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ROUND EXTREME, BMW F 900 XR & BMW F 900 R

  • 기사입력 2020.08.17 10:17
  • 최종수정 2021.06.28 15:17
  • 기자명 모터매거진

무대가 다르다면 이동 수단도 달라야 한다. BMW가 새로이 출시한 미들급 멀티퍼퍼스, 그리고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은 서로 다른 무대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둘의 차이와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

아마도 작금의 시대에 차를 고르는 운전자들이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가 ‘세단인가 SUV인가’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세단과 SUV의 영역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었고, 프레임조차 다르게 사용하던 시절이어서 용도에 따라 명확하게 가를 수 있었다. 그러나 SUV가 점차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그리고 세단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최저지상고와 디자인, 종합 패키징을 제외하면 둘 사이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세단과 SUV가 프레임과 엔진, 그리고 다수의 부품을 공유하는 형태는 이제 자동차 세계에서 기본이 되어가는 분위기인데, 사실 이 부문은 모터사이클이 먼저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프레임과 엔진, 심지어 디자인도 공유하지만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따로 다듬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확실하게 기록되어 있는 역사만으로 따져봐도 1960년대부터 이런 형태가 등장했으니 상당히 오래된 제작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터사이클은 이동 수단이면서 레저 수단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도심에서의 빠른 이동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즐기기 위해 빠르게 교외로 나간다. 게다가 오롯이 혼자 또는 둘이서 그 움직임과 이동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래서 이번에 이 두 이동의 차이를 확실하게 짚기 위해 서로 다른 모델을 갖고 왔다. 프레임과 엔진, 다수의 부품을 공유하지만 그 차이는 확실하다. 바로 BMW의 새로운 모델 F 900 XR과 F 900 R이다.

안정감 위의 익스트림, F 900 XR

첫 타자는 F 900 XR이다. X는 익스트림(eXtreme)을, R은 로드스터(Roadster)를 가리킨다(BMW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로드스터’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익스트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며 용도에 딱 맞는 외형과 서스펜션, 높이를 갖고 있다. 만약 그래도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면, BMW X3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3시리즈와 동일한 차체와 파워트레인 패키징을 갖고 있지만, 일반도로와 오프로드를 동시에 주파할 수 있는 X3 말이다.

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개로 나누어진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형태의 페어링, 그리고 제법 면적이 큰 윈드스크린이다. 가늘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헤드램프와 그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LED 주간주행등의 형상, 그리고 페어링 디자인이 합쳐져 마치 ‘사마귀’를 연상시킨다. 그 아래에서 금색으로 빛나는 서스펜션은 길이가 꽤 길어 한 눈에 보기에도 ‘오프로드 좀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시동을 걸기 전에 포지션 체크가 먼저다. 시트 위치가 꽤 높은데, 이 모델이 SUV(멀티퍼퍼스)임을 고려하면 이해 가능하다. 탑승한 뒤 윈드스크린 너머로 전방을 보고 있으면, 위치가 높아서 그런지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대신 정지가 필요할 때는 지옥이 펼쳐지는데, 키 170cm가 약간 넘는 필자가 양 다리를 땅에 붙이기 힘들다. 아마도 전에 탑승한 라이더가 시트를 한껏 높여놓은 모양이다. 다행히 시트 높이는 6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탑재된 2기통 0.9ℓ 엔진은 중국 론신(Loncin)에서 생산한 것이다. 제조국만 보고 걱정이 앞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적어도 BMW 모델에선 그 걱정을 접어 두어도 된다. 내구성은 이미 충분히 테스트되었고, 공회전 시와 주행 시 느껴지는 회전 질감과 힘이 발휘되는 감각도 부드러우면서 좋다. 무엇보다 출력 또는 토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들급에 갓 입문하는 초보 라이더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최근에 등장하는 모터사이클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낮은 엔진 회전에서도 시내를 편안하게 주행하기 충분한 토크가 발휘된다. 게다가 F 900 XR의 토크는 경쟁 모델들보다 높고 그만큼 오른손에 힘을 주지 않고도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앞이 트이면 그저 오른손을 돌리고 회전에 맞춰 왼발을 까딱이기만 하면 된다. 출발할 때 이외에는 클러치 조작이 거의 필요 없으니 왼손에 걸리는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주행 중 느껴지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동급의 모터사이클들 중에서 발군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으르렁거리는 엔진과 즉각적인 반응을 즐긴다면 경쟁 모델이 조금 더 낫지만, F 900 XR은 종합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다. 그래서 출퇴근을 즐겨도 좋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도 좋다. 멀티퍼퍼스의 장점을 살려 조금 험한 길을 달려도 될 것이다. 물론 험난한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는 없지만, 도심형 SUV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 주행 시 안정감도 상당히 좋고, 무엇보다 모터사이클을 믿고 조금은 과감하게 코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성능을 맹신하면 안되겠지만, 적어도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라이더의 작은 실수를 받아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TCS를 비롯해 다양한 전자장비들이 보호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브렘보에서 제작한 브레이크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중에도 라이더가 원하는 위치에 정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말이다.

도심의 멋을 즐겨라, F 900 R

F 900 R 은 XR 모델과는 다르게 낮은 포지션과 디자인으로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임을 알리고 있다. 단 하나의 거대한 헤드램프가 전면을 장식하는데, 여기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LED 주간주행등을 넣고 그 위에 R자가 빛나도록 처리해 천천히 주행해도 멋이 살아난다. 꽤 큰 화면을 가진 LCD 계기판을 작은 윈드스크린 대신 사용하도록 만든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챙기도록 하고 있다.

시동을 걸면 동일한 엔진음이 들려오는데, 배기음이 좀 더 크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아마도 머플러가 좀 더 가까이 있어서(사실은 라이딩 포지션이 낮아진 거지만) 그런 것 같다. 본격적으로 출발해보면, XR 모델과는 조금은 다른 세팅이 느껴진다. 특히 기어 변속 시 더 그런데, 적어도 4000 rpm 이상에서 왼발을 까딱거려야 경쾌한 변속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온로드에서의 속력을 추구하는 네이키드 모델이라 그런 것 같다.

인상적인 것은 서스펜션이 노면을 처리하는 능력이다. 아주 가끔씩 통통 튀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일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행 중 90% 이상의 상황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모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안정감이고 이것만으로도 도심에서 느긋하게 주행하기 좋다고 느껴진다. 브레이크 역시 훌륭하고 ABS도 기민하게 개입한다. 브레이크를 걸 때 오른손과 오른발에 느껴지는 감각을 충분히 숙지하고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BMW는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더 오랜 기간 만들어 왔고, 그만큼 수많은 라이더를 고려한 모델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하나의 엔진과 프레임을 나누며 조금은 다른 성격과 용도의 두 모델을 훌륭하게 만들어냈다. 짜릿함을 얻고 싶은 라이더에게는 조금 부족할 수 있겠지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라이더들, 특히 입문자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모델들이 될 것이다. 이제 액티브와 도심 라이프에 따라서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SPECIFICATION _ BMW F 900 XR

길이×너비×높이 2160×860×825mm | 휠베이스 ​​1521mm

엔진형식 I2, 가솔린 | 배기량 ​​​ 895cc | 최고출력 105ps

최대토크 9.4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 | 가격 ​​​​​​1540만원

SPECIFICATION _ BMW F 900 R

길이×너비×높이 2140×815×815mm | 휠베이스 ​​1518mm

엔진형식 I2, 가솔린 | 배기량 ​​​ 895cc | 최고출력 105ps

최대토크 9.4kg·m | 변속기 ​​​​​​6단 수동 |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 | 가격 ​​​​​​143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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