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ing Back, Citroën C3 Aircross

  • 기사입력 2020.05.26 16: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프랑스에서 태어난 소형 SUV 한 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때, 같은 동네 출신의 또 다른 SUV를 만났다. 탄탄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러면서도 다루기 쉬운 자동차,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의 이야기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그 동안 살면서 ‘파리지앵’의 멋과 느낌을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파리는커녕 프랑스라고는 근처에도 못 가봤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굉장히 단순할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하나쯤은 몸에 두르고자 하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들, 파리 또는 프랑스의 감성을 담은 음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동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수 많은 프랑스와 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프랑스의 자동차들만큼은 잘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 프랑스 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많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더 많이 경험해 보고 익숙해지면 될 일이다. 기왕이면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장 폴 고티에(Jean-Paul Gaultier)’의 향수를 살짝 뿌려도 될 것 같다.

이번 타자는 시트로엥의 소형 SUV ‘C3 에어크로스’. 설령 자동차나 브랜드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해도 평소에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어! 저 차!’ 하면서 한 번쯤은 돌아봤을 법 하다. 사각형을 동글동글하게 굴린 것 같은 귀여운 모습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 안에는 거친 랠리 무대에서 다듬어진 메커니즘이 있고 뜻밖의 편안함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파리, 아니 프랑스 자동차의 모습이다.

사각형 위에 얹어진 더블 쉐브론

차체는 물론 요소 곳곳에 사각형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또는 날이 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날렵하지 않다는 느낌은 약간 있지만, 스포츠카가 아닌 SUV이니 그냥 넘기고 지나가기에 충분하다. 그보다는 사각형의 집합체들이 이렇게 멋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LED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위로 올리고 헤드램프를 앞 범퍼에 적용했는데, 디자인도 그렇지만 야간에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있다.

SUV의 실용성을 위해 범퍼 하단에는 검은색 플라스틱과 은색의 스키드 패널을 둘렀다. 측면 하단도 검은색으로 감싸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휠 아치도 사각형에 가깝게 다듬었다. 본격적인 SUV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사각형으로 다듬은 테일램프는 점등되는 불빛이 3D의 느낌을 주고 있어 더 눈에 잘 띈다. C 필러에 적용된 흰색(차체 색상에 따라 다르다)은 스티커가 아니라 유리에 새겨진 것이라 상당히 오래 유지될 것 같다.

실내는 심플하게 다듬었지만, 에어벤트 등 곳곳에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속도계와 회전계를 중심으로 하는 계기판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운전 그 자체에 집중하라는 것 같다. 에어컨과 오디오 조작 등의 기능은 대부분 센터페시아에 있는 모니터에서 수행하는데, 화면 자체는 작지만 실용적이고 시인성이 의외로 좋다.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안드로이도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뜻 보면 벤치 형태로 다소 딱딱하게 디자인된 것 같은 시트이지만, 막상 앉아보면 상당히 편안하다. 애초에 시트를 제작하면서 내장재에 큰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다리 길이 때문에 앞으로 상당히 당겨 앉아야 하는 필자에게는 왼발의 포지션만 약간 불편했는데,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SUV 답게 2열에도 성인이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편안함을 확보했다. 아무래도 소형 모델이라 트렁크는 그리 크지 않다.

의외로 매력적인 감각

본국에서는 가솔린 엔진도 라인업에 구비되어 있지만, 수입되는 것은 1.5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버전이다. 북미 지역에 수출하는 브랜드가 아닌 이상 한국의 가솔린 엔진 인증에 대응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당한’ 셈이다. 그럼에도 큰 불만은 없는데, 이 차가 다름 아닌 SUV 이기 때문이다. 여유와 느긋함 그리고 토크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진동과 소음도 약간 시끄러운 가솔린 수준으로 묶어두어서 매력적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반응이 느긋하게 오기 때문에 운전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차가 주로 달리게 될 도심 속에서의 운전 환경을 생각해 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래도 정말 답답하다고 느낀다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맞추면 된다. 가속 반응이 달라지면서 답답함은 그대로 날라가 버릴 것이다. 그 와중에도 시끄럽기 보다는 조용함을 더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운전하기가 상당히 편하다. SUV 답게 시트 포지션이나 운전석에서 보이는 시야도 높은 편인데, 여기에 여유 있게 반응하는 파워트레인이 결합되니 그다지 속력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동안 경쾌하게 달려야만 소형차답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치 느낌은 고급차인 것처럼 느긋함이 먼저 느껴지니 생경하기도 하다. 느긋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라면 좋아할 법도 한데, 국내에서는 큰 인기가 없는 것을 보면 바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가 보다.

사실 바쁜 것도 스포츠 모드만으로 해결되고, 무엇보다 연비가 최고조에 달한다. 연비만으로도 구매한 가격과 약간의 불편을 그대로 상쇄할 수 있겠다 싶다. 인증된 복합연비는 14.1 km/ℓ 이지만,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18 km/ℓ를 넘었다. 이전에 푸조 2008이 국내에 처음 나왔을 때도 연비에 감동했었는데, 이제는 변속의 불편도 없으면서 연비도 좋으니 불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프랑스의 자동차라는 것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그리고 승차감도 의외로 편하고, 무엇보다 코너링에서의 반응이 너무나 안정적이다. 언뜻 느끼기에는 코너에서 버티지 못하고 기우뚱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절묘하게 버티다가 어느 새 제자리로 스르륵~ 하면서 돌아온다. 프랑스의 자동차들이 코너에서 왜 그렇게 강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마세라티 등 스포츠카들이 적용하고 있는 ‘스카이 훅’이라는 개념을 먼저 정립한 것이 프랑스의 자동차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C3 에어크로스는 타면 탈수록 매력이 넘치는 SUV다. 이 매력은 아마도 일반적인 대리점에서 30분 내외로 이루어지는 시승에서는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는 진지하게 탑승해 보고 여러 도로에서 여러 가지를 느껴보아야 비로소 매력이 보인다. 프랑스의 명품들이 사실은 오래 쓸수록 더 큰 매력을 발휘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차가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좀 더 활약하며 세상을 매력적으로 채워갔으면 좋겠다. 진정한 아방가르드가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SPECIFICATION

CITROËN C3 AIRCROSS

길이×너비×높이 4160×1765×1650mm

휠베이스 2605mm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배기량 1499cc

최고출력 120ps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4.1km/ℓ

가격 31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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