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지프 랭글러 사하라 & 포르쉐 718 박스터 GTS

  • 기사입력 2020.01.30 15:3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붉은색 오픈카를 나눠 탄 두 남녀가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하지만 목적지만 같을 뿐 바다와 함께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방식은 180도 달랐다.

글 | 안효진, 박지웅

사진 | 최재혁

지프 랭글러 사하라

글 | 박지웅

서울을 떠나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태안반도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다. 한국의 사하라 사막이라 불리는 곳이니 이날 동행한 지프 랭글러 사하라에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장소다. 붉은 노을을 머금은 금빛 바다와 묘한 대비를 자아내는 사막 풍경은 장관이다.

우리나라에선 분명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 아니다. 바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이지만, 상관없다. 최강 오프로더 랭글러에게 이런 곳은 놀이터일 테니.

이곳까지 와서 창문을 닫고 달리고 싶지 않다. 창문을 활짝 열어야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여기에 지붕까지 없다면 금상첨화다. 다행히 랭글러는 오픈 에어링을 아는 사나이다. ‘프리덤 톱(Freedom Top)’으로 명명한 하드톱은 어떤 오픈카도 부럽지 않은 360도 개방감을 선사한다.

물론 랭글러에게 버튼 하나로 십여 초 만에 루프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기교 따윈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으로 일일이 벗겨내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이 차의 매력이다.

루프 탈착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앞쪽 상판 두 개는 내부에서 레버를 젖히는 것만으로 하나씩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성인 남자라면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라서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뒤쪽 톱부터는 일이다.

이때부턴 한 손에 육각 렌치를 들어야 한다. 차체 위 2개의 나사와 트렁크 안쪽 6개의 나사를 모두 푼 후에야 들어낼 수 있다. 상남자의 오픈 에어링이란 이런 번거로움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뒤쪽 톱은 리어 윈도까지 연결된 구조라서 무게가 상당하다. 성인 남자 한 명으로는 버겁기 때문에 반드시 2명 이상이 필요하다. 톱을 완전히 제거하니 랭글러의 강인한 성격이 돋보인다. 자연과도 한껏 가까워진 기분이다.

아예 문짝까지 모두 떼어내어 야생미 풀풀 풍기고 싶지만, 모두 떼어내더라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참는다. 따로 차고가 있어 출발 전에 두고 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바닥에 늘어놓아야 한다.

사방에서 들어온 햇살이 비추는 인테리어는 제법 운치 있다. 8.4인치 디스플레이를 넣고, 이곳 저곳에서 디지털화를 꾀한 흔적보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에서 여전한 터프함이 느껴지는 점이 더 마음에 든다.

4세대 유커넥트(Uconnect)를 통해 휴대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됐어도 투박한 옛 느낌 그대로를 간직한 랭글러에선 잡음 섞인 라디오가 더 끌린다. 마침 좋아하는 드라마의 파이팅 넘치는 OST가 흘러나오니 상황 자체가 뮤직비디오다.

출발한 랭글러의 바퀴가 어쩐지 무겁게 느껴진다. 움직일 때마다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바퀴 때문이다. 다시 멈춰 차체자세제어장치(ESP)를 끄고 트랜스퍼케이스 레버를 내려 사륜 로우 기어를 물린다. 아까 육각 렌치를 잡았던 손은 이제 뼈대만 남은 프레임을 잡았다.

자유를 얻은 랭글러에게 몸을 맡기고 제대로 오프로드 감성에 젖을 시간이다. 가속 페달은 깊게 밟을 필요가 없다. 눌러졌나 싶을 정도로 지그시 밟아도 랭글러는 모래 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몸을 가볍게 움직인다.

랭글러는 물 만난 고기처럼 모래 위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닐 수 있어 사하라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놀이터에 풀어놓으니 어린애들처럼 지치지도 않는다.

바다 내음 진하게 맡으며 ‘지상 최고의 오프로더’와 즐긴 오픈 에어링은 정말 잊지 못할 만큼 황홀했다. 바퀴 가슴팍까지 차오른 모래를 단숨에 차버리고 바닷물을 힘차게 가르며 내달리는 모습은 경험하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지 못한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

글 | 안효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이 싱숭생숭 요동을 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봄날에 만난 붉은색 포르쉐 박스터 GTS가 이끈 곳은 드넓은 서해가 펼쳐진 모래사장 위. 모래사장 위를 달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기에 생각 없이 따라나섰는데, 도착해 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물론 잘못 스티어링 휠을 꺾었다가는 바닷물 뒤집어쓸 수도, 모래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모래사장에 난 바퀴 자국만 따라 달리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없이 숨쉬기가 두렵다고 하지만, 바다가 코 앞인데 창문을 여는 걸 주저할 수 없었다. 더구나 오늘의 시승차는 박스터 GTS 아니던가. 로맨틱한 봄날의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차도 또 있을까?

버튼 한 번 딸깍이면 양쪽 창문이 내려가고, 부드럽게 소프트 톱이 뒤 쪽으로 접혀 들어간다. 소프트 톱은 약 10초면 변신 완료, 시속 60km로 달리면서도 여닫을 수 있어 기분에 따라 간단하게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변신을 마치고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 놓은 박스터 GTS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작품이었다. 본능적으로 스마트 폰을 꺼내 들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앞모습은 새롭게 다듬은 범퍼 디자인과 블랙으로 틴팅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가 스포티하고 명확한 인상을 완성했다.

옆모습은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과 뒷바퀴 앞쪽의 블랙 컬러를 입힌 공기 흡입구 등으로 시크한 레드와 블랙 컬러의 조화가 돋보였다. 뒷모습 또한 블랙 틴트로 마감한 차체를 가로지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그사이에 적어 넣은 레터링이 박스터의 유니크한 개성을 뽐낸다.

여유롭게 소장 영상을 촬영하는 기자와 달리 머리에 하드톱을 이고 모래사장 밖으로 나르고 있는 후배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애잔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유유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내 진한 바다 내음이 온몸을 휘감았다. 붉은색 스포츠카를 타고 철썩이는 파도 옆으로 달려나가는 기분이란.

지금까지 도로 위에서 꽤 많은 오픈카를 몰아봤지만, 이만큼 로맨틱한 오픈 에어링은 또 없었다. 촬영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보던 1t 트럭을 타고 오신 동네 어르신이 한마디를 거든다. “바닷물이랑 가까이 달려. 그래야 빠지지 않아. 모래가 많은 곳으로 가면 금방 빠질 거야.”

어르신의 충고대로 스티어링 휠을 틀어 물가와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점으로 오니, 이제야 랭글러가 모든 톱을 완전히 떼어내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아직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전인데, 운전석에 앉은 후배가 많이 지쳐 보인다.

앞에서 모래를 튀기며 이리저리 방향전환을 하는 랭글러와 달리 행여나 모래에 빠질까 직선으로만 달려야 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2.5ℓ 박서 엔진이 뽑아내는 최대토크 43.8kg·m, 최고출력 365마력의 힘은 아스팔트 도로 위만큼이나 강력했다.

파도 소리와 배기음이 한데 섞여 울리니 여기가 차 안인지 바다 속인지 점차 구분이 모호해진다. 분위기에 취해 속도를 높였다가 낮추기를 반복하며 모래사장을 누볐다. 0→시속 100km까지 단 4.1초면 도달한다는 제원표는 이곳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모래사장에 대충 차를 멈춰 세웠다. 앞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사진 작품 같다. 잠시 몸을 뉘고 싶은 마음에 시트를 최대한 젖혀보지만 2인용 로드스터에 허락된 공간은 야속할 만큼 좁았다.

이런 풍경에 음악이 빠질 수는 없었다. 평소에는 늘 오디오를 끈 채 차의 본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유심히 음질을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110W 출력을 내는 6개의 기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선곡은 알리샤 키스의 <If Ain’t Got You>. 평소에도 좋아하는 노래지만, 노래 제목처럼 오늘 이곳에서 박스터 GTS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을 했기에 더욱 특별하게 와 닿았다. </if>

지프 랭글러 사하라

길이×너비×높이 4885×1895×1840mm

엔진형식 I4, 가솔린

배기량 1995cc

최고출력 272ps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9.0km/ℓ​

가격 6140만원

포르쉐 718 박스터 GTS

길이×너비×높이 4380×1800×1280mm

엔진형식 ​​F4 터보, 가솔린

배기량 2497cc

최고출력 365ps

최대토크 ​​43.8kg·m

변속기 ​​​7단 자동

구동방식 RWD

복합연비 ​​​8.9km/ℓ​

가격 1억12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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