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가 주목하는 엑소수트 이야기

  • 기사입력 2020.07.10 10:00
  • 최종수정 2021.06.28 14: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만약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 ‘아이언맨’이 부럽다면, 자동차 제조사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미래의 아이언맨은 자동차 제조사가 만들지도 모른다.

 

‘토니 스타크(Tony Stark)’는 부자이면서 어릴 때부터 직접 기계를 고안해낼 정도로 천재이지만, 그 자신은 큰 힘을 갖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다. 이후 격투 기술을 배우고 제법 잘 싸울 정도로 성장했지만 거기까지다. 그러한 그가 막강한 힘을 가진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몸에 맞는 로봇 수트를 개발해 그것을 입고 보통 인간의 수십 배에 달하는 힘을 내고 날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언맨’이 될 수 있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될 수 있었던 비결, 그것이 바로 엑소수트다. 정식 명칭은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수트로, 우리말로 옮기면 ‘외골격 로봇’이 된다. 그런데 바로 이 엑소수트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로봇 기술의 발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과 편안한 삶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로봇 중에서 엑소수트에 주목하고 있을까? 그리고 엑소수트의 미래는 과연 어디일까?

의외로 긴 엑소수트의 역사 

엑소수트는 자연에서 왔다. 뼈가 신체 내부에 있는 내골격 형태의 인간과는 달리, 장수풍뎅이 등 곤충은 대부분 단단한 껍질 형태의 뼈가 밖으로 드러나 있고 이를 통해 신체를 보호하는 외골격 형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외골격을 이용해 자신의 몸의 몇 십 배에 달하는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한 과학자들은 곤충의 단단한 외골격을 사람에게도 적용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강한 사람은 인류의 꿈이었으니 말이다.

최초의 엑소수트는 1890년, 러시아의 발명가인 ‘니콜라스 얀(Nicholas Yagin)’이 스케치를 통해 개념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에는 적절한 동력이 없어 꿈처럼 여겨지던 기술이었다. 그것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65년, 로봇 ‘하디맨(Hardiman)’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불과 4.5kg의 힘으로 110kg의 화물을 들어올렸으니, 사람들이 놀랄 만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경량화 기술이 부족했고, 650kg에 달하는 로봇의 무게는 착용자를 힘겹게 만들었다.

엑소수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이 수트를 장시간 착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우 편안해야 하며, 착용한 인간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초기에는 그 점을 모를 만도 했고, 그래서 엑소수트 프로젝트는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미 국방성이 엑소수트의 미래에 주목했고, 무거운 장비들을 짊어지고도 신속하게 전장을 누빌 수 있는 엑소수트를 목표로 연구가 시작됐다.

군인은 엑소수트가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일반인은 일상 생활 속에서 엑소수트의 필요성을 느낄 일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 바로 1980년대부터 엑소수트를 직접 연구해 온 미국 UC 버클리의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다. 그는 팔의 움직임을 손쉽게 만드는 엑소수트부터 연구했는데, 단순히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보다는 노동자들을 돕고 기계의 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무거운 물체를 들고 오래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엑소수트가 만들어지자, 노동자들이 과거보다 덜 지치면서 더 많은 일을 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사고로 인해 신체 일부를 잃거나 하반신 마비로 그 동안 걸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걷게 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노동 집약 산업인 자동차에서 이러한 엑소수트의 순기능에 주목하지 않을 리가 없었고, 지금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엑소수트를 연구 중이다.

엑소수트 기술의 중요성 

누군가는 ‘엑소수트가 로봇인가요?’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로봇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의 모습을 한, 일명 ‘휴머노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체 일부와 연결된 형태의 엑소수트도 분명히 ‘로봇’이다. 과거와는 로봇의 정의가 달라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인데, 인지와 판단, 그리고 동작을 수행할 수 있으면 ‘로봇’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넓게 보면 ‘자율주행차’도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등장하거나 상용화된 엑소수트들은 언뜻 보기에 구조가 간단하여 별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는 최신 기술의 집합체다. 먼저 사람이 가볍게 착용하고 무게를 느끼지 않아야 하며, 부러지지 않고 사람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어야 하므로 경량화와 함께 강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각 부품의 제어를 위한 핵심 제어 시스템과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도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게 되는 ‘액추에이터(Actuators)’일 것이다.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액추에이터를 부착하면 되지만, 엑소수트는 가벼워야 한다. 따라서 가벼우면서도 강하게 작동하고 전력 소비도 적은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기모터, 또는 유압식 실린더 등 개발자에 따라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근육 움직임을 흉내 낸 액추에이터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엑소수트 기술의 발전은 파생을 갖고 왔으며 이미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어떨 때는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가벼운 소재는 자동차와 자전거 등의 경량화에 기여했고, 액추에이터와 제어 시스템 기술의 발전은 자율주행을 위한 밑거름인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좀 더 정밀하게 완성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유압식 실린더 제어기술은 앞으로 ‘극상의 승차감을 가진 자동차’를 만드는데 더 공헌할 것이다.

엑소수트의 미래 

이미 현대자동차와 혼다, 포드 등 수 많은 곳에서 엑소수트를 연구하고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혼다의 경우 휴머노이드인 ‘아시모’를 만들면서 관련 기술이 축적되었고, 이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보다는 좀 더 늦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선두 주자들을 따라잡고 있다. 의료용 엑소수트 ‘H-MEX(Hyundai Medical Exoskeleton)’는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에게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 줬다.

자동차 기술과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엑소수트는 더 좋아질 것이다. 현재는 부피가 큰 배터리와 제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지만, 전고체 전지 기술과 반도체 칩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 그 크기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과 직접 연결되는 제어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사고로 팔 다리가 모두 마비된 청년이 전신 엑소수트를 입고 뇌 신호를 통해 걷는 데 성공했다. 인간을 더 편리하게 그리고 사회 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엑소수트 자체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아무래도 골격 자체가 외부로 드러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약간 두꺼운 바지 또는 재킷을 입는 정도로 만들어 신체의 부담을 크게 덜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이다. 이를 위해 기계 및 전자를 전공한 로봇 공학도는 물론 의류 전공자, 그리고 생체역학 전공자가 모두 모여 편안하면서도 제대로 힘을 낼 수 있는 엑소수트를 만드는 중이다. 이 분야에서도 한국인의 활약이 대단하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 대신 로봇, 그리고 엑소수트에 힘을 쓰고 있다고 한탄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기술이 자동차로 내려와 좀 더 편안하면서도 안전한, 그리고 실용적인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만들어 낼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인간을 더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열쇠가 엑소수트 안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sKNduTxqs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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