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자동차의 동력을 넘어서다

  • 기사입력 2020.07.15 10:00
  • 최종수정 2021.06.28 15:01
  • 기자명 모터매거진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이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미래의 동력은 점차 전기 또는 수소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소는 자동차의 동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3월 30일, BMW 그룹이 또 다른 대체 파워트레인을 공개했다. 전기 모터를 주 동력으로 하는 전동화에 대비하면서 연료의 다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수소를 사용하는 BMW i 하이드로젠 넥스트(Hydrogen NEXT)를 공개한 것이다. 그룹 내 ‘파워 오브 초이스(Power of Choice)’ 전략에 따라 제작, 공개된 모델로 자사의 SUV X5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토요타와 협력한 연료전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그렇다면 BMW는 왜 수소를 필요로 하는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돌입한 것일까? 이미 전기차를 비롯해 엔진을 적게 사용하는 PHEV 모델 개발에 역량을 다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총 25대, 그 중에서 적어도 12대를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BMW이다. 꽤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기에 기존 내연기관, 전기모터, 배터리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소는 아직 유럽에서 크게 활성화되지도 못한 상태이다.

연료의 다양화를 위한 수소 에너지 

경영 컨설팅 회사인 호르베스 앤 파트너스(Horváth & Partners)의 연구에 따르면, 연료전지차보다 전기차가 에너지 손실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고 한다. 발전소에서 변전소를 거쳐 전송된 전기는 자동차의 배터리를 직접 충전시키며,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가 모터를 구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기를 고려하면 약 70~80%의 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수소는 정제와 운반, 보관 등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약 25~35%의 효율을 가진다.

The efficiencies in comparison.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료전지 기술을 손에 넣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 위에 승용차만 있지 않으며, 모든 운전자가 시간의 여유를 두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는데, 생산되는 전력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태양광 또는 풍력 등을 통해 전기를 많이 생산했는데 저장의 한계가 온다면, 이 전기를 버리는 것보다는 수소 추출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행 거리에 있어서도 연료전지차는 전기차보다 날씨의 영향을 훨씬 덜 받으며, 재보급에도 3~4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연료전지차의 구조는 전기차와 거의 동일하다. 대량의 배터리 대신 수소를 전기로 전환하는 유닛과 수소 저장용 탱크, 그리고 적은 용량의 배터리가 있을 뿐이다. 최근 전기차의 주행 거리 개선을 위해 모터 및 유닛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혜택은 연료전지차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연료전지차의 파워 유닛은 승용차보다는 대형 트럭 등 장거리를 자주 주행하는 화물차, 건설용 중장비, 철도 및 항공, 그리고 해상 운송 등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쉬지 않고 다녀야 하는 택시 등 영업용 차량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그보다 더 유용한 것은 재난 등 비상상황에서 집 또는 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비상 유닛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이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의 잠재력을 보여줘

자동차 연료의 다변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현대자동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했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착실하게 개발해 왔다. 연료전지차 조기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04년~2009년 미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및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했고,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에 연료전지 유닛을 적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차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독자기술로 개발한 투싼 ix 연료전지차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관련 기술을 크게 발전시켜 2018년에 넥쏘를 출시했으며, 지난 해에는 연료전지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 기술은 일반 승용차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며, 대형 화물차 등 상용차에 사용할 준비도 차분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대건설기계를 통하여 연료전지 유닛을 탑재한 지게차와 굴삭기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건물의 전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지능형 무인운전 플랫폼’을 결합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인력이 상주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안정적인 고품질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무인 관제도 가능해진다. 현재 이 분야에는 두산퓨얼셀과 KT가 참가하고 있으며,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시범도시로 안산시를 선정,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분야에서는 토요타가 세븐일레븐과 함께 ‘차세대 편의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금 더 먼저 시작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소를 공급받으며, 주요 매장마다 에너지 스토리지를 위한 재생 배터리,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기, 매장용 전원 관리 시스템, 전동화 자동차를 위한 충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 중 핵심은 연료전지 유닛이며, 여기에 토요타의 연료전지 트럭을 결합해 배출가스가 없는 에너지를 만들고 편의점을 운영한다.

연료전지 유닛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소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중요하다. 그래서 서울시 등 각 도시, 그리고 다양한 국가와 협력해 수소충전소 확대 등 인프라 공급에도 신경쓰고 있다. 한국은 수소를 공급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점이 있는데,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생산량 164만 톤, 이 중 판매되는 양이 약 23만 톤이다. 앞으로 더 팔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미국과 한국의 연료전지차 보급 대수는 각각 7937대와 5126대로 전세계 1, 2위를 기록했다. 배터리 전기차보다는 훨씬 적은 수치이기는 하나, 앞으로 진행될 상용차의 발전과 연료의 다변화를 고려한다면 유의미한 숫자이기도 하다. 독일에는 현재 500대가 약간 넘는 연료전지차가 있지만, 이 역시 상용차의 발전과 함께 확대될 여지가 크다.

연료전지 관련 기술은 지금 당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없다고, 전기차보다 효율이 훨씬 적다고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여 더 발전시키고 다듬어야 한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다양한 방법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비상사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 수소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을 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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