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영혼까지 끌어모았나? KIA SOUL BOOSTER EV

  • 기사입력 2020.02.24 11: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전기차가 세컨드 카에서 데일리 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모델, 쏘울 부스터 EV가 그 주인공이다.

전기차 모델 중 유일하게 타보고 싶었던 모델이 쏘울 부스터 EV(이하 쏘울 EV)다. 개인적으로 작은 차를 선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386km의 넉넉한 주행거리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400km가 훌쩍 넘는 전기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과하게 크지 않고 그렇다고 공간성이 부족하거나 주행거리가 짧은 것은 정감이 안 간다. 여기에 예쁘거나 귀엽거나 둘 중 하나를 충족시킨다면 금상첨화다. 쏘울 EV가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독특하고 튀는 개성은 가지고 있다.

쏘울 EV를 타고 제일 먼저 간 곳은 강남이다. 가장 번잡하고 정신없는 곳이다. 가뜩이나 튀는 외모에 색상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옆 차로를 거닐던 이들도 힐끔힐끔 쏘울 EV를 쳐다본다. 조금 부담스럽다. 다행히 시승차에 선팅이 돼있길래 망정이지.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열중한 사람들은 열심히 땅을 쳐다보며 걷는다. 그러다 문뜩 고개를 들면 또다시 나를, 아니 쏘울 EV를 쳐다본다. 한데 눈빛이 오묘하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신기함인지, 신비함인지 구분이 어렵다. 가끔은 괴상한 것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가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듯 미소 섞인 표정까지 다양하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디자인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려 한적한 도로로 나왔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모드로 변경하고 달렸다. 무게 중심이 낮고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묵직한 감각이 엉덩이를 자극한다. 40.3kg• m의 최대토크가 곧장 발휘되며 가속성능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타이어가 성능을 받쳐주지 못하는 듯하다. 가속페달을 힘껏 내리밟으면 노면을 훑으며 헛바퀴가 돈다. 코너에선 예상보다 낮은 속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부르짖기도 한다. 원치 않는 시선을 또 한 번 받아야만 했다.

스포츠 모드로 달리며 히터도 최대한으로 틀었고 스티어링 휠, 시트 열선도 후끈하게 달궈놨다. 그럼에도 잔여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느긋하다. 쏘울 EV의 회생제동 시스템은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부터3단계 순으로 적극적인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스포츠 모드에선 1단계로 세팅돼있다. 1단계에선 회생 제동 시 발생하는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주행거리가 쭉쭉 줄어들어야겠으나 의외로 월급통장처럼 줄어들지 않아 안심이 된다.

노멀 모드는 2단계, 에코 모드는 3단계로 세팅됐다. 3단계의 경우 반동이 상당히 심해 급 브레이크를 밟는 기분이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다 보면 부드럽게 멈춰 서는 것이 가능해진다. 익숙해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오토에 놓고 다니면 된다. 유연하게 회생 제동 단계를 결정하며 운전자를 돕는다.

EV 전용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잔여 주행거리와 회생 제동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나타낼 뿐 아니라 운전자 성향에 따른 경제성까지 판단해준다. 근데 이건 좀 의심스럽다. 인정사정 없이 밟았는데 경제운전 비중이 너무 높게 나온 것 같아서 말이지. 운전 습관을 보여주는 것이 대수냐 할지도 모르지만 전기차 구매 의향을 가진 이라면 필히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 운전과 비경제 운전 비율에 따라 자신이 언제 어디서 히터를 끄고 정속 주행을 이어가다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자. 10.25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충전량을 설정할 수 있다. 급속 및 완속으로 70%를 목표로 설정할 수 있고 예상시간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과 다르게 쏘울 EV 역시 화면에 전기차 충전소가 표시된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잔여 주행거리로 갈 수 도달할 수 있는 충전소들이다.

단순히 아이콘으로 충전소만 표시된다면 실제 운용 간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단점도 보완하며 리스트 형식으로 볼 수도 있다. 지도를 확대하거나 가고자 하는 충전소를 터치하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급속 충전기만 있는지, 급속과 완속 모두 아우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현재 누군가 사용 중인지도 나타난다. 단번에 모든 정보를 볼 수 없어 번거로운 점은 있으나 디테일한 설정이 꽤나 인상적이다.

가끔 인간이란 종족은 지나친 호기심으로 위험을 마주한다. 위험을 알고서 실행에 옮기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다행히 이번만큼은 위험을 피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쏘울 EV 충전 관리 기능이 솔찬히 재밌다는 것. 주행거리에 따라 특정 지역까지 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운전자가 원한다면 다음 스폿과 그다음 스폿까지 설정할 수 있다. 즉, 전국 방방곡곡을 정해진 루트를 짠 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도심, 출퇴근용으로 각광받아온 동시에 한계로 바라봤다. 그런데 정해진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 전기차 패키지여행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불과 얼마 전까지 전기차는 세컨드카로 취급받았다. 아니, 반강제적으로 세컨드카여야만 했다. 아직까지도 전기차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태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소 위치 및 실시간 정보 등이 빠르게 체계를 갖춰가며 데일리 카로 급부상했다. 쏘울 EV는 전기차가 세컨드카에서 데일리 카로 넘어가는 근거가 되는 모델이다.

글|김상혁 사진|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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