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가상 세계에 빠져들다

  • 기사입력 2020.02.04 14:3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기아자동차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가상현실 적용에 뛰어들었다. 가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글 | 김상혁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12월 17일 남양기술연구소로 미디어단을 초청하고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테이터를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에 적용해 개발과정을 간편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VR 개념이 자동차 개발과정에 적용되는 것.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3월 약 150억 원을 들여 VR 디자인 품평장을 만들었다. 실제 자동차와 같은 조건을 만들어 조명, 각도, 구성 등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고 실내 디자인 및 부분적 기능 시연까지 가능하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36개의 모션 캡처 센서가 설치돼 VR 장비 착용자 위치 및 움직임을 1mm 단위로 감지한다. 보다 정확한 디자인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차량 라인을 그려 넣는 것은 물론이고 재질, 컬러, 부품 등 개발과정에서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대형 수소 트럭 콘셉트카 넵튠이 VR 디자인 품평장의 결과물이다.

또한 최근 호평 속에 등장한 신형 K5 역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활용해 태어난 디자인이다. 향후 현대·기아자동차 대부분의 신차는 넵튠, K5와 마찬가지로 VR 디자인 품평장을 거치게 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점차적으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확대할 예정인데 상품기획부터 차량 개발, 조립, 생산 과정, 작업 환경까지 도입하려 한다.

VR 장비를 이용해 차량 개발에 착수하게 되면 차량 외관을 디자인하고, 클레이 모델을 만들고, 부품을 얹고, 풍동, 냉각 등을 확인하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체크하고, 도로 형태, 날씨에 따른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된다.

비용적인 문제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보다 많은 영역에서 개선 및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 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R 개발 프로세스는 이미 글로벌 추세

VR을 활용한 자동차 개발은 예전부터 이뤄져왔다. 1980~1990년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를 2만~7만5000여 개의 가상 조각으로 충돌 시 변형되는 형태를 확인하고 개선 및 개발에 활용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가상 조각은 200만 개 이상 늘어났고 내외부 형태는 물론이고 3D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 입체적인 개발과정을 진행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0년 가상현실을 도입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시뮬레이터 안은 자동차 한 대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고속 전자 주행장치를 장착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최고시속 36km로 12m의 레일 위를 실제 자동차처럼 움직인다.

대형 스크린이 시뮬레이션 장비, 계기판을 360도로 감싸고 운전자는 가상 도로를 운전한다. 이때 통제실에서 연구원들은 운전자 반응을 확인 및 기록하며 기술 개발에 활용한다.

포드는 3D 가상현실을 적극 도입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3D 가상현실 툴인 그래비티 스케치로 공동 창작이라는 개념을 도입,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가상현실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차량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에 지역, 문화가 다른 각국의 소비자 취향을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360도 스케치로 내부 좌석의 높이, 폭, 뒷좌석 시야, 루프 콘솔 사이즈 등 탑승자 관점에서 즉각적인 차량 스케치를 가능토록 했다.

또한 3D 뜨개질로 매끄러운 카시트 커버를 제작하는가 하면 운전자에게 자전거 이용자 시점에서 도로를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볼보도 신형 XC90와 S90를 개발하면서 최첨단 섀시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가상 주행 시험을 진행했다.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코스를 섀시 시뮬레이션에 대입해 가상 주행하고 차체의 롤 모멘트와 밸런스, 고속 안전성 등 섀시 관련 테스트를 가상 환경 속에서 진행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그래프와 숫자가 아닌 직접 몸으로 가상 주행을 체험하면서 섀시 특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아우디는 가상 엔지니어링 터미널이란 VR 장치로 가상 상황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모니터를 통해서 관측한다. 65인치 모니터 터치스크린과 자동차 정보 및 가상현실 데이터가 제공되는 4대의 컴퓨터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아우디는 가상 엔지니어링 터미널을 활용해 다양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CES에선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가상현실의 영역 확장에도 힘 쏟고 있다.

재규어도 이색적인 가상현실 활용도를 선보인 적 있는데, 게임을 통해 가상 순수-전기 레이싱카 ‘재규어 비전 그란 투리스모 쿠페’를 등장시킨 것이다. 가상의 레이싱 카임에도 다운 포스와 공기 역학적 효율성을 최적화해 적용하고 고유 사운드까지 특별하게 적용했다.

지난해 6월 한국지엠은 디자인 스튜디오에 미디어단을 초청해 직접 가상현실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 바 있으며, 페라리는 포르토피노 론칭 행사에서 3D 드로잉 퍼포먼스를 즉석에서 시연했다. 상용차 업체 만트럭도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트럭을 조립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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