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LING & FLIGHT, LINCOLN CORSAIR & AVIATOR

  • 기사입력 2020.07.31 14:07
  • 최종수정 2021.06.28 15: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링컨이 의미가 불분명했던 알파벳 나열 방식의 이름을 버리고 다시 옛 방식의 이름을 찾아가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에비에이터와 코세어는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다.  더 넓은 대륙을 찾아 나아가는 파이오니어의 기상이 느껴지는 둘을 만났다.

   

둘이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링컨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미국을 한 마디로 이야기해야 한다면, 필자는 ‘파이오니어의 나라’ 라고 말하겠다. 마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천혜의 자연만 있던 대륙을 개척했고, 짧은 세월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름의 모태가 된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하며 국가 통합과 인권을 위해 활약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다. 포드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름을 링컨으로 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모델명을 바꿔가고 있는데, 그 이름이 모두 그러한 ‘파이오니어’의 기상을 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에비에이터와 코세어의 이름은 더 주목을 받는데, 각각 비행과 항해에 대한 동경, 그리고 기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둘이 어떤 파이오니어의 기상을 갖고 있는지, 거기에 어울리는 모습과 성능을 갖고 있는지 그것을 보고자 한다. 비록 활약하는 무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인 것 같다.

거친 해적의 부드러운 삶, 코세어 

링컨은 코세어(Corsair)의 이름을 여행을 뜻하는 라틴어 커서스(Cursus)에서 따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코세어는 사실 ‘해적선’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해적선이라고 하면 한 눈에 안대를 두르고 독특한 형태의 모자를 쓴 선장이 통솔하는,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내건 배가 생각나겠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국가에서 허락을 받은 ‘사략선’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들은 거친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했고, 때로는 영웅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사략선은 뜨거운 격돌과 목숨을 거는 싸움을 치루었지만, 때로는 기타를 놓고 노래를 부르는 낭만의 장소이기도 했다. 거리가 멀 때는 함포가 불을 뿜고,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탄을 발사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일제히 짧은 길이의 곡도 커틀러스를 뽑아 싸웠고, 어떤 이는 노크 머스킷(샷건의 조상)을 들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보물을 획득하면, 술을 마시고 노래를 즐겼다. 바다는 생명을 느끼는 동시에 낭만을 즐기는 곳이었다.

그런 이름을 이은 코세어라면, 그러한 낭만도 같이 가져왔을 법하다. 그리고 코세어에는 그 낭만이 충실하게 담겨 있다.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링컨 특유의 사각 그릴과 그 가운데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엠블럼, 곡선으로 부드럽게 다듬은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가 그런 낭만을 현재로 불러온다. 펜더 측면에 있는 코세어 레터링이 존재를 부각시키고, 스포크가 많은 휠이 클래식을 떠올리게 한다. 낭만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노래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반긴다. 콤팩트 SUV이기 때문에 차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마치 한 체급 위의 모델에 탑승하는 것 같이 넓게 느껴진다. 시트의 폭이 충분하고 센터페시아도 결코 좁지 않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8인치 터치스크린은 사용하기 편하며, 피아노 건반을 닮은 변속 스위치는 P가 좀 더 크게 돌출되어 있어 작동 시 헛갈릴 일은 없다.

아무래도 등급이 있는지라 링컨의 자랑인 ‘30방향 럭셔리 시트’는 없지만, 간편하게 자세 조정이 되어 다루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시트 자체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뒷좌석은 취향에 따라 등받이를 좀 더 눕힐 수 있어 편안함을 챙겼으며, 트렁크도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넉넉하다는 생각이 더 들 정도다. 대중 음악에 특화되어 있는 레벨(Revel) 오디오 시스템은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길 때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시동을 걸었을 때, 그리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가장 놀란 부분은 정숙성이다. 그동안 조용하다고 주장하는 자동차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링컨만큼 조용한 자동차는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다.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대시보드를 적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콘트롤 기능을 더했다는 링컨의 설명이 허위가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이 정말 일반적인 형태의 4기통 2.0ℓ 엔진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반문하게 된다.

게다가 너무나 부드럽다. 웬만한 충격은 그냥 바퀴와 서스펜션 내에서 해결해 버리고 아주 부드럽게 슬쩍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만 전달한다. 분명히 링컨 내에서의 위치는 낮지만 정숙성과 승차감만 놓고 보자면 상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며, 상위 모델인 에비에이터가 부럽지 않다. 게다가 스티어링의 반응은 코세어가 좀 더 빠르고 역동적이다. 아마도 작은 크기의 차체가 영향을 주고 있으리라.

옛 해적선은 일반적인 배보다 크기가 조금 더 작았다고 한다. 습격을 위해 높은 기동성을 가져야 했었던 만큼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투로 지친 선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했기에 편안함도 같이 추구해야 했으리라. 그래서 해적선은 측면 하단에 ‘빌지킬’이라고 부르는 얇은 판을 붙여 안정감을 얻었다. 코세어를 온종일 운전하면서 링컨이 설계한 ‘빌지킬’이 너무나 정밀하게 작동해 감동을 받아버리고 말았다.

하늘의 사나이와 편안함의 극, 에비에이터 

비행사 또는 조종사를 뜻하는 에비에이터(Aviator). 이 이름은 과거에도 사용되었지만 링컨 브랜드의 콘셉트가 ‘고요한 비행’으로 정해진 현재, 에비에이터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물론 상위 모델로 ‘네비게이터’가 있기는 한데, 이쪽은 비행보다는 거대 전함을 이용한 항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어쨌든, 그 이름처럼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은 우아한 디자인과 큰 차체, 높은 편의성이 운전자와 승객들을 감싼다.

그동안 약간 불완전한 럭셔리를 보여주었던 링컨이지만, 에비에이터는 적어도 외형에서는 그런 면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링컨 특유의 사각형을 품은 그릴 안에는 링컨의 엠블럼 실루엣을 여러 개 채워 다른 느낌을 내고 있다. 밤에는 거대 엠블럼이 빛나면서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자세히 보면 곳곳에 날개가 채워져 있는데, 특히 후면의 테일램프는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우아한 곡선이 더해져 있다.

실내는 넓다 못해 광활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다양한 버튼이 빼곡하게 집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을 더 채울 것이 없나 찾아야 할 정도다. 1열에는 링컨의 자랑인 ‘30방향 럭셔리 시트’가 있어 편안한 자세를 추구할 수 있다. 이전에 탑승했던 모델과 달리 이번에는 7인승 모델이 주어졌는데, 가족과 함께 부모님도 한 번에 모시려면 이쪽이 더 좋을 것 같다. 3열은 언뜻 보면 작은 것 같지만, 성인이 앉기에는 충분하다.

에비에이터에 탑재하는 V6 엔진은 최고출력 405마력을 발휘한다. 콘셉트 모델에 탑재했던 PHEV 파워트레인이 아닌 것이 아쉽지만, 올해 하반기에 만날 수 있다 하니 나중을 기약해본다. 10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되는데, 이 정도의 구성이라면 동생인 코세어를 가볍게 능가해야 할 것이다. 시동을 걸면 잠시 날카로운 엔진음이 들렸다가 곧 조용해지는데, 정숙성을 위해 큰 신경을 썼다는 점이 바로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일부러 짓이기지는 않았다. 계기판 내 속도계에서는 현재 주행 속력의 시속 10km 내외에서 녹색이 표시되는데,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급가속을 지양하도록 만들고 있다. 게다가 깊게 밟지 않아도 시내 주행에서는 충분한 힘이 느껴지고,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도 오른발을 살살 달래가며 운전해도 주변 흐름을 따라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세한 충격조차 없이 변속이 이루어지면서 엔진이 최대한 저회전 영역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좀 더 깊게 오른발을 밟아도 소음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기분 좋은 엔진음이 약간씩 높아지면서 운전자를 자극하지만, 그래도 꽤 조용하다. 게다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서스펜션은 코세어 그 이상으로 충격을 부드럽게 넘겨버리고 승차감을 철저히 고려해 준다. 브레이크는 예민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부분에 거의 그대로 세워줄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으며, 차체 무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에비에이터는 비행은 아니지만, 고요함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미국 특유의 넉넉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정통 SUV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통할 것이다. 게다가 그 동안 미국차에서 부족했던 완성도도 상당히 높아졌으며, 여전히 어딘가에는 남아 있지만 이제 넘어가 줄 수 있을 정도다. 이 정도라면 가족을 생각해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폭 넓은 가족을 모실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OF THE LINCOLN, BY THE LINCOLN,  FOR THE LINCOLN 

코세어와 에비에이터를 번갈아 탑승하면서 느낀 것은 링컨이 가진 독특함이 평범한 가족들에게, 그리고 가장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가족은 소통을 위해 언제나 시끄러울 수밖에 없기에 적어도 그 공간만큼은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조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피곤할 수밖에 없기에 편안함을 보장해야 한다. 그 동안 다른 차들이 주지 못했던 이 두 가지를 링컨은 거의 완벽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다.

‘왜 진작에 이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을까’하는 후회보다도 더 앞선 것은 ‘링컨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가족을 위해 링컨을 선택한 사람들은 조용함과 안락함을 누리며 가족들과 소통을 누리고 평화를 챙기고 있었을 것이다. 일찍이 링컨 대통령이 가족들을 자상하게 돌봤던 것처럼 말이다. 코세어와 에비에이터 뒤에 숨겨진 항해와 비상은 모두 탑승한 가족들의 평화를 위한 큰 그림이었다.

SPECIFICATION 

LINCOLN CORSAIR 

길이×너비×높이  4585×1885×1630mm  |  휠베이스 271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9cc  |  최고출력  238ps

최대토크  38.7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9.2km/ℓ  |  가격  5460만원

SPECIFICATION 

LINCOLN AVIATOR 

길이×너비×높이  5065×2020×1760mm  |  휠베이스 3025mm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56cc  |  최고출력  405ps

최대토크  57.7kg·m  |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8.1km/ℓ  |  가격  8320 만원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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