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MONEY GAME, 제네시스 GV80 VS 볼보 XC90 (1)

  • 기사입력 2020.03.11 17:04
  • 최종수정 2021.06.25 14: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한국과 스웨덴의 프리미엄이 도시에서 마주쳤다. 공교롭게도 둘 다 대형 SUV고, 가격마저 비슷하다. 다른 것은 디자인과 럭셔리의 품격, 그리고 엔진. 과연 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글 | 유일한,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그리고 브랜드의 첫 번째 SUV, GV80가 등장하자마자 국내에서 큰 인기몰이가 진행 중이다. 6500만원부터 시작하기는 하나 고객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넣다 보면 8000만원은 가볍게 넘어가는 이 프리미엄 SUV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출시 당일에 시승했던 모델의 옵션을 다 계산해보니, 8430만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잠깐, 8400만원이라고? 꼭 제네시스를 고집하지 않는 한 이 가격대라면 왠지 모르게 라이벌이 있을 법도 하다.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적용했다는 점에서는 BMW X5가 떠오르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라인을 보고 있으니 레인지로버 벨라도 떠오른다. 그렇다면 가격에 맞춘다면 어떨까? 그 시점에서 이미 답이 나온다. 볼보의 대형 SUV XC90. 비록 배기량의 차이는 있으나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기본 가격이 8030만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단 하나, 한국과 스웨덴 프리미엄의 대결이다. 자동차를 선택할 이들이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이 가격인데, 이 정도의 프리미엄 대형 SUV에서 몇 백 만원의 가격차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0만원 이상의 가격차가 생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무대는 무조건 도심이다. SUV라고 해도 이러한 고급스러운 모델을 오프로드에서 다룰 사람들은 정말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레스트 VS 아이언

전면에서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그릴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릴이 바로 뒤에 있는 엔진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릴이 크면 배기량, 또는 출력이 높은 엔진이 연상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볼보 XC90의 그릴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제네시스 GV80 앞에서는 한 수 접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제네시스 특유의 대형 크레스트 그릴이 당당하게 전면을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면에서의 인상도 다르지만, 측면으로 오면 두 차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GV80의 측면 라인이 앞에서 뒤로 갈수록 하강하는 스타일로 클래식한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면, XC90는 직선을 그어 SUV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심플한 멋을 내고 있다. 휠은 XC90가 20인치, GV80가 22인치를 적용하고 있는데, 두 모델 모두 휠하우스가 허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대형 SUV의 디자인에 적응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후면의 모습은 극에 달할 정도로 다르다. GV80가 테일램프를 비롯해 모든 것을 가로로 긋고 있다면, XC90는 자신들의 전통을 따라 세로로 긴 테일램프와 함께 뒷모습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고급스러움은 확실히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크기는 XC90가 높이와 휠베이스에서 좀 더 우위에 있고 폭은 GV80가 조금 더 넓다. 자세히 보면 둘 다 오프로드를 주행하기 보다는 도심을 여유롭게 누빌 만한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있다.

Ahn’s Comment

두 대를 놓고 보니 공통점이 몇 개 있다. 우선 두 대 모두 잘 생겼고 큰 패널들을 사용했음에도 밋밋한 구석이 없다.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있다. 먼저 XC90는 볼보 브랜드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지루했던 옛 볼보를 벗어 던지고 세련되고 어려진 지금의 볼보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전 볼보의 운전자들은 착하게만 보였는데 지금 볼보를 타는 이들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출시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겹지도 않다. 전륜구동 기반 플랫폼이지만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역동적인 측면 라인을 완성한 것도 마음에 든다. 좋은 비율에 토르 망치를 품은 헤드램프와, 수직으로 떨어지는 테일램프로 디테일까지 잡았다. 단점이 띄지 않는 디자인이다.

다음은 GV80. 지금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핫한 GV80를 이번 기획으로 처음 봤다. 사진보다 훨씬 웅장하고 근사하다. 국산차에서 이런 디자인이 나오는 날이 왔다. 100점짜리 얼굴은 반은 헤드램프, 나머지 반은 라디에이터 그릴 덕분이다. 거대한 프런트 그릴은 도로 위의 존재감을 표현한다. 이렇게 예쁜 그릴에 번호판을 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호판 위치가 보통 차들 보다 위에 있어 거슬리는데, 내리자니 그릴 테두리를 가리게 되므로 별다른 방법이 없다. 후륜구동 베이스의 플랫폼으로 주둥이가 짧아 자세가 안정적이다. 휠도 22인치라 차가 더욱 당당해 보인다. 엉덩이는 헤드램프처럼 테일램프도 두 줄로 만들고 해치 라인 중간 부분을 접는 등의 기교를 많이 부렸지만 얼굴 보단 못하다.

가로 VS 세로

그 동안 한국적인 ‘여백의 미’가 없었다고 한 것에 반성이라도 해야 할 기세다. 게다가 지금까지 XC90가 제일 심플한 형태의 대시보드를 갖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GV80는 어느새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만 보고 있으면 막상막하의 기운이 느껴지고 오히려 GV80가 좀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가로로 긴 형태인가 아니면 세로로 긴 형태인가 그것만 다를 뿐이다.

좀 더 아래로 내려보면, XC90는 모니터 안에 거의 모든 기능을 몰아넣었기 때문에 센터 터널도 깔끔한 데 비해 GV80는 별도의 원형 컨트롤 패드를 두고 있다. 물론 모니터 터치도 지원하지만, 그 위치가 멀어 손을 뻗기가 힘드니 만들어 둔 것이다. 심플 속에서 화려함을 찾는다면, 3D 계기판을 갖고 있는 GV80가 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드라이브 모드 조작은 XC90가 좀 더 유리하다. GV80는 손을 좀 더 불편하게 뻗어야 하고, 심지어 다이얼마저 유격이 있어 신경이 쓰인다.

시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XC90가 한 수 위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심지어 헤드레스트 조절이 되지 않는 인스크립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GV80의 시트도 만만치 않은 편안함을 갖고 있으며, 주행 모드, 또는 속도 변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체를 조여주는 게 마음에 든다. 2열 시트는 전동 조절이 가능한 GV80가 좀 더 편안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부스터 시트를 기본 적용한 XC90가 점수 면에서 더 유리할 것 같다.

Ahn’s Comment

먼저 XC90의 인테리어를 살펴보자. 간결하다.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단 깔끔한 디자인으로 미를 추구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가구와 같은 정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를 향해 있고 버튼들은 디스플레이 안으로 모조리 집어 넣어 물리적 버튼이 별로 없다. 이런 스타일은 적응하면 괜찮겠지만 처음 타면 불편하다. 엔진을 깨우려면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데 볼보를 탈 때마다 기분 좋게 하는 아이템이다. 시트는 조절을 많이 하지 않아도 내 몸에 감길 만큼 인체공학적인 데이터가 잘 적용되었다. 가죽 느낌은 부드럽다. 2열 공간도 성인남성이 타기에 충분하다.

GV80의 최대 강점은 인테리어에 있다. 최고급 SUV에 꿀리지 않는 수준이다. 눈과 손이 닿는 곳에 가죽을 아낌없이 썼다. 전기형 W222 S클래스과 비슷한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잡는 맛도 좋고 디자인적으로 신선하다. 다이얼 타입 기어노브는 레인지로버를 연상케 한다. 중앙 송풍구와 보조석 쪽 송풍구를 이어 놓은 것은 아우디에서 봤던 것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좋아 보이는 것은 다 가져다 쓴 성의가 보여 좋다. 시트는 쿠션감이 좋고 고급차에 앉아 있는 느낌을 충분히 전해준다. 거기에 퀼팅 스티치를 넣어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2열 시트의 만족감도 높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고 등받이 각도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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