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angle Magic, Hyundai Avante

  • 기사입력 2020.04.09 08: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뾰족뾰족하고 날이 선 모습의 아반떼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풀 체인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난 삼각형의 마법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제 그 안에 잠재된 진짜 성능을 증명해야 한다.

글, 사진 | 유일한

신형 아반떼가 온라인으로 처음 공개되었을 때, 문득 주성치의 영화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거리를 지나가던 여인들 중 한 명의 얼굴을 봤다가 소문만큼의 미녀가 아니어서 실망했는데, 다른 여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뱉었던 대사가 바로 “다시 보니 선녀 같다”였다. 삼각형을 일부에만 사용한 것을 넘어서 차체 전면에 도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물론 날카로움에서 오는 아름다움까지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대대적인 변경이 필요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아반떼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마켓을 공략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북미에서도 아반떼를 선택하는 운전자들은 젊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고 튀는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스포츠카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가진 돈이 적은 이들이 많을 것이니, 디자인과 함께 아쉽지 않을 만한 성능을 부여한다면 더 좋다. 물론 실내 공간도 아쉽지 않게 확보해야 한다.

개성을 챙겨야 하지만 보편타당한 모델도 되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디자인을 살리는 작업은 상당히 어렵고 그만큼의 소재 가공 기술을 갖추려면 필연적으로 돈이 든다. 이것을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는 아반떼는 그만큼의 성능을 진짜로 갖고 있을까? 이전 모델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조금씩 있었다. 이번에는 이 점을 얼마나 극복하고 있을까? 신형 아반떼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삼각두 아닌 삼각 보디

쏘나타 때도 그랬지만 전면이 상당히 낮다. 그 전면의 대부분을 낮고 넓게 깔린 형태의 그릴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작은 날개처럼 붙어 있다.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전면에서 ‘시카고 불스’의 상징인 황소의 머리가 연상된다. 방향지시등을 그릴 안에 숨기고 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보닛 위에는 강렬한 주름을 새겼고 그릴 위에 커다란 현대 엠블럼을 놓았는데, 상당히 드세 보인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 전면에 비해 측면과 후면에서는 불호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조로가 역방향으로 ‘Z’자를 그은 것 같은 측면은 바로 옆에서 보는 것보다 비스듬히 봤을 때 그 형상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자세히 보면 여기서도 삼각형이 겹쳐져 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위에 있는 루프 라인과 C 필러 쪽에도 삼각형이 있는데, 이로 인해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백과 비슷한 라인이 만들어진다.

후면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바로 ‘H’자로 빛나는 테일램프다. 양 측면에서는 삼각형으로 다듬어진 단순한 형태의 테일램프이지만, 라이트를 켤 때 붉은색으로 H를 그리는 긴 줄 하나로 인해 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트렁크 리드도 각을 세우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리어윙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 같다. 범퍼 하단에 작게 위치한 디퓨저의 형상도 결코 범상치 않다. 앞으로 등장할 N라인 모델을 더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실내는 철저하게 ‘운전석의 독립’을 추구한다. 본격적인 스포츠카 수준은 아니지만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배열 그리고 센터콘솔의 디자인을 통해 운전석을 다른 좌석과 분리시키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선택할 모델인 만큼 스포티와 함께 개인 공간을 살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기어노브를 살려두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계기판 왼쪽에 있는 원은 단순한 장식인데, 빈 공간으로 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트는 아주 편안하지는 않지만 신체를 잘 잡아주고 지지해주는 힘이 상당히 좋다. 전면에는 가죽을 두르고 후면에는 직물을 사용했는데, 탑승객의 만족도와 가죽의 절약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모델은 2열에 앉았을 때 필자의 머리가 뒷유리에 닿아 불편을 유발했는데, 이제는 천정에 머리가 약간 닿는 수준에서 그친다. 필자의 앉은키가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인 키를 가진 성인은 넉넉하게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안정감 그리고 아쉬움

국내에서 제일 먼저 공급되는 것은 최고출력 123마력을 발휘하는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 엔진. 수동변속기도 준비되어 있지만 시승차는 모두 CVT를 탑재했다. 혼자 탑승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도심 내에서 천천히 주행할 때는 주행 시 답답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CVT가 변속 충격 없이 엔진 회전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엔진 회전을 쓸 수 있고, 그만큼 힘을 끌어내기도 쉽다.

본격적으로 고속 주행을 하면 그 때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고속 영역을 지나 초고속 영역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반응을 좀 더 빠르게 가져간다는 스포츠 모드가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노멀 모드가 다루기 쉽고 스포티하다는 느낌이다. 도심에서 조용하게 반응했던 엔진은 3500 회전을 넘기는 순간부터 거칠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상당히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데 반해 힘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으니 답답할 만도 하다.

그보다는 고속 주행 중 느껴지는 안정감에 상당히 놀라고 만다. 새로 개발했다는 3세대 플랫폼의 놀라움이 한번 더 느껴지는 순간인데, 주행 속도가 높아져도 차체가 뜨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게다가 서스펜션도 유연함과 단단함 사이에서 반응하고 있어 범프를 지나면서도 차체가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그 느낌이 안정과 안심을 동시에 주기 때문에 엔진 출력이 약하다는 점이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이 점은 나중에 등장할 N라인 모델에게 맡겨두는 수밖에. 안정감이 있는 만큼 코너링 시 반응도 상당히 재미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단단함을 자랑하던 독일차와 유연함을 자랑하던 프랑스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타이어만 좀 더 받쳐준다면 운전시 코너를 즐기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브레이크 역시 불만은 나오지 않을 수준으로, 강하게 밟는다면 원하는 위치에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행 시 들리는 풍절음이다. 시승 코스에 강풍이 불기도 했지만, 그 강풍을 넘어서는 소리가 곳곳에서 침입해 온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만약 바람이 없다면 100 km/h 정도까지는 풍절음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정숙성을 장담할 수 없겠다. 물론 이 영역에 도달하면 풍절음 이전에 높아진 엔진음이 먼저 들려올 것 같지만 말이다.

파격적인 디자인에 보편적인 구성 그리고 높은 안정감을 갖춘 아반떼는 이제 ‘젊은이들이 가격에 맞춰서 구입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가격 그 이상의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자동차’가 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일반 모델도 상당히 큰 만족을 주고 있는데, 앞으로 등장할 하이브리드와 N 라인 모델은 용도에 맞춰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반떼가 보여주는 ‘삼각형의 마법’은 이제 시작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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