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동화 자동차 30주년, 모든 차는 조상이 있다

  • 기사입력 2020.08.20 20:03
  • 최종수정 2021.06.28 15:20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자동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넥쏘를 통해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무대를 정벌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은 하루 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차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전기차 또는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1900년대 초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보다 더 인기를 끈 적도 있었는데, 인간의 이동 범위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었던 전기차는 점점 사라져만 갔다. 그러나 전기모터에 대한 꿈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동안 기술의 명맥을 유지해 오더니 이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오래 전부터 전동화 자동차를 개발해 왔는데, 사실은 현대자동차도 오래 전부터 전기모터를 중심으로 하는 동력을 개발해 왔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으로,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기술들이 있었기에 지금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PHEV, 전기차, 그리고 연료전지차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30년 전으로 잠시 되돌아가, 코나 일렉트릭의 조상으로 어떤 자동차들이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차 최초의 전기차, 쏘나타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 1990년대 초이다. 그 결과물이 1991년에 등장했는데, 당시 판매하던 중형 세단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지금과는 달리 배터리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라 대량의 납축전지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으로 70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최고속력은 시속 60km로 그리 빠르지 않았는데, 당시의 모터와 배터리 기술을 고려해서 이렇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현대차는 계속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붙였다. 1992년에 등장한 엑셀 기반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었으며, 최고속력도 시속 100km에 달했다. 그리고 1993년에 등장한 2세대 쏘나타 전기차와 1994년에 등장한 스쿠프 전기차는 최고속력을 시속 120km로 높이고 주행거리를 140km로 증가시켰다. 그리고 1995년, 남양에 거대한 연구개발 센터를 개설하면서 전기차 개발에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이 때 등장한 기념비적인 전기차가 바로 엑센트 전기차다. 이전에 조상들이 탑재했던 납축전지를 버리고 니켈 수소 전지(Nickel-Metal Hydride Batteries)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으로 390km를 주행할 수 있었고 최고속력은 시속 140km에 달했다. 당시 2년여간 1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개발했으며, 배출가스가 없어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의 선도차량으로도 사용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이 차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보전국(CARB)에서 무공해차(ZEV) 인증도 받았다.

이 시기에 현대차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등장했다. 비록 콘셉트카의 형태로 등장해 양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1995년에 서울 모터쇼 무대에서 FGV-1 콘셉트를 등장시키며 전동화 모델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최고출력 41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발전만을 담당하는 0.8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는데, 이 방식은 나중에 닛산이 노트 e-파워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좀 더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면, 어쩌면 전동화 모델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연료전지차 개발의 시대

2000년대로 옮겨가면서 환경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현대차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전기차도 그렇지만 수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전에도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긴 했었는데, 1997년에 티뷰론에 탑재하는 엔진을 개량해 높은 압력의 수소를 직접 분사, 연소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 방식은 효율과 엔진의 밀폐 문제로 인해 사라지고 이후 수소 반응으로 전기를 생성시키는 연료전지 방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연료전지차는 2000년에 싼타페 콘셉트카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350bar 수소 탱크에 75kW 용량의 연료전지 스택을 결합해 1회 충전으로 230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당시로써는 꽤 인상적인 숫자였지만, 수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양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2004년에 투싼 연료전지차가 등장했다. 이 모델은 5일 동안 영하 20도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일발 시동이 가능했다.

그리고 2000년대 말, 현대차도 자사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아반떼 HD를 기반으로 한 모델인데, 기존의 휘발유가 아니라 액화 석유 가스(LPG)를 사용한다는 점이 운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결합해 경량화와 함께 더 높은 출력을 낸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4년이 약간 넘는 동안 많이 판매하지 못하고 사라지긴 했으나, 이 때 축적된 기술은 현대차 내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블루온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

2010년 9월, 현대차가 양산형 전기차를 출시했다. 이름은 블루온(BlueOn). 당시 유럽에만 판매하던 A 세그먼트 해치백인 i10을 기반으로 제작했으며, 16.4kWh 용량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140km를 주행했고 최고속력은 시속 130km에 달했다. 그러나 블루온은 판매가 정부 기관 등으로 제한되어 일반 소비자는 거의 체험할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은 2011년에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달래주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효율을 높였으며,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를 결합하는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인데, 시작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 특허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높은 효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기술은 아이오닉으로도 이어져, 세계 시장에서 토요타 프리우스와 겨루는 데 큰 공헌을 하게 된다.

2013년에는 투싼 ix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차가 등장했다. 이 모델은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된 연료전지차이기도 하며, 5.64kg 용량의 수소 저장탱크와 24kWh 용량의 리튬 폴리머 전지, 100kW를 발휘하는 동력을 결합했다. 1회 충전으로 600km를 주행할 수 있었으며, 재급유(?)가 빨라서 구매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18년에 넥쏘가 등장하며 주행 거리는 666km로 늘어났고, 고급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누리는 혜택은 더 늘었다.

2018년에 등장한 소형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Kona Electric)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전기차다. 6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406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출력 204마력을 발휘한다. 이 정도의 연비와 출력은 다른 제조사의 전기차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며, 이를 통해 유럽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전기차가 아직은 불안한 고객들을 위해 코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되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니 전동화 자동차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 동안 축적된 기술은 이제 코나 일렉트릭과 넥쏘로 나타났고, 앞으로 다른 모델들이 등장하며 발전된 전동화 자동차 시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이미 유럽 수출 모델의 3/4 가량을 전동화 모델로 채울 계획을 세웠으며, 그 안에는 제네시스의 모델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 뒤에 펼쳐질 전동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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