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썼다. 열매는? 푸조 뉴 508 VS 폭스바겐 아테온

  • 기사입력 2020.02.05 10:46
  • 최종수정 2021.06.25 15:05
  • 기자명 모터매거진

디젤 엔진을 얹고 나란히 명령 하달을 받은 아테온과 508, 과거를 벗어던진 채 변화를 꾀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여기에 이 녀석이 있는 거야?

글 | 김상혁

사진 | 최재혁

아테온은 페이톤이 사라진 자리를 메꾸는 것은 물론, CC를 대체하는 임무까지 부여받았다. 중형 세단임에도 폭스바겐 플래그십 명함을 건네받은 셈. 어깨가 무거울만하다. 가뜩이나 무거운 부담감에 아테온이 놓인 상황도 좋지 않았다. 디젤 게이트 여파로 국내 판매는 멈춰 섰고 여론도 싸늘했다.

시동이 걸리고 엔진은 달궈질 만큼 달궈진 상태, 그럼에도 아테온은 달리지 못했다. 심지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테온을 먼저 접할 정도였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판매 활동을 재개하며 드디어 아테온은 모습을 내보였다.

푸조 508도 아테온과 유사하다. 407과 607을 보내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국내 인증 문제로 1월이 되어서야 국내 판매 활동을 시작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정통 세단 모습이었던 전 세대와 확 달라진 인상을 한시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꽤나 속상했을 테다. 물론 아테온의 기다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만.

내가 이 구역의 ‘세젤예’

폭스바겐은 그간 말끔하게 빼입은 중년 신사 같은 디자인을 추구했다. 자를 대고 쭉쭉 그은 듯 직선을 최대한 살렸고 비례감과 대비를 중요시하는 인상이 강했다. 정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디자인이지만 세련됐다거나 한눈에 홀릴만한매력은 좀 부족했다. 아테온은 그런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면과 선의 대비는 여전히 강조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캐릭터 라인으로 볼륨감을 한층 키웠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크롬 라인을 두르고 보닛 위로 굵직한 캐릭터 라인을 심었다. 선명한 라인은 측면을 타고 후면까지 이어져 정갈하면서 풍채가 두드러진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또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위쪽으로 꺾어 시원스러운 주행성능도 기대하게 빚어냈다. 패스트백 형태로 떨어지는 라인은 아테온의 미모 포인트.

외모라면 푸조 508도 물러설 수 없다. 지난 2010년 등장해 정통 세단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8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쳤다.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데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그만큼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했으니 세심하게 신경 썼을 테다. 아테온과 마찬가지로 패스트백 형태를 띠면서 말끔하게 후면을 떨어뜨렸다.

패스트백의 인상을 좌우하는 C필러 부근은 아테온보다 몽글몽글하게 매만졌다. 리어램프는 후면 전체를 감싸듯 날렵하게 둘렀다.

전면부도 아테온과 차이를 보인다. 측면을 향해 뻗어나가는 듯하지만 주간 주행등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푸조의 엠블럼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한 것을 알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사자의 포효가 느껴지진 않는다.

입체적으로 다듬어진 크롬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 시선을 사로잡는 ‘508’ 네임택이 곱상한 외모로 보이게 만드는 탓이다. 아테온이 영화배우처럼 반듯한 조각미남이라면 508은 귀여운 아이돌 가수 같다.

아테온의 인테리어는 친숙하다. 파사트 인테리어를 대거 반영했다. 에어벤트를 가로로 길게 늘였고 그 밑으로 크롬을 덧대 실내 넓이를 강조했다. 에어벤트 중앙에 아날로그 시계를 박아 넣은 건 나름 고급화 전략의 일환.

커다란 스티어링 휠 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적절한 채도로 한눈에 들어온다. 기어노브와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주변에 버튼류를 심플하게 배치하고 조작감도 뛰어난 편. 외관만큼이나 정갈한 실내는 안정감을 느끼게 만든다.

508은 최신 인테리어 기조에 따라 인체공학적으로 빚어진 i 콕핏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을 작게 만들고 윗면과 아랫면은 직선으로 만들었다. 계기판은 물론이고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데도 수월하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푸조 특유의 핸들링 재미를 높이는데 탁월하다.

대시보드는 두 개의 층으로 나누고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밑으로 토글스위치를 배치해 세련미도 살렸다. 실내 거주성은 아테온이 아주 약간 우위인 듯하지만 개성만큼은 508이 한 수 위.

집념의 디젤

아테온과 508은 모두 디젤 엔진을 올렸다. 디젤 엔진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 기함급 모델에 주력으로 내민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고 봐야 할까? 먼저 아테온이다. 2.0 TDI 엔진은 7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리며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종종 가속 시 굼뜬 모습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다.

엔진 회전수 상승이 빠른 편인데 변속기가 제때제때 받쳐주면서 급가속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을 느낀다. 디젤 엔진의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도 적절히 막아냈다.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으나 내부로 흘러드는 소음이 상당히 미미한 편.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했을 때 확연한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점은 약간 의외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특출나진 않다. 무난한 반응 수준인데 이 점이 아테온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고속 영역과 와인딩 구간에서 아테온은 안정감이 상당한데 스티어링 휠 반응이 부담스럽지 않아 안정감이 더 높아진다.

서스펜션의 댐핑 능력도 안정에 초점을 둔 것처럼 부드럽게 노면을 잡아내고 운전자 자세를 최대한 흩트리지 않게 노력한다.

반면 508은 아테온보다 재미가 느껴진다. 첫째로 작고 날카로운 스티어링 휠 반응이 차체를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껴지는 차체 움직임이 아테온 보다 직관적이어서 조작하는 맛이 확실하다.

둘째는 낭창낭창한 하체와 소음. 508은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오가는 하체를 가졌다. 짤막한 요철구간이나 포트홀 등에선 타이트하게 노면을 잡으며 탄탄함을 보이다가도 이내 편안한 승차감으로 변모한다. 뭐 아테온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편안함은 좀 덜어낸 느낌이지만.

소음은 508이 조금 더 스며든다. 하지만 크게 신경을 거스르는 수준은 아니다. 또한 스포츠성에 초점을 둔 508에 스며든 소음은 꽤나 매력적이라는 사실.

아테온과 508은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만큼 편의 사양도 풍부하게 담았다. 아테온은 전방 추돌 경고 장치 프런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액티브 보닛, 트래픽 잼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사각지대 모니터링), 레인 어시스트,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피로 경고 시스템 등 국내에서 모두 기본 적용했다.

508 역시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및 차간거리 경고, 차선 이탈 방지,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폿 모니터링 시스템, 제한 속도 인식 및 권장 속도 표시, 운전자 주의 경고 등 전 트림에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물론 시승차는 에디션 모델로 나이트 비전이 포함됐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부족한 점은 없다.

SPECIFICATION

폭스바겐 아테온

길이×너비×높이 4860×1870×1450mm

휠베이스 2840mm

엔진형식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 1969cc

최고출력 190ps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7단 자동(DSG)

구동방식 FWD

CO2 배출량 ​​​125g/km

가격 5711만 1000원

푸조 NEW 508 GT LA PREMIERE

길이×너비×높이 4750×1860×1420mm

휠베이스 2800mm

엔진형식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배기량 1997cc

최고출력 177ps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8단 자동(EAT8)

구동방식 FWD

CO2 배출량 ​​​143g/km

가격 54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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