식간에 가장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대배기량 자동차에 대한 로망이 아직은 대중적으로 남아있었던 시절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 가솔린 SUV가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다. 수입되는 모델들은 물론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다 합하면, 정말이지 이 정도로 다양해도 될까 싶을 정도다.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일단은 그 중에서 필자가 제대로 탑승해 본 모델들만을 선별해 봤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 하이브리드

휘발유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비싼 기름값과 경제 운전을 해도 높아지지 않는 연비에 절망하며 어쩔 수 없이 디젤을 선택하던 그 때, 하이브리드는 기름값을 아껴주는 혁명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렉서스 RX 하이브리드는 지금도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SUV’로서의 위치를 잘 지켜나가고 있다. 생각 외로 높은 연비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안정감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렉서스다운’ 승차감도 가족과 함께 탑승하는 대형 가솔린 SUV를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이다.

단지 RX 모델을 선택한다면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최근에 3열에도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RX 450hL 모델이 추가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롱보디 모델을 선택하지 말기를 권한다.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공간이고, 롱보디가 되면 C필러 뒤의 형상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2열까지만 준비된 숏보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수장들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못하는 그 나라 출신이라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 힙스터

한때 앞장서서 혁신을 외치고 최신 기술을 도입하며 디자인적으로도 물이 올랐던 브랜드가 바로 캐딜락이다. 한동안 유럽 브랜드들에 자리를 빼앗기고 표류하던 때도 있었지만, 100년 이상 자동차를 만들었던 경험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디자인의 진화를 겪고 있는 캐딜락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고리타분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패밀리 SUV XT6 역시 디지털을 잔뜩 품은 ‘힙스터’의 정신을 갖고 있다.

1열과 2열에서의 넉넉함은 대형 SUV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지나치기 쉬운 3열 시트도 제대로 준비해 놓았다.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성인이 앉기에도 괜찮다. 터보차저가 대세가 된 시대에도 여전히 3.6ℓ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는데, 성인 4명 이상이 탑승하고 마트에서 구매한 짐들을 한가득 적재한 채로 달려도 여유가 느껴진다. 게다가 오프로드 모드는 편견과는 다르게 아주 푹신하고 아늑한 승차감을 자랑한다.

# 헐크

한때 가장들이 지프 그랜드체로키를 찾았던 이유인 강력함, 그 정점에 서 있는 SUV들 중에서 이 녀석을 빼놓으면 정말 섭섭할 것이다. 갓 출시할 당시에는 이상하리만치 눈에 익지 않을 것 같았던 쿠페 형상도 이제는 어느새 익숙해졌고, 이 정도라면 고성능도 정말 잘 어울릴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도 강력함을 자랑하던 M50d를 내세우더니 이제 강력한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내세워 진짜 M임을 강조한다.

디젤 엔진도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이쪽은 가솔린 엔진이 한 수 더 위다. 게다가 엔진 회전도 더 높게 사용할 수 있고 다운시프트도 적극적이다. 힘은 넘친다. 육중한 덩치의 순발력이 장난 아니다. 어지간한 스포츠 쿠페 정도는 요리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힘에 취해 가족들이 탑승한 것을 잊어버린다면 옆 좌석에 탑승한 상관(?)의 따가운 시선에 움츠러들고 말 것이다. “해가 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그래서 제네시스다

해외의 이름난 자동차들을 탑승할 때마다 언제나 안타까웠다. ‘국내에도 이런 차 한 대쯤은 있어도 좋지 않겠냐’고 계속 외쳤다.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 모터의 추가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V6 가솔린 엔진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은가. 국내 브랜드에서 한국의 기술자들이 만들어 낸 SUV라면, 누구보다도 한국의 가장들을 잘 이해하고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 브랜드라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GV80는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난 후 처음으로 만든 SUV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봤을 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 동안 디자인이라고 하면 독일 또는 영국 등 오랜 헤리티지가 녹아든 유럽 자동차들의 디자인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한 순간에 뒤집어 버렸다. 대배기량 엔진을 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형 메시 그릴과 양 옆을 센스 있게 감싸는 가는 형태의 LED 헤드램프는 전통성과 최신 기술의 조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적어도 디자인과 실내 공간, 편의성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렇다면 주행 감각은 과연 어땠을까?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자마자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디젤 모델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부분이 너무 무거워 균형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느낌이 사라지고 진동조차 크게 줄어들어 버렸다. 게다가 3.5ℓ 가솔린 엔진은 생각 외로 막강한 토크를 내뿜으며 결코 가볍지 않은 차체를 마치 가벼운 것처럼 이끌고 간다.

엔진 회전을 높이지 않으면 조용하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린 후 4000 회전 이상으로 돌리면 즐거워진다. 너무 과한 출력이라면 다루기 까다로워지는데, 왠지 모르게 만만하게 느껴지면서도 극한까지 다루기에는 쉽지 않은 출력이 발끝에 딱 감긴다.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하고 있기에 리터당 10km를 찍기 힘든 연비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것은 다른 대형 SUV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니 넘어갈 수밖에.

디자인도 성능도 편의성도 만족스럽고, 전반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다. 게다가 다른 수입 SUV들이 수리를 위해 꼭 지정된 센터에 들어간 뒤 기약 없는 세월을 보낼 때, GV80는 국내 곳곳에 널려있는 정비소 어디에 들러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막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SUV를 탑승하고 촬영을 위해 교외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색상이 각각 다른 GV80를 세 대 이상 마주쳤다. 그만큼 사람들이 ‘국산 고급 대형 SUV’를 원했다는 증거이리라.

옵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8000을 약간 넘는 가격이라면 다른 SUV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프리미엄 SUV를 고려한다면, GV80를 능가할 수 있는 라이벌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새 수입 모델보다 국산임을 먼저 생각하고, 유지비와 함께 수리의 용이성을 생각하고 있는 걸 보니 필자도 나이를 먹기는 했나 보다. 그래도 GV80의 매력이 쉽게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SPECIFICATION _ GENESIS GV80

길이×너비×높이 ​4945×1975×1715mm | 휠베이스 2955mm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3470cc

최고출력 380ps | 최대토크 54.0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6km/ℓ | 가격 8452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