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해석, 포드 익스플로러

  • 기사입력 2020.01.25 16: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익스플로러와 함께 소리를 찾아 떠났다. 청정 자연에서 얻은 소리가 익스플로러를 채울 때 익스플로러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글 | 김상혁    사진 | 최재혁

 

‘더 킹’이라는 영화에서 삼류 양아치였던 조인성은 시끄러운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책을 보고, 싸움판에서도 책을 보며 공부한다. 화이트 노이즈, 즉 백색소음이 발생하는 곳에서 집중력이 높아져 효율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로 인해 주먹질이나 하던 조인성은 검사가 되고 승승장구한다. 백색소음, 최근 유행하고 있는 ASMR과 같은 맥락이다.

6세대 익스플로러 출시 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청각 만족도다. 소니 스피커를 장착했던 5세대와 다르게 6세대는 덴마크 럭셔리 스피커 뱅 앤 올룹슨(BANG & OLUFSEN)을 적용했다. 뱅 앤 올룹슨 스피커가 장착된 익스플로러를 타고 청각적 힐링, 우리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 부르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찾아 나섰다.

목적지는 강원도,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들과 울창한 나무 사이를 가르며 연주하는 산들바람, 조약돌을 드럼 삼아 열심히 두드려대는 강물 소리를 담고 싶어서다. 그 소리를 담고 익스플로러 안에서 귀를 정화하며 힐링하고 싶었다. ASMR로 성공해서 그랜저를 타고 싶었던 건 결코 아니다.

강원도로 떠나는 길은 절로 흥이 났다. 가벼운 허밍과 함께 굽이진 길을 헤쳐나갔다. 아마 누군가 허밍을 들었다면 자율적 타락 반응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뭐 어떤가? 우리는 모두 자신의 차 안에서 고래고래 아이유의 3단 고음을 따라 부르며 괴상망측한 짓을 해오지 않았던가?

가끔은 익스플로러의 코 파일럿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흥겨운 춤사위도 곁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정맞게 경고등을 전달하며 핸들을 잡으러 독촉하기에 오랜 시간 이어지진 않는다. 앞차가 서행할 땐 코 파일럿에 몸을 맡기고 여유롭게 허밍과 춤사위를 계속 이어가면 된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나는 지금 한없이 청아하고 맑은 힐링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니까.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은 한없이 아름답다. 지나간 가을을 아쉬워하듯 도로 위를 훑으며 지나가는 낙엽, 인사하듯 찰랑이는 나뭇가지의 잎사귀, 듬성듬성 겨울을 준비하며 쌓인 새하얀 눈까지 모든 것이 찬란하다. 강가를 지나칠 땐 짙은 안개까지 끼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럴 때면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에 빠질 테다. 달리고 싶어진다. 2.3ℓ 엔진에 숨을 불어넣으며 치고 나간다.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듯 힘차게 노면을 움켜쥐며 나가는 맛이 짜릿하다. 42.9kg·m의 최대토크는 공차중량 2085kg의 육중한 차체를 가냘픈 여인으로 만든다. 다만 이따금씩 타이밍을 놓치는 변속기가 못내 아쉬울 뿐.

감성에 빠지는 것도 잠시 앞차가 뒤뚱거리며 엉덩이를 흔든다. 미끄러진 것이다.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블랙 아이스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익스플로러가 사륜구동이라곤 해도 블랙아이스 앞에선 무용지물일 터. 드라이브 모드를 미끄러운 노면으로 변경하고 재차 길을 나선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진흙밭이다. 진흙밭을 넘어 풍성한 갈대숲을 지나면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이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 모드로 역경을 헤쳐나간 후 익스플로러의 엔진을 정지시켰다. 혹여나 새들이 달아날까, 엔진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가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 말이다. 풀숲에 마이크를 놓고 트렁크에 누워 노랫소리를 담았다. 2, 3열을 모두 폴딩시키면 평평한 바닥을 만들어내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버튼을 눌러 폴딩시킬 수도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하마터면 그대로 잠이 들뻔했다.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강물이 조약돌로 드럼 치는 강가로 이동이다. 생각보다 바람이 불지 않아 강물이 조약돌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잖다. 숨소리조차 참아가며 강물 소리를 담아냈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울창한 나무들이 화음을 일으키는 산림이다. 뒷좌석 도어를 열고 스텝 패드에 올라섰다. 마이크를 쥔 손은 하늘을 향해 번쩍 치켜세웠다. 나무와 숲,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빠짐없이 담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담아내고자 했던 ASMR을 모두 담아냈다. 드디어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으로 익스플로러를 채울 때가 됐다. 익스플로러 실내에 장착된 12개의 뱅 앤 올룹슨 스피커가 서서히 파동을 전해온다. 원색 그대로의 소리를 추구하는 뱅 앤 올룹슨은 중고음에서 더 특색을 드러내는 듯하다.

청량한 음향은 익스플로러를 청정 자연의 세계로 인도한다. 2열과 3열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올곧고 깨끗한 소리다. 트렁크에 누워 들었던 새소리가 그대로 재현되고 강가에 쭈그려 않아 숨 고르던 강물 소리가 내 몸 안에서 흘러간다. 나무와 숲, 바람이 노닥거리는 이야기가 울려 퍼지며 이 공간을 새로이 정의해 나간다.

어떤 이는 익스플로러를 가족 여행의 패밀리카, 어떤 이는 모험과 낭만을 즐기는 파트너, 또 어떤 이는 적재와 수용 인원에 최적화된 실용적 SUV라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절대적 가치 중 하나는 공간이다. 아이를 태우기에 적합할지, 캠핑 용품은 얼마나 실을 수 있는지, 2열과3열 모두 만족스럽게 승차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소리로 익스플로러의 공간을 채워본다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길지 모른다. 때론 물질적 채움보단 감성적 채움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니까.

 

SPECIFICATION

포드 익스플로러

길이×너비×높이 5050×2005×1775mm

휠베이스 3025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2261cc

최고출력 304ps

최대토크 42.9kg·m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8.9km/ℓ

가격 59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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