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Bentley Mulsanne & Last V8

  • 기사입력 2020.07.27 11:37
  • 최종수정 2021.06.28 15:0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벤틀리의 플래그십 세단, 뮬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벤틀리의 심장을 책임졌던 V8 엔진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벤틀리의 플래그십 모델 뮬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불행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본래 생산은 좀 더 빠르게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벤틀리 공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뮬산의 생명도 조금은 연장되었다. 그리고 올해 여름, 30대 한정의 6.75 에디션이 생산되고 나면 뮬산은 그 자리를 ‘플라잉 스퍼’에게 물려주고 퇴장하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이어졌던 한 대의 자동차가 생명을 끝내는 것이다.

그리고 뮬산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대의 모델이 사라진다는 것 이상의 큰 아쉬움을 갖는다. 오랜 기간 벤틀리와 함께 해 왔던 벤틀리 특유의 V8 엔진도 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6.75ℓ라는 독특한 배기량에 따라 6¾(식스 스리 쿼터)라고 읽는 이 엔진은 1959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6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해왔다. 그 동안 배기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터보차저를 추가하기도 했지만, 독특한 감성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뮬산의 디자인

벤틀리 뮬산의 디자인을 담당한 크리스핀 마슈필드(Crispin Marshfield)는 외형을 결정하는 디자인 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클레이 모델부터 최종 생산 과정까지 관여했으며, 지금도 뮬산을 디자인했다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그 뮬산의 종료에 아쉬움을 표하며 ‘진정한 시대의 끝’이라고 말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벤틀리 고유의 후륜구동 플랫폼과 6.75ℓ V8 엔진을 사용하는 마지막 자동차가 바로 뮬산이기 때문이다.

뮬산의 차체를 담당하는 이안 존슨(Ian Johnson)은 차체 전문가다. 그는 ‘보디 인 화이트(Body in White)’ 부서에서 근무하는데, 수많은 금속 조각을 모은 후 용접 및 조립 과정을 거쳐 뮬산의 차체를 만들어낸다. 뮬산은 손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숙련 과정을 거친 장인이 다양한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한다. 그는 8년 이상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며, 뮬산을 통해 더 다듬어진 기술을 앞으로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에 사용할 예정이다.

차체에 뿌리는 페인트와 실내를 장식하는 목재도 빼놓을 수 없다. 페인트를 담당하는 롭 톰슨(Rob Thompson)은 40년 이상 벤틀리에서 일했고, 은퇴 전 후임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나무를 다루는 기술자인 존 피셔(John Fisher)는 나무와 수공예의 전문가로 관련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며, 뮬산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한편 견습생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천연 소재를 이용한 예술 작품이 바로 뮬산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6¾ 엔진의 마지막

벤틀리의 상징인 6.75ℓ V8 엔진의 모체가 등장한 것이 1950년대 초이다. 당시 벤틀리의 엔지니어였던 잭 필립스(Jack Phillips)는 기존 모델에 탑재했던 직렬 6기통 엔진을 대체할 새 엔진을 만들고자 했다. 기존 차량의 보닛 안에 탑재할 수 있도록 부피는 동일하면서도 무게가 증가하면 안 되었고, 출력은 최소 50% 이상 증가해야 했다. V8 엔진이 이상적인 형태로 여겨졌고, 설계 이후 18개월 만에 테스트 엔진이 만들어졌다.

이후 500시간 이상의 가혹한 작동 테스트를 거친 엔진은 수십만 마일을 주행하며 실전에 돌입했으며, 엔지니어들의 철저한 검사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1959년에 태어난 새 V8 엔진은 벤틀리 S2 모델에 처음으로 탑재됐다. 당시만 해도 배기량은 6.2ℓ에 머물렀는데, 기존 6기통 엔진보다 30파운드(약 13.6kg) 가벼웠기 때문에 혁명에 가까웠다. 그 뒤 1965년에 출시한 벤틀리 T-시리즈 모델에 맞추어 엔진의 크기를 약간 줄였다.

V8 엔진이 지금의 6.75ℓ가 된 것은 1971년의 일이다. 토크를 더 얻기 위해 엔진 내 피스톤의 왕복 거리(스트로크)가 3.6인치에서 3.9인치로 증가하면서 배기량이 약간 늘어났다. 그리고 1980년, 뮬산이 등장함에 따라(지금의 뮬산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다) V8 엔진도 약간의 변화를 단행했다. 엔진 내 워터펌프를 개선한 것은 물론 길이를 4인치(10.1cm) 줄였는데, 안전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뮬산 터보가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본래 싱글 터보차저 엔진으로 다듬어질 예정이었지만, 최적화를 단행한 트윈 터보차저 엔진이 되었다. 카뷰레터를 인젝션 방식으로 바꾸고 가변 밸브를 적용한 것은 물론 주행 중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도 더했다. 출력은 점점 증가하여 이제 약 500마력이 되었고, 토크도 동시에 높아졌다. 이 엔진은 한동안 ‘전 세계에서 토크가 가장 높은 자동차 엔진’으로 불렸다.

1998년, 벤틀리가 폭스바겐에 인수된 이후 크루(Crewe) 공장의 현대화가 이루어졌고, V8 엔진은 진화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어 왔던 것은 엔진의 배기량과 V8의 형상, 그리고 OHV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 모든 V8 엔진은 장인이 손으로 직접 조립하고 다듬어 왔다. 수십 개의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한 후 철저한 테스트를 거치며, 합격 후에는 벤틀리의 엔진 전문가들 중 한 명이 직접 서명을 남긴다.

뮬산의 후속은 플라잉 스퍼?

곧 단종을 앞둔 뮬산의 지위를 물려받는 모델은 신형 ‘플라잉 스퍼’다. 그러나 벤틀리만의 영혼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모델이 될 것 같다. 플라잉 스퍼에 탑재되는 엔진은 ‘폭스바겐 그룹’에서 개발한 6.0ℓ W12 엔진. 비록 영국에 있는 벤틀리 크루 공장에서 생산되기는 하지만, 벤틀리가 직접 설계한 엔진은 아니다. 만약 컨티넨탈 GT와 동일하게 V8 엔진을 탑재한다 해도, 그 역시 폭스바겐 그룹에서 개발한 4.0ℓ 엔진이기에 감성이 많이 희석될 것이다.

플랫폼 역시 그렇다. 플라잉 스퍼의 플랫폼은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널리 사용하는 MLB 에보 플랫폼. 포르쉐 파나메라에도 사용하는 만큼 우수한 플랫폼임에는 틀림없으나, 벤틀리만의 감성은 이제 사라져가는 것 같다. 이제 벤틀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 크루 공장에서 제작된다는 것뿐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6.75ℓ V8 엔진과 벤틀리 전용 후륜구동 플랫폼은 이제 더 볼 수 없다.

원래 벤틀리와 함께 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분리되어 영국 내에 따로 공장을 차린 롤스로이스는 BMW의 기술 일부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 플랫폼 등을 필사적으로 지켜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롤스로이스의 CEO인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Torsten Müller-Ötvös)’는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를 가리키며 ‘겉모양만 바꾼 아우디 Q7’이라고 일갈을 날렸다. 아쉬운 이야기지만, 뮬산의 단종을 결정한 벤틀리에게는 더 이상 변명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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