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HIGHWAY STAR, 할리데이비슨 팻 밥

  • 기사입력 2020.08.10 09:43
  • 최종수정 2021.06.28 15:0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오랫동안 미국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을 고집해 온 할리데이비슨이 변화의 바람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엔진과 함께 등장한 팻 밥은 변화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데이비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모터사이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가죽 재킷과 두건, 선글라스로 무장한 남성들이 주로 탑승하는 시끄러운 모터사이클’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모터사이클을 조금은 아는 이들이라면 ‘배기량이 높은 엔진에 비해 성능이나 속력은 인상적이지 않고 진동이 심해서 편안하게 탑승할 수 없는 모터사이클’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적어도 인터넷에서의 여론을 추려본다면 그렇다.

과연 그것이 할리데이비슨의 모든 것일까? 이들은 1903년부터 꾸준히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왔고 지금은 그 판매가 조금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필요할 때는 진화와 변화를 진행할 줄 알며, 매력적인 모터사이클을 만들 줄 안다.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아메리칸 스타일의 크루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도 변주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장르의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힘 역시 갖고 있다.

그런 할리데이비슨의 변화를 보여주는 모델들 중 하나가 ‘팻 밥(Fat Bob)’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포에버(Bad Boys For Life)’에도 등장한 팻 밥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윌 스미스와 함께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존재 자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의 모습을 보고 나니 팻 밥의 진정한 성능을 더더욱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몇 달간 읍소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팻 밥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윌 스미스라도 된 것처럼 멋지게 올라 본다.

할리데이비슨에 더한 사이버 한 스푼 

팻 밥을 지나가는 길에 언뜻 본다면, 그 동안 보아왔던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들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 변화의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원형 스타일이 아닌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어진 헤드램프. 크기도 크기이지만, 그 안에 LED를 촘촘하게 품고 있어 밤에 주행할 때도 어두컴컴한 도로가 무섭지 않다.

본래 할리데이비슨이라고 하면 엔진을 비롯해 곳곳에 적용한 크롬이 먼저 떠오르지만, 팻 밥은 되도록 크롬을 배제하고 블랙으로 빈 곳을 채우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난다. 배기 파이프는 블랙 커버 안에 구리 느낌의 본체가 드러나고 있으며, 머플러 역시 스포티하게 다듬어 제법 달릴 줄 아는 모델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과감함 덕분인지 할리 특유의 오렌지색이 평범하게 어울린다.

직선으로 거의 곧은 형태로 다듬은 핸들바는 그 폭이 넓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는 편안함을 보장한다. 연료탱크 위에 있는 원형 계기판은 낮보다 밤에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후면에는 언뜻 보면 두 개의 방향지시등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안에 브레이크 램프가 포함되어 있다. 번호판은 뒷바퀴를 감싸는 펜더에 따로 달도록 만들어 스타일을 살리고 있으며, 그 안으로 보이는 굵은 휠과 타이어가 인상적이다.

Torque, More Torque 

팻 밥에 탑재된 ‘밀워키 에이트’ 엔진은 할리데이비슨 엔진의 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인 공랭식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엔진 일부를 물로 식히도록 다듬어 효율을 높였으며, OHV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실린더 헤드에 밸브를 추가해 이전보다 더 높은 토크가 발생하도록 만들었다. 114 버전의 배기량은 이름 그대로 114 큐빅 인치. 환산하면 1868cc가 된다. 최고출력은 94마력으로 인상적이지 않지만, 최대토크가 15.8kg·m으로 상당히 높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진동이 전해져 온다. 처음 접한다면 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카뷰레터 방식의 엔진을 탑재했던 과거에 비하면 그 진동은 상당히 약해졌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말이 발을 구르는 것 같은 엔진 소리도 과거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그만큼 엔진 점검 주기가 줄어들었고 다루기 더 편해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할리데이비슨을 즐기는 이유인 ‘감성’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둔해 보이는 모델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칠 것이다. 오른손을 조금이라도 세게 돌리는 순간, 막강한 토크가 순식간에 뒷바퀴에 휠스핀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급가속을 진행하는 중에 2단으로 변속할 때도 순간적으로 휠스핀이 일어날 정도이다. 이 정도라면 서킷에서 성능을 겨룬다는 배기량 1ℓ 가량의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과 드래그 레이스를 가져도 결코 지지 않을 것 같다. 저회전부터 이 토크를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그래서 주행이 편안하다.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주행 속력은 시속 80~110km 사이. 이 구간 내에서는 엔진의 고동과 소리도, 배기음도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평화롭다. 직선 주행 중 느껴지는 안정감은 상당한 수준으로, 광활한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것에 특화된 할리데이비슨의 기상마저 느껴진다. 그 대신 저속으로 주행해야 하는 시내 주행에서는 기어를 1~2단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 답답함과 짜증이 느껴지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직선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코너링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 휠베이스도 길고 차체도 크기 때문에 라이더의 의지대로 차체를 눕히기가 힘들다. 애초에 팔과 다리가 신체보다 모두 앞에 위치하도록 되어 있어 코너링을 즐기기가 힘들다. 발을 놓는 스텝의 위치를 조정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주행하다 보면 그렇게까지 해서 코너링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진다. 아마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기민한 코너링은 과장된 것인가 보다.

팻 밥은 할리데이비슨이 전통을 지켜가면서 현시대에 걸맞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할리데이비슨의 감성은 느끼고 싶지만 다량의 크롬이 번쩍이는 모습이 부담된다면, 젊은 감각으로 토크의 향연을 느끼고 싶다면 팻 밥은 훌륭한 라이딩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고동을 느끼며 장거리 주행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할리데이비슨 내에서 인상적인 판매량을 가진 인기 모델이 될 만 하다.

SPECIFICATION 

HARLEY DAVIDSON FAT BOB 114 

길이×너비×높이  2340× --- ×710mm 휠베이스 ​​1615mm  |  엔진형식  V2, 가솔린

배기량 ​​​ 1868cc  |  최고출력  94ps

최대토크  15.8 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  가격  ​​​​​​3120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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