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헬리콥터, 드론, 그리고 플라잉 카

  • 기사입력 2020.06.05 10: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앞으로 드론이 대세라느니, 플라잉 카가 대세라느니 여러 가지 예측이 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누구는 비행기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헬리콥터라고 말해야 된다고 한다. 누구의 예측이 올바르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비행체들에 대해 정확한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글 | 유일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라이트 형제를 통해 구현된 지도 꽤 오래됐다. 초기에 1분도 제대로 날지 못했던 비행기는 이제 긴 시간을 날아다닐 수 있으며, 비행 속력도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다. 그리고 비행기로는 실현할 수 없는 세세한 이동과 이착륙의 편리함을 책임지는 헬리콥터도 있다. 지금까지 하늘의 이동은 이 둘이서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이제 비행기 대신 자동차가 날아다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1960년대에 ‘이언 플레밍’(007 시리즈를 집필했다)이 쓴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치티치티 뱅뱅’에 등장하는 머신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뒤 ‘백 투더 퓨처 2’에서 드로리안을 개조한 타임머신에 비행 능력이 추가되어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후 미래 도시를 그릴 때는 자동차가 땅 위를 달리는 대신 단체로 하늘의 길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장면이 반드시 포함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한동안 구현하기 힘든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식을 뒤집는 존재가 등장했으니, 바로 그것이 ‘멀티콥터’로 대표되는 드론이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등장한 배트맨 전용 비행체 ‘더 배트’를 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당시에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구현이 가능한 형태로 여겨졌었다. 물론 그 전에 미국에서 군용으로 개발한 ‘글로벌호크’도 드론이라고 부르지만, 이쪽은 비행기에 더 가까웠으니 말이다.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나요

먼저 비행기는 동체와 날개, 그리고 추진체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그 형태가 확실한 만큼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가고자 한다. 사람들이 의문을 많이 품는 것이 바로 헬리콥터와 드론의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엄격히 이야기하자면, 헬리콥터와 드론은 완벽하게 다르다. 구동 방식은 물론 동력에서 날개까지 연결되는 구조, 그리고 기어의 차이도 있으며, 심지어 소소한 움직임조차 다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하늘을 나는 모습이 똑같아 보이겠지만 말이다.

Apache AH 64E

먼저 헬리콥터는 동체만큼 거대한 크기의 로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로터의 움직임과 반동을 제어하기 위한 꼬리날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러시아의 ‘Ka-50 호컴’처럼 꼬리날개 없이 두 개의 로터로 반동을 제어하는 헬리콥터도 있지만, 이 모델도 동체와 맞먹는 크기의 로터를 장착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가스 터빈 엔진을 탑재하며 회전을 얻기 위해 로터 아랫부분에는 복잡한 로드와 관절 등이 장착되어 있다.

반면 멀티콥터로 대표되는 드론은 작은 크기의 프로펠러를 여러 개 사용한다. 본래 프로펠러의 수에 따라 명칭도 달라지지만,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쿼드콥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모터가 프로펠러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한두 개의 모터가 멈춰도 남은 모터의 출력을 이용해 착륙이 가능할 때도 있다. 헬리콥터에 비해 훨씬 구조와 작동방식이 간단하면서 안전성은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헬리콥터 말고 드론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러한 장점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시되는 것이 안전인데, 비록 하늘을 이용한다고 해도 만약의 상황에서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상용화하기가 정말 힘들 것이다. 게다가 간단한 구조라는 것은 정비를 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중이고, 갈수록 발전하는 전기차 기술이 드론을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에서 발표된 것들은 대부분 드론 형태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현대자동차가 드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비행체를 공개했다. ‘S-A1 콘셉트’는 비행기에 가까운 형태를 갖고 있지만 주 동력이 되는 프로펠러를 4개나 갖추고 있으며, 이착륙 시, 그리고 비행할 때마다 프로펠러의 각도가 바뀐다. 이런 형태의 기체를 ‘틸트로터기’라고 부르는데, 미군에서 사용하는 ‘V-22 오스프리’가 대표적이다.

MV-22 Osprey

틸트로터기는 일반적인 드론 또는 헬리콥터보다 이동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좁은 장소에 수직이착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활주로 없이 착륙장만 확보하면 되며 그 특성상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게 날 수 있다. 여러모로 도심에서 사용하기에 이상적인 이동수단인 셈이다. 착륙 모드 전환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민간용 비행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대차가 비행체 개발을 위해 영입한 신재원 박사가 NASA 출신이라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자동차 형태로 지상을 다니다가 필요할 때 하늘을 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플라잉 카’도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회사 ‘테라푸지아’의 모델 ‘트랜지션’이 대표적인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지상에서는 자동차로, 날개를 펼치면 하늘에서 비행기로 다닐 수 있다. 그 외에도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하늘을 나는 모터사이클도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전기 말고 수소는 어때요

자동차 제조사들 또는 비행체 제조사들이 발표한 드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드론 제작 기술이 있는데다가 기체 정비 등 유지 보수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비행 시간이다. 벤츠가 지원하고 있는 볼로콥터의 드론은 2명을 태우고 약 30분 가량을 비행할 수 있고 비행 거리는 최대 27 km라고 한다. 물론 빠른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착륙해야 한다.

동력을 바꿀 수는 없을까? 이번 CES 무대에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공개한 DS30이 어쩌면 희망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드론은 배터리가 아니라 수소를 이용하는 ‘연료전지 파워팩’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일반적인 배터리 드론의 비행시간인 20~30분을 넘어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으며, 비행 시간을 동력으로 전환하면 더 무거운 화물도 거뜬하게 수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CES 무대에서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을 만 하다.

그러고 보면 현대차는 이미 ‘넥쏘’를 통해 연료전지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다. 만약 배터리가 아니라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다면, 비행체의 비행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빠른 급유(?)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현대차의 틸트로터기는 비행 속도도 드론보다 훨씬 빠를 것이니 어쩌면 도심을 넘어 수도권에서 약간 먼 지역까지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와 있을 수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를 넘어 비행체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사실 그 비행체의 종류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제일 시급한 것은 비행체 시대를 대비하는 법규 제정과 보험 등 인프라 준비가 아닐까? 이미 외국에서는 보험을 준비하고 비행체 전용 타이어를 발표하는 등 그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미래를 내다보고 먼저 보험부터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과연 어떤 회사 또는 정부기관이 비행체와 관련해 첫 발을 내딛게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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